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토건 회귀, 이건 아니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 24조원 규모 발표.
4대강 사업과 무엇이 다른가?

정부는 오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사업을 발표했다. 총 23개 사업, 24조 1천억 원 규모다. 그 중 철도와 도로 등 기반시설을 개발하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무려 19개 사업, 19조 9천억 원 규모이다. 이 정도 대규모로 정부가 별도의 절차 없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을 직접 선정해 추진하는 것은 2009년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한 뒤 처음 있는 일이다. 수도권을 대상지에서 제외하고, R&D를 포함시켰으며, 광역지자체로부터 제안받은 사업을 중심으로 선정했다는 점에서 4대강 사업을 포함하여 이명박 정권 시기 집행됐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과는 차이가 있음을 설명하고 있지만, 균형발전을 명분 삼아 24조 규모의 재정을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타당성 조사 제도를 우회하여 집행하겠다는 것은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다. 총선을 대비한 선심성 개발 정책 내지는 최근 지지율 하락세를 반등시키고자 미래를 담보삼는 초단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하는 인기영합적 정책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지역균형발전을 가장 강력한 명분삼아 추진하는 정책이 결국 개발과 토건이라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근시안적인 태도와 철학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피할 수 없다. 토건은 더 이상 균형발전의 수단일 수 없다.

국가재정법은 38조(예비타당성조사)에서 ‘대규모 재정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조사를 통해 예산낭비를 방지하고 재정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예비타당성조사 제도를 운영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총사업비 500억 이상이면서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건설사업, 정보화사업, 국가연구개발사업이 그 대상이 되고, 같은 법 28조(중기사업계획서의 제출)에 따라 제출 된 500억원 이상 규모의 사회복지, 보건, 교육, 노동, 문화 및 관광, 환경보호 사업 등도 그 대상이 된다. 특히, 대상이 되는 대규모 건설사업의 경우 ‘경제성’과 ‘정책성’, ‘지역균형발전’을 지표 삼아 평가를 진행하게 된다. 예비타당성조사를 시행하고 관리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제도가 처음 시행 된 1999년부터 2014년까지 도로와 철도에서 이 조사사업을 통해 절감된 재정액 규모는 90조원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세금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데 충분히 그 역할을 하고 있는 제도라는 점이 증명된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2019년 새해 경제부문 국정운영계획을 발표하면서부터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여 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균형발전을 꾀하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드러냈다. 이는 지금의 경제위기를 다시 건설과 토건을 통해 돌파하겠다는 의도이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국토를 개발하는 토건 사업이 건설업계에 재정을 투입함으로서 단기적인 경제효과를 맛보게 할 수는 있지만, 향후 발생되는 관리비용 등을 고려하면 그 효과가 매우 미비할 뿐 아니라 사실 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4대강 사업을 통해 대표적으로 확인한 바 있다. 또한, 국토를 이런 방식으로 개발하는 것은 기후변화와 인구감소를 상수로 하는 저성장시대에 전혀 적합하지 않으며, 사회적, 자연적 재난의 치명적 위협으로부터 매우 불안한 20세기적 개발사업이라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균형개발을 명분 삼는 정부의 논리도 사실상 매우 빈약하다. 이미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내에서 건설사업의 경우 ‘정책성’과 ‘지역균형발전’를 중요한 평가지표로 삼고 있다. 지역균형발전이 진짜 명분이라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할 것이 아니라, 조사의 지표 중 ‘정책성’과 ‘지역균형발전’ 부분을 더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면 될 일이다.

녹색당은 문재인 정부의 토건 회귀를 강력하게 반대한다. 저성장은 전지구적으로 인류가 마주한 시대적 상황이며, 우리에게는 저성장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사회계약이 요구되고 있다. 게다가 인구감소 추세마저 명백히 드러나고 있는 한국사회의 경우 이전의 경제개발 논리로 국가와 사회를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은 매우 명백한 사실이다. 시민들의 일상이 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회계약을 구축하기 위한 새로운 지표 개발과 분배정치를 중심에 둔 국정운영이 필요하다. 녹색당은 자연과 미래를 담보삼아 초단기적인 관점으로 추진되는 정부의 이번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행위를 시민의 일상을 파괴할 여지가 다분한 국정운영의 실패작이자 예산의 잘못된 배분 사례로서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녹색당은 전국의 녹색당원들과 함께 해당 사업을 철저히 검증하고 비판하며 토건국가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해나갈 것이다.

2019.1.29
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