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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식적인 선거제도, 이제는 시스템을 뜯어고칠 때다

 

4.13 총선이 이제 19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에서 정책은 토론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웃지 못할 코미디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 중 상당부분은 잘못된 선거제도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다.

녹색당은 2012년 3월 4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결성한 정당이다. 그리고 창당 이후에 잘못된 선거제도를 몸으로 겪으며, 근본적으로 선거제도를 개혁할 것을 주장해 왔다. 여러차례 헌법소원을 통해 선거법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번에 창당이후 2번째 총선을 치르면서, 말도 안되는 선거제도의 문제점 5가지는 반드시 짚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모두가 녹색당이 피부로 느끼는 문제점들이다.

첫째, 현행 선거제도에서는 비례대표 선거운동을 가로막는 독소조항들이 있다. 거대정당들은 지역구 후보를 대부분 출마시키므로 비례대표 후보만의 독자적인 오프라인 선거활동은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녹색당과 같은 소수정당은 지역구 후보 출마자 숫자가 적으므로, 비례대표 후보자가 전국을 도는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 그런데 비례대표 후보가 1명이든 10명이든 선거사무원 숫자는34명(시ㆍ도별로 2명씩)으로 제한되어 있다. 1개 지역구의 선거사무원이 많게는 50명이 넘는데, 전국 차원의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 비례대표 선거사무원이 34명이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게다가 비례대표 후보는 마이크를 쓰는 유세(연설ㆍ대담)를 하지 못하게 해 놓았다. 한마디로 비례대표 선거운동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것은 비례대표 선거운동을 통해 정당득표를 얻어야 하는 소수정당에게는 매우 불리한 제도이다.

둘째, 잘못된 기호제도이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기독자유당에 소속정당을 탈당한 국회의원이 입당하면서 이들 정당이 앞순위의 기호를 받게 되었다. 정치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선거법이다. 거대정당들이 1번, 2번을 차지하고, 그 다음을 원내 정당들이 차지하는 기호부여제도는 기득권 정당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초래한다. 이른바 ‘순서효과’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녹색당과 같은 원외 정당들은 오늘(3월 2일)이 되어서야 기호를 알 수 있다. 거대 정당 후보들은 예비후보 때부터 명함에 기호를 넣고 선거운동을 할 수 있고, 원외 정당 후보들은 선거를 20일도 남지 않은 때에야 기호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선거에 있어서 심각한 불평등을 초래하는 것이다. 기호를 없애고 교육감 선거에서 하는 것처럼 ‘교호순번’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셋째, 기득권 정당들의 비민주적 공천절차를 방치하는 것이다. 이번 총선의 공천은 최악의 상황을 보여준다. 기득권 정당들의 비례대표 후보자들이 소수에 의해 밀실에서 결정되고, 평당원들의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지역구 후보자 공천과 관련해서도 권력자의 의지에 따라 공천이 좌우되는 기형적인 양상이 일어나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47조 제2항에서 “정당이 후보자를 추천하는 때에는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야 한다”라고 되어 있지만, 휴지조각에 불과한 법조항이 되고 있다. 독일의 경우에는 선거법에서 지역구 후보자든, 비례대표 후보자든 당원총회나 당원들이 뽑은 대의원의 비밀투표에 의해 선출하도록 되어 있다.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공직선거의 후보자라면 당연히 이런 정도의 절차는 밟아야 한다. 기득권 정당들의 비민주적 공천을 방치하는 선거법을 그대로 놔둬서는 안 된다. 이런 식의 공천이 정치 전반에 대한 불신과 혐오를 낳고 있다.

넷째, 배우자나 직계존ㆍ비속이 없거나 선거운동에 참여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사람을 불합리하게 차별하고 있다. 현행 법에 따르면 예비후보 단계부터 후보자의 배우자나 직계존ㆍ비속은 명함을 돌리는 등의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조항은 현행법에 따른 배우자나 직계존ㆍ비속이 없는 사람, 있어도 선거운동에 참여할 수 없는 사정이 있는 사람을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것이다. 이런 잘못된 제도를 고쳐야 한다. 후보자가 지정하는 사람은 배우자나 직계존ㆍ비속이 아니더라도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선거비용 보전제도가 돈많이 쓰고 국민세금을 낭비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거대 정당 후보들은 비싼 사무실에 유세차량, 화려한 공보물, 유급 선거운동원에 돈을 펑펑 쓰고, 나중에 세금으로 보전받는다. 유세차량의 경우에 13일간 본선거운동 대여비가 2,000만원이 넘을 정도이다. 이런 식으로 선거비용을 쓰고, 세금으로 보전받는 금액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총선 선거비용 보전액은2004년 총선의 519억에서, 2008년 782억, 2012년 892억원으로 계속 증가해 왔다. 반면 소수정당 후보자들은 선거비용 보전을 위한 득표율(전액보전 15%, 절반보전 10%)를 넘기 어렵기 때문에, 보전은 꿈도 꾸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다. 이처럼 돈많이 쓰는 선거를 조장하고, 거대정당들에게만 유리한 선거비용 보전제도는 민주적인 제도가 아니다.

이처럼 실제 선거현실에서는 말도 안되는 비합리적인 선거제도가 ‘출발선에서부터 불평등’을 낳고 있다. 그리고 거대 정당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영향을 미친다. 이는 ‘나쁜 정치’를 낳고 있다.

이에 녹색당은 직접 경험하고 있는 선거제도의 구체적인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알린다. 그리고 이번 선거를 통해 녹색당은 국회로 진입하여 잘못된 선거제도를 전면개혁하는 일에 앞장서고자 한다. 한국의 선거제도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큰 틀의 방향전환을 해야 한다. 그래서 득표율과 의석수를 일치시켜야 한다. 사표(死票)라는 단어를 없애야 한다. 그와 함께 오늘 지적하는 구체적인 문제점들에 대한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녹색당은 반드시 이 잘못된 선거제도를 뜯어고칠 것이다. 시민들께서 선거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일에 함께 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2016년 3월 25일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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