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이 1주기를 맞았습니다. 차별이 일상화되고 사소한 일로 치부되었던 폭력의 경험을 강남역에서 모인 여성들이 정면으로 마주하고 함께 분노한 지도 1년이 흘렀습니다.

지난 1년간 여성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길거리에서 안전할 권리, 나의 몸을 스스로 통제할 권리, 집회에서 안전할 권리, 일터에서 동등할 권리 등 저마다 내는 목소리의 결은 달랐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여성들은 이 사회에 뿌리 내린 젠더 권력에, 이 견고한 세계에 균열을 내고자 했습니다.

‘건강한 남성성’만이 정상인 사회에서 비남성의 젠더 범주로 규정되는 이들은 언제나 소외되어 왔습니다. 이들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명명된 ‘사회적 약자’라는 언어는 어느 순간부터 주류 권력의 입맛에 맞추어져 이용되어 왔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새로운 정치는 이러한 방식이 아닙니다. 소수자들을 위한 정치는 소수자들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는 기존의 권력을 성찰하고 재구성하는 과정 없이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대선 기간 유력 후보들은 앞다투어 ‘페미니즘’을 표방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대통령이 얼마나 기존의 질서를 깰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합니다.낙태죄 폐지, 차별금지법 제정, 성폭력사건 피해자에 대한 무고죄 폐지 등 소수자들의 요구가 나중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새로운 정부에서도 우리들의 균열내기는 계속될 것입니다.

차이가 차별로 이어지지 않는 사회를 위해, 누구의 인권도 나중으로 밀려나지 않는 세상을 위해 앞으로도 설치고 분노하며 새로운 정치를 만듭시다. 강남역 살해 사건의 피해자 그리고 모든 젠더폭력의 피해자들을 추모합니다.

 

2017년 5월 17일
녹색당 여성특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