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열린 불법 촬영 근절과 편파 수사 및 편파 판결 근절을 촉구하는 ‘혜화역 시위’ 5차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국회 법사위 의원들에게 단체 문자를 발송했다. 불법 촬영을 비롯한 여성혐오 범죄의 처벌 강화를 위해 법 개정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문자폭탄’을 받은 박지원 의원은 SNS를 통해 이들에게 ‘경고’한다며 집회에 지지 의사를 밝힌 적이 있는 자신과 같은 정치인에 대한 ‘옥석’을 가리지 못함에 ‘사과’를 촉구했다. 계속된다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도 밝혔다.

 

이는 왜 아직 ‘미투’ 관련 법안이 단 하나도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지, 왜 불법 촬영 관련 법안들이 여전히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박지원 의원 같은 국회의원들이 여성들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을 국민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진보적 정권’에서 장관을 역임하고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무려 4선의 중진인 박지원 의원에게도, 여성은 긍휼히 여겨 그 뜻을 응원해 줄 수는 있을지언정 그런 자신에게 국회의원으로서 의무를 다하라 집단으로 촉구하면 불쾌하고 역정이 나는 존재일 뿐인 것이다.

 

박지원 의원이 진정 여성들의 목소리를 국민의 엄중한 명령으로 받아들였다면 자신의 ‘이해한다’는 의사 표명 한 번을 엄청난 시혜라도 베푼 듯 여기며 법사위 의원으로서 행동을 압박하는 시민들에게 감히 ‘경고’하며 ‘사과’하라 요구할 순 없었을 것이다.

 

진정 여성인권과 성평등의 뜻을 새겼더라면 북한 방문 후 “북한 여성들이 화장으로 떡칠을 했더라”는 여성 혐오적 언사를 감히 입에 담을 수 있었겠는가. 무엇보다 작년 9월 광주 금남로의 ‘동성애 반대 집회’에 참석해 “동성결혼은 자연 섭리에 반하며 사회질서를 무너뜨리는 일”, “뜻을 모아 동성결혼 합법화를 막아내자”는 발언부터 깊이 사과했을 것이다.

 

성평등이나 소수자인권은 ‘시혜’도 ‘칭찬’의 대상도 아니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취했다 버렸다 할 대상 또한 아니다.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여성, 소수자들의 호소에 진심으로 호응하는 국회의원이라면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고 지금부터라도 하나의 독립한 헌법기관으로서 할 일을 찾는 것이 옳다.

 

최소한 ‘문자폭탄’에 아무리 화가 나고 집회 주최 측의 의견과 운동방식에 오롯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참가자들의 고통과 절박함에 십 분의 일이라도 국민의 대리인으로서 책임을 느낀다면 감히 ‘법적 책임’과 ‘경고’를 말한 경솔함에 대해 사죄해야 맞을 것이다.

 

2018년 10월 8일

녹 색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