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나라 구할 생각은 하지 마라

문재인 정부, 박기영을 버려야 모두 산다

 

쏟아지는 비난 속에서, 박기영 교수는 무려 11년이나 늦게 사과를 했다. 그러나 광장을 찾아 현장의 과학기술자와 시민들에게 사과하지 않았고,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관의 ‘원로’들과 기관장들을 찾아 방패막이를 요구했다. 10여 년 전 황우석씨가 대학원생들을 병풍 삼았다면, 이번에 박기영 교수는 원로들과 연구기관장들을 들러리로 세웠다. 촛불 한번 들어 본 적 없는 원로들 그리고 권력의 향방에만 혈안이 된 기관장들이 맥없이 앉아, 기자들 앞에서 쩔쩔 매는 박기영 교수를 지켜봤다. 사과를 하러 왜 그곳에 간 것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지만, 한국 과학사에 길이 남을 또 하나의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이름을 붙이자면, “과학기술 적폐들”.

박기영 씨는 권력욕에 눈이 멀어 한국 과학기술계 그리고 한국 사회를 조롱거리로 만들고 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이들이 원로라 자처하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8월 10일에 열린 박기영 씨의 간담회는 정직한 현장 과학기술자들의 부끄럼, 상식있는 시민들의 자괴감이다. 황우석 씨와 박기영 씨의 사례를 전형적인 ‘연구윤리 위반사례’로 가르치고 경고하던 선배 과학기술자의 황당함이고, 그로부터 배웠던 후배 과학기술자들의 배신감이다.

과학기술계만의 문제인가. 지난 겨울 오랫동안 촛불을 들어 만든 정권에서 이런 몰상식한 일을 다시 목격할 줄은 몰랐다. 정부는 시민들의 비판에 귀닫고 알 수 없는 이유로 뭉개고 있다. 시민들의 가슴 속에서 절망감이 싹트고 있다. 이럴려고 촛불을 들었나?

박기영 씨의 계속된 변명과 때늦은 사과는 아무도 설득하지 못했다. 그가 진정으로 사과한다면 그것은 사퇴이어야 한다. 그는 ‘구국의 심정’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전두환도 했을 역겨운 말이다. 진지하게 이야기하건대, 그가 나라를 구할 생각을 버리는 것이 바로 ‘구국’이다. 4차 산업혁명이니 뭐니 하며, 과학기술을 발전시켜서 나라를 잘 살게 하겠다는 박정희 시대의 개발주의에 기대 나라를 구할 생각을 더 이상 하지 말라. 한 사회와 국가의 기본적이고 민주적인 규범과 윤리를 우습게 여기고 부정하면서 어떻게 나라를 구하겠다는 말인가. 그런 생각이 지난 수십 년간 한국 사회를 특권, 차별, 불평등의 지옥으로 내몰았던 것이다. 제발 나라 구할 생각은 하지 마라.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사태 파악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걱정스럽다. 들끓는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박기영 교수가 ‘과’보다 ‘공’이 크니 임명 철회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체 문재인 정부에게 박기영 씨가 무엇이길래 저리 감싸고 도는지 궁금하다. 20조원에 이르는 연구개발비를 주무르는 중책에, 모두가 반대하는 박기영 씨를 앉히려는 이유를 납득하기가 어렵다. 박기영 씨는 문재인 정부의 ‘최순실’인가. 한국 사회의 적폐를 청산하려면 박기영을 버려야 한다.

 

2017. 8. 11.

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