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에 대한 대한민국 사법부 판결이 대체 왜 이 모양인가. 하루가 멀다고 눈을 의심케 하는 결정이 쏟아진다. 가해자의 형은 어떻게든 감경해주겠다는 재판부의 의지는 굳건하고, 피해자에 대한 왜곡된 고정관념은 확고해 섬뜩하게 느껴질 정도다.

 

최근 광주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최인규)는 택시기사를 성추행한 모 학교 교감의 해임이 부당하다며 원심을 뒤집었다. 피해자가 사회경험이 풍부한 67세 여성이고, 정신적 충격이나 성적 수치심은 그다지 크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피해자가 ‘미성년자’라 죄가 더 무겁다는 판단은 합당해도, 대체 어떻게 피해자가 ‘60대’여서 충격이 크지 않을 거라는 결정이 2019년 대한민국 법원에서 나올 수 있는가. 아득함과 모욕감에 할 말을 잃는다.

 

재판부 기준으로 보기에 ‘젊고 아름다운’ 여성에 대한 성범죄는 중할 수 있어도, 연령이 올라갈수록 피해 정도가 덜해지기라도 한단 말인가. 나이에 따라 여성의 값을 매기기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이런 모멸적인 발상이 어떻게 가능한가.

 

택시기사인 피해자가 ‘요금을 받기 위해 신고한 정황’도 피해를 경하게 판단한 이유 중 하나다. 성추행 피해자는 ‘수치심’으로 그 어떤 이성적 판단도 불가능해야 하는가. 상황을 가능한 만큼이라도 수습하려는 행동은 모두 피해가 가볍다는 방증인가. 피해에만 완전히 몰입해 있지 않으면 ‘진정한 피해’로 인정하지 않는 사법부 태도는 성범죄 재판마다 반복된다.

 

안희정 1심에서도 가해자 측은, 피해자가 “혼인 경험이 있는 고학력자 여성”이라며 방어 논리를 펼쳤다.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심리’로 재판이 진행되는 점, 우리 사회가 상정해 둔 ‘피해자 상’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피해 여부를 의심하거나 피해의 정도를 경하게 보는 점 등은 성범죄 재판의 고질적 병폐다.

 

그러면서 가해자는 초범이어서, 피해자와 합의해서, 강제추행이지만 유사강간은 아닐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어서, 잘못을 인정해서, 반성하고 있어서, 동종 전과가 없어서, 노모를 모시고 있어서 등등 수많은 사유를 들어 불기소 혹은 기소유예하거나 집행유예 등으로 형을 감경해주고야 만다.

 

얼마 전에는, 11세 초등학생에게 술을 먹이고 성폭행한 보습학원 원장에게 ‘폭행·협박의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징역 8년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으로 감형해준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판사 한규현)의 결정이 있었다. 분노한 24만여 명의 시민들이 해당 판사 파면을 청와대에 청원하기도 했다.

 

재판부의 판단이 국민 법감정에 언제나 부합할 수만은 없다. 그러나 현재의 사법부는 성범죄에 있어서만은 시대를 거스르고, 여성인권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한민국 사법부는 지금 당장 기관 전반의 성평등 인식을 근본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재판을 통해 드러나는 판사들의 삐뚤어진 성관념과 처참한 여성인식이 심각하게 우려된다.

 

2019년 7월 18일

녹 색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