지난 7일 오전 10시 56분 쯤 발생한 고양 저유소 탱크 폭발 화재는 17시간 만인 8일 오전 3시 58분 쯤 완전히 꺼졌다.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로 저유소 옥외 탱크 1기가 불에 타고 휘발유 약 266만 3천 리터가 연소돼 약 43억 5천만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추산했다.

 

이번 화재는 저유소 300m 인근에 있는 공사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날린 풍등이 원인이 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호기심에 날려본 풍등이 저유소 잔디밭에 떨어지고, 그 불씨가 휘발유 탱크의 유증 환기구를 통해 내부로 들어가면서 폭발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경기도 고양경찰서는 8일 중대한 과실로 화재를 일으켰다는 혐의(중실화 혐의)로 스리랑카 국적의 A(27)씨를 긴급 체포해 조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조사 결과 불이 난 탱크에 화재 시 이를 알려주는 열감지 센서가 없었기 때문에 화재 초기에 진화가 불가능했다. 8일 송유관공사에 따르면 불이 난 탱크 안쪽에는 온도계, 유온계, 깊이(TLG)측정기 등 모두 3개의 센서가 달려 있었다. 하지만 이들 3개 모두 화재 시 열을 감지하는 것과 거리가 멀었다. 더욱이 탱크 내에서 이상기온 감지 시 경보음 등이 작동하는지조차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임철근 대한송유관공사 설비감사팀장은 “CCTV 확인 결과 폼액 소화장비로 불길이 어느 정도 잡혔는데 폭발과 함께 날아간 뚜껑이 소화 장비를 건드리면서 방향을 트는 바람에 엉뚱한 곳에 폼액을 쐈다. 그게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통 표면주입방식(탱크 위쪽에 설치돼 벽면을 따라 투입하는 것)은 뚜껑이 폭발할 경우 장치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대형 탱크 등에는 쓰지 않는 경우가 많고 대형 탱크에는 통상 ‘표면하 투입방식’(화재 시 탱크 밖에서 안쪽으로 쏘는 장치)을 설치하는 게 맞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소방방재청 등으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최근 5년 간 옥외탱크저장소 등 위험물 저장 탱크에서 누출 33건, 화재 5건, 폭발 9건, 전도 1건이 발생했다. 이 중에서도 옥외탱크저장소에서 4건의 누출사고가 발생했으나 1건의 과태료 처분과 안전조치가 이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2건이 발생한 화재사고는 1건의 안전조치와 1건의 과태료 처분만이 내려진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번 고양시 옥외저장탱크와 유사한 옥외탱크저장소의 폭발사고 총 5건 중 폭발사고의 책임자에 대한 입건은 단 3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2건은 안전조치 1건, 안전관리자 감독의무 이행여부 조사만으로 조치가 끝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화재에 원인을 제공한 건 풍등의 불씨가 맞다. 하지만 평소에 위험물 시설 현장에서 안전 및 방재관리가 제대로 되었더라면 풍등의 불씨 하나가 탱크 1기를 다 태우는 결과를 낳았을까. 풍등을 날린 이주노동자 한 명에게 이번 화재의 책임을 몰아가는 것은 부당하다. 위험시설에 필요한 안전설비를 제대로 하고 관계당국이 이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했더라면 막대한 피해가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였다. 책임의 소재를 정확히 보아야 다음을 예방하고 바꿀 수 있다. 이번 화재로 국민의 재산 43억 여 원을 소실시킨 중대한 과실은 풍등이 아니라 비용 절감과 관리의 편의성을 이유로 효율성이 떨어지는 장비를 설치하고 공공의 안전을 무시한 공공기관의 행태임을 묵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최근 5년간 위험물 시설 안전관리 실태 점검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위법한 사항 적발에 따른 조치결과로 입건 876건, 과태료 2,839건, 행정명령 6,117건의 처분이 내려졌다. 경기도는 5년 동안 220건의 조치를 받았는데, 위험물 시설의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안전관리자에 대한 입건이 많은 지역으로 집계된다.

 

위험물 시설에서 화재·폭발 등의 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형재난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만큼 안전관리 수칙 준수에 만전을 기하고 화재·폭발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 시킬 수 있도록 위험물 시설 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예방 및 사고대응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현재 위험물 시설 안전관리 실태 점검에서 적발된 위법사항에 대한 조치가 대부분 경고·시정명령·사용정지 등 행정명령에 그치고 있다. 공공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2018년 10월 10일

경기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