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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통과 비리의 박근혜 정권을 규탄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거세다. ‘비선 실세’로 지칭되는 최순실씨가 받는 의혹과 관심도 지대하다. 언론은 매일같이 최순실 씨와 관련한 보도를 내보낸다.

그런데 이 쏟아져 나오는 언론의 양상은 이전의 정치 스캔들에서의 반응과는 사뭇 다르다. 주요 뉴스에서는 검찰에 출두하는 최순실 씨가 ‘프라다 구두’를 신고 ‘토즈 가방’을 들었다는 자극적인 정보를 보도한다. 어떤 기사는 제목부터 ‘강남 아줌마가 대통령 연설문을 뜯어고쳤다니’로 시작하고 박근혜 정권을 규탄하는 연단에서마저 ‘저잣거리 아녀자’라는 표현을 거침없이 사용한다.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기사 댓글들은 ‘이 나라를 망치는 건 계집들이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계집’으로, 최순실이라는 ‘개인’을 ‘강남 아줌마’로 치환하는 순간 문제의 본질은 사라지고 뿌리 깊은 여성 혐오만이 남는다. 가부장적 남성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남성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여성은 사회의 질서를 교란하는 존재로서 끊임없이 공격받는다.때문에 남성 정치인의 스캔들은 ‘남성’이 아닌 ‘정치인’으로 비치는데 반해 여성 정치인의 스캔들은 ‘정치인’이 아닌 ‘여성’의 문제로 쉽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비판에도 계속해서 나오는 여성 혐오 프레임의 보도들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 혐오가 얼마나 사소한 일로 여겨지는지를 또한 여성 혐오 콘텐츠가 가십거리로서 얼마나 잘 팔리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를 규탄하는 이유는 국민에게서 나온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하는 비리를 저질렀기 때문이지 그들이 여성이기 때문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하야 요구는 정의롭고 평등한 사회를 위해서이지 여성, 장애인, 성 소수자 등 비남성으로 위치되는 사람들을 배제하고 혐오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혐오를 무기로 현 정권을 규탄한다면 이는 박근혜 정권이 보인 폭력과 억압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

분노는 다른 곳을 향해야 한다. 각종 의혹을 덮기에 급급했던 검찰과 정치인들, 진실에는 눈 감았던 수구 언론들, 정권에는 뇌물을 바치고 노동자는 외면했던 재벌들. 박근혜 정권의 독단적 국가 운영에 동조하고 비선 실세의 존재를 묵인했던 그들이야말로 책임을 물어야 할 대상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이용한 여성 혐오를 규탄한다. 분노의 화살을 여성에게 돌리지 말라.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2016. 11. 7.

녹색당 여성특별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