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고 나니, 그동안 막혀왔던 남북협력에 관한 이야기들이 말그대로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에너지 분야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열악한 에너지 사정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한 UBS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었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분명히 에너지 분야의 협력에 관한 사항도 들어 있었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구상하는 에너지 분야 남북 협력의 방향이 무엇인지 짚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어제 경향신문은 남부발전이 제출한 자료에 근거하여, 정부가 장기적으로 북한 지역에 석탄발전소 건설을 지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해주와 원산 등의 산업지역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할 목적으로 구상되고 있다고 정부는 밝혔다.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해서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구상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그동안 경색되었던 남북관계를 평화와 협력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는 큰 박수를 받을만한 일이다. 그러나 남북협력을 위한 구상들은 개방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일이지만, 평화를 이끌고 한반도 주민들과 뭇 생명들의 생태적 지속가능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신중하고 냉정히 따져볼 일이다. 국제적으로는 기후변화 그리고 지역적으로는 미세먼지 문제로 피하고 줄여나갈 석탄발전소 건설을 지원하겠다는 구상은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다.

경향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단기적으로는 에너지(전력) 부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기 해서 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이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겠다는 에너지전환 정책 방향과 일치하는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구체적인 지원 실행 방안에서 북한 지역 주민과 공동체들이 주도하는 지역에너지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석탄과 천연가스를 이용하는 발전시스템을 지원하겠다는 구상은 ‘탈탄소’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국제적인 흐름이나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과도 부합하지 않다. 북한에서도 가능한 화석연료 시스템의 새로운 전개를 추진하기보다는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북한의 에너지 시스템을 복원하고 혁신하는 접근을 취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핵발전소가 안되지만, 다른 나라로 핵발전소 수출은 가능하다는 정신분열적인 접근을 북한에서 반복하려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이제 남북 에너지협력에도 에너지전환 기조를 반영해야 한다.

현재 2040년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기본)을 수립 중에 있다. 가능하다면 이번 3차 에기본에서 에너지전환의 관점으로 남북 에너지협력의 방향과 원칙을 수립하는 과정을 마련해야 옳다. 또한 언론에서 자주 거론하고 있는 여러 협력 사업들―에를 들어 러시아 PNG 사업, 동북아 슈퍼그리드 사업 그리고 서해 NLL 해상풍력 개발 사업 등―의 여러 아이디어도 에너지전환의 관점에서 심도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별다른 민주적 토론과 검토 없이 기업들의 이해관계에 맞춰 남북 에너지협력이 추진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2018년 5월 9일
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