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식량부족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공공비축미와 가격안정을 위한 시장격리곡을 매입하며 지급했던 우선지급금의 일부를 농민들에게 반환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통 우선지급금은 10월~12월 동안 수확기의 산지 쌀값을 평균내고 정부양곡 수율을 반영해 40kg의 가격으로 결정되는데, 농민들이 12월까지 기다릴 수 없기에 미리 지급된다. 2016년 벼 1등급 기준 40kg 한 가마의 우선지급금이 4만5천원이었는데, 12월까지 쌀값이 계속 떨어져서 2016년 매입가격이 한 가마당 4만4,140원으로 확정되었다. 농림축산부는 이 1가마당 차액 860원씩을 농민들에게 돌려받겠다는 입장이고, 전국적으로 약 25만 농가가 197억원 가량을 반환해야 한다.

가격이 잘못 책정되었으니 차액을 돌려받겠다는 입장처럼 들리지만, 이 우선지급금 제도는 시장의 활성화가 아니라 쌀 농가의 소득을 보전하고 안정시키기 위해 도입된 정부정책이다. 그리고 지난 해 8월 우선지급금의 가격을 기존의 산지 가격 90%보다 높게 93%로 결정한 것 역시 정부였다. 그러니 이게 나라인가, 이게 정부가 할 일인가? 20년째 제자리 걸음치다 30년 전 가격으로 떨어진 쌀값에 한숨 쉬는 농민들을 다독이기는커녕 우는 아이 사탕 뺏는 격이다.

그리고 농림축산식품부는 지자체와 농가별로 반환 금액을 정하고 2월부터 농협을 통해 돈을 환수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당연히 농민들은 반발할 것이고 이와 관련해 막대한 행정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그런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정부가 돈을 반환받겠다고 나서는 이유는 뭘까? 이것이 끝도 아니다. 이대로라면 쌀값이 하락할 경우 그 차액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변동직불금의 지급도 위태로워진다. 농민들은 어떻게 살라는 것인가?

사실 돈을 더 쳐줘서 지급했다는 우선지급금을 보라. 1년을 농사지은 벼의 1kg 가격이 1,125원이다. 지난 해 쌀값 하락에 분노한 농민들은 쌀값이 개사료 가격보다 못하다고 소리쳤다. 그렇지만 개사료 1kg의 평균가격은 1만2천원을 넘는다. 농민들이 원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기본적인 생활이다.

지난해 故백남기 농민은 쌀값 21만원 공약을 지키기는커녕 쌀을 수입해 가격을 폭락시키는 정부정책에 항의하다 목숨을 잃었다. 농민의 장례식을 치른 지 한달 뒤인 지난 12월 2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밥쌀용 쌀 2만5천톤을 포함해 약 11만6천톤의 쌀을 추가로 수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것이 농정을 구상한다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진면목이다.

이렇게 쌀과 농민을 포기한 농림축산식품부가 음식한류에 관심을 쏟는다니 헛웃음만 나온다. 사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림보다 축산에 더 관심이 많다. 최순실 게이트와 연루되어 있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나오고,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이는 말산업에 농림축산식품부가 부역하고 있다는 점도 분명하기 때문이다(말산업 예산은 2013년 278억원에서 2017년 346억원으로 23.4%증가했다). 농민이 아니라 말을 택한 농림축산식품부는 더 이상 농(農)을 거론할 자격이 없다.

국회가 박근혜씨의 탄핵을 가결했지만 기득권과 결탁한 관료들은 여전히 자리를 지키며 그들과 부화뇌동하고 있다. 녹색당은 박근혜만이 아니라 그들과 결탁한 관료들을 끝까지 추적해서 그 죄를 물을 것이다. 그리고 농민과 농촌을 살리는 길은 시혜처럼 나눠주는 돈이 아니라 권리로서 보장되는 농민기본소득이라는 점을 더욱더 강력하게 주장할 것이다.

 

 

2017. 01.06.
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