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를 폐지하라
여성의 몸은 국가의 도구가 아니다

국제사회는 이미 1979년 UN 여성차별철폐협약에서 낙태한 여성을 처벌하는 법조항이 여성의 인권과 건강권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각국에 폐지를 권고했다. 2011년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도 낙태죄가 한국 여성의 건강과 사회적 지위를 위협한다며 폐지를 촉구했다. 그러나 여성의 임신중지를 범죄화 하고 국가가 여성의 몸을 통제하는 ‘낙태죄’는 여전히 건재하며 오늘도 이 땅의 여성을 억압하고 있다.

낙태죄 폐지는 임신중단의 ‘권장’을 의미하지 않는다. 임신 중단과 지속의 선택은 여성의 삶을 건 결정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조건과 처한 현실 속에서 자신의 인생과 건강과 안전을 걸고 하는 결정을 감히 ‘범죄화’하고 ‘범죄인’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임신중지를 개인의 도덕성 여부로 환원하는 것은 피임과 임신, 출산과 양육을 둘러싼 숱한 사회정치적 문제와 구조를 은폐하고 공동의 행위인 임신을 여성 일방의 책임으로만 전가하는 것이다.

낙태할 수 있는 권리와 낙태하지 않을 권리는 결국 궤를 같이 한다. 낙태죄의 존재는 여성에 대한 낙인과 낮은 사회적 지위, 평등권과 자기결정권 및 건강권의 침해를 의미하므로 여성이 안심하고 아이를 낳아 기를 사회일 수 없다. 피임, 임신, 임신중단, 출산, 양육의 전 재생산 과정을 여성에게만 책임지우지 않고 국가가 보장하는 사회라면 임신중단율은 당연히 낮아진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데 최소한의 안전망이 갖춰진 사회적 토대, 피임이 당연하며 여성이 주체적으로 피임을 제안할 수 있는 평등한 관계, 비혼모에 대한 편견 없는 존중과 제도적 보장, 다양한 가족형태의 인정, 남성과 국가가 적극적으로 양육을 분담하는 등 사회적 조건이 마련되면 여성이 건강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임신중단을 할 이유가 줄어든다.

임신중절을 불법화하고 낙태죄로 처벌하는 것은 여성을 음성적이고 위험한 임신중절시술로 내모는 것이다. 안전하지 않은 시술로 여성은 건강을 위협받고 사망률은 높아진다. 낙태를 신고하겠다는 위협을 빌미로 여성들에게 폭력적인 관계를 강요하거나 협박을 하는 사건들은 지금도 버젓이 우리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중절을 여성이 가져야 할 근본적 권리로 규정했다. OECD 30개국 중 23개국이 낙태를 합법화하고 있으며, 이 중 다수가 공공 의료체계를 통해 여성이 필요한 경우 안전하게 임신중단 상담과 진료를 받고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임신중단을 결정한 여성을 형법으로 처벌하는 사회는 여성을, 여성의 삶을, 여성의 판단을 존중하는 사회가 아니다. 인구가 많을 때는 낙태죄 존재여부와 상관없이 국가가 나서서 ‘낙태버스’를 운영하며 국가주도의 ‘산아제한’ 정책을 펼치다가, 출산율이 낮다고 여성의 임신중지 결정을 탓하는 것은 국가 폭력이며 인권침해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는 문재인 정권과 국회는 더 이상 부정의한 방관을 끝내고 여성인권을 위해 나서라. 여성을 탄압하는 낙인의 굴레 낙태죄를 폐지하라.

2017년 9월 29일
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