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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하무인보다 더 무서운 무인비행기, 어찌할 것인가?

-‘드론 전도사’에 맞서는 프라이버시의 변호인이 되겠다

 

 

“내가 네 머리 꼭대기에 있다!” 화물연대 풀무원분회 노동자들의 농성장 상공에 채증 목적의 드론(무인항공기)이 출현했다. 우리는 노동 탄압뿐 아니라 ‘진화한 종이비행기’ 수준을 넘어가버린 드론을 예의주시한다. 사람이 못 들어가는 곳에 들어가고 사람을 대신해 위험을 감수하는 이 물체는, 들어가지 말아야 할 곳에 들어가 사람에게 위험을 안겨다줄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게다가 드론은 여느 항공기보다 보유하기 쉽고, 인공위성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에서 세상을 관찰하며, 활동성과 기민함에서 CCTV를 압도한다.

 

이미 드론은 수도 없이 초위험수위를 넘나들었다. 프랑스 핵발전소 상공에 나타난 미확인 드론, 일본 총리 관저에 출현한 ‘방사능 드론’은 그 극명한 예다. 드론끼리의 충돌도 점점 빈번해지고, 산불 감시 드론에 질세라 산불 진압 방해 드론이 뜨기도 하며, 민간에서의 격추 사건에 이어 아예 국가적으로 격추 또는 착륙 유도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나라들도 있다. 국정원 해킹사건으로 알려진 이탈리아 해킹팀은 무선인터넷으로 스파이웨어를 전송하는 드론을 개발중이라고 한다. 점입가경이다.

 

국내 정치권은 어떤가. ‘드론이 미래다’라는 장밋빛 구호가 일방적으로 울려 퍼지는 가운데 몇몇은 ‘드론 전도사’를 자임한다. 지자체들도 속속 드론 실용화 촉진 지원센터 설립, 스마트 드론 활용 기술기반 구축사업, 다기능 농업용 드론 개발, 드론산업특구 조성 등에 뛰어들고 있지만, 이에 비해 신기술이 초래하는 사태를 예방하고 대비하는 움직임은 느리고 둔하기만 하다. 그나마 국회의원 11명이 드론의 개인정보 수집을 기존 법률에 따라 규제하는 ‘항공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을 뿐이다.

 

누구든 다음과 같이 이야기할 수 있다. ‘드론 기술이 없던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오락용에서 산업용까지 드론을 날리는 인간의 욕구도 얼마간 존중되어야 한다.’, ‘일단 적절한 규제를 찾아야 한다.’, ‘현재 국내에도 드론 비행에 대한 규제들이 있고 규제 정책으로 참고할 만한 각국 사례들도 축적되고 있다.’, ‘드론은 유익하기도 하고 유해하기도 한 양날의 칼이다’.

 

그러나 이것이 다인가. 지금 미국에서는 드론 암살을 규제하는 법안마저도 앞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단편적인 제도, 개별적인 정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느 가치의 편에 서 있는가’라는 질문과 그 답이다. 우선 국회를 포함한 정치권부터 각성해야 한다. 드론만이 아니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의 속성과 사회적 의미에 대해서도 치열하게 토론해야 한다. “대표적인 미래먹거리 산업”(새누리당 배덕광 의원)이라고 도장 찍어놓고 마구 달려갈 일이 아니다.

 

녹색당은 어제 ‘초미세먼지에 맞서는 거대한 전환’을 위해 불편함을 무릅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산업 논리와 자본의 욕망이 생명권에 우선할 수 없다. 아마 드론,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은 초미세먼지와 관련해 언급한 자동차, 석탄화력발전소보다 더 복잡하고 난감한 주제가 되겠지만, 우리는 주저 없이 여기에 뛰어들 것이다. 녹색당은 세상의 여러 권리 가운데서도 특히 엎질러지면 다시 주워담을 수 없는 것의 편에 선다. 녹색은 프라이버시다.

 

2015년 10월 23일
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