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 선출의 기쁨과 그 ‘상식적’이고 격의 없는 행보에 찬사가 쏟아지는 사회 분위기에서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들이 성소수자이다. 사회개혁과 인권변호사로서의 활동을 강조했던 문재인 후보였기에 “동성애 반대한다”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발언은 큰 충격이었다. 당선을 위해 ‘나중에’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던 선거는 이제 끝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헌법의 수호자이자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국민을 지켜야 할 책임자로서, 이제 마땅히 자기 역할을 해야 옳다.

대선 토론 후 성정체성과 성적지향이 찬반이나 허용•불허의 문제가 아니라고 해명했던 대로, 문재인 대통령은 공공연하게 자행되는 반인권적인 혐오선동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성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합리적인 토론과 제도 개선을 가로막는 혐오세력들의 수가 많다 하더라도 이제는 원칙에 따라 그들의 발언과 활동을 통제해야 한다. 소수자에 대한 낙인과 증오를 이용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세력들 역시 용인될 수 없다. 이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당장 제정하라. 우리는 촛불의 민심을 반영해 소수자의 존엄과 평등을 위해 결단할 줄 아는, 지극히 ‘상식적인 대통령’을 보고 싶다.

이보다 앞서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성인 간의 합의된 성관계를 처벌하는 ‘군형법 92조의 6항’부터 당장 폐기하라. 이 악법 때문에 전역이 한 달도 남지 않은 모 대위는 불법 압수수색을 당하고 구속 수감 중이다. 게다가 어제 군 검사는 이 법의 최고형인 징역 2년을 구형했다. 동성애가 국제질병목록에서 삭제된 1990년 5월 17일을 기념하는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아이다호)’을 하루 앞두고 벌어진 일이다.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법의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는 셈이다. 녹색당은 악법에 맞서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다.

촛불의 열망으로 이룬 정권교체와 새 나라에 대한 희망이 가득한 지금, 녹색당은 노골적인 모욕과 배제를 감내하고 있는 성소수자들과 함께 묻지 않을 수 없다. 나라다운 나라에 성소수자의 자리는 없는 것이냐고. 개혁을 바라는 광장의 촛불이 타오를 때 그 자리에는 언제나 성소수자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 성소수자들도 함께 싸워온 시민이다. 녹색당은 동료 시민이자 촛불의 주체였던 성소수자들의 존재가 부정되거나 그들의 권리가 유예되지 않도록 함께 싸울 것이다. 녹색당은 강력히 촉구한다. 새로운 정권은 성소수자에게 낙담과 좌절을 안기는 실패를 반복하지 말고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라. 소수자에 대한 차별철폐야말로 참된 평등권 실현의 바로미터다.

 

2017.5.17

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