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생리하는 국민들은 한국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지난해 국민안전처의 긴급구호물품에서 생리대는 필수품이 아니라며 제외됐다.같은 해 새누리당 박삼용 시의원은 생리대라는 말이 듣기 거북하니 위생대라 부르자 제안했다편의점에서 생리대를 사면 특별히 신경쓰듯 검정 봉투에 담아준다여성들의 정당한 문제제기를 침묵시키는 언어 수단으로 너 오늘 생리하냐?”는 비아냥은 예사로 통해왔다생리하는 국민을 위한 국가는 없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생리대 안전성 논란을 특정 제품이나 단 한 번의 실험 문제로 판단하는 건 정부의 큰 오판이자 책임회피이다여성들이 이토록 공분한 것은 생리대를 사용할 때마다 느끼는 불안과 체감하는 고통을 기업과 정부에 지속적으로 호소했지만 사회적인 논의나 기업의 대응정부의 정책이 전혀 없었다는 점에 있다.

지난 1일 식약처는 뒤늦게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검출시험 대상 생리대를 10종에서 86종으로 확대한다고 밝혔으나 이 역시 미봉책일 뿐이다정부는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문제가 된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은 유해 추정 물질의 일부에 불과하다따라서 생리대 화학물질 전 성분을 조사해서 유해성분을 규명해야 한다.

생리컵(월경컵)이나 다양한 종류의 면 생리대일체형 생리팬티 등 일회용 생리대 외의 선택지들도 존재한다그러나 슬프게도 한국 여성들은 이런 정보들로부터 소외돼 왔다훨씬 순하고 저렴한 아기 기저귀를 대용으로 사용하거나 생리컵 해외직구를 시도하기도 했다그렇지만 식약처는 생리컵 허가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 해외직구도 쉽지 않다문익점이 목화씨를 들여오듯 외국에 다녀오는 지인 편에 생리컵이나 생리팬티 보부상 역할을 부탁할 뿐이다어처구니없게도 인터넷 구매 사이트에서 생리컵을 검색하면 ’19이라 성인인증이 필요하다고 뜬다.생리를 19살 이후부터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한국 여성들이 생리 난민도 아니고 이 무슨 상황인가?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며 여성들이 겪어온 크고 작은 고통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 운운하는 과학기술 발전도 생리하는 국민들에겐 닿지 않는다생리하는 기간 동안 먹고자고뛰고앉고화장실에 가는 등 일상생활에 초래하는 불편은 낱낱이 말하자면 사흘 밤낮도 모자라다자궁근종질염 등의 증가부터 생리통과 생리혈 및 생리주기 변화에 이르기까지 일회용 생리대가 직간접 원인으로 추정되는 건강 부작용에 대한 증언도 꾸준히 있어왔다.

지금 당장 식약처는 일회용 생리대 화학물질 전 성분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 유해성분을 규명해야 한다또한 일회용 생리대 부작용의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한 역학조사를 당장 실시하라.

정부는 저출산을 심각한 국가 문제로 여기며 여성들이 인구 증식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듯 대해왔다이번 사태를 통해 정작 정부가 여성 건강 문제를 외면해 왔다는 점이 또 한 번 드러났다이번 생리대 유해물질 사태는 생리대만이 아닌 여성위생용품 전반의 안전성 문제이다.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 부처 차원에서 여성건강 정책을 근본적으로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핀란드에는 생리컵을 사용하기 좋게 공중화장실 칸마다 간이 세면대가 있다생리를 위한 공공의 인프라가 어디까지 상상될 수 있는지 간단히 엿볼 수 있는 사례이고이런 정부의 고민과 방식이야말로 여성들의 기본권 지표이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정부에서라면 이런 고민이 깊어져야 한다녹색당은 생리하는 국민들이 보다 건강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계속해서 외칠 것이다안전한 생리대는 인권이다!

2017년 9월 6

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