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모친상, 실세들의 공개적 조의
이것이 아직도 엄존하는 위력이다

 

수행비서를 위력으로 수차례 성폭행, 강제추행 하여 복역 중인 가해자 안희정이 모친상을 당했다. 장례를 위해 형집행정지를 받아 일시 석방됐다. 고인께서 편히 잠드시길 빈다.

 

일거수일투족이 국민과 유권자들의 감시에 대상이고 행보의 정치적 유불리에 누구보다 민감한 유력 정치인들과 정부 최고 고위 공직자들이, 언론사의 취재가 집중되고 있는 빈소를 찾아 공개적으로 조의를 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 이낙연 전 국무총리, 문희상 전 국회의장, 박원순 서울시장, 김경수 경남지사, 박지원 국정원장 지명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 지명자, 민주당 기동민 김윤덕 박용진 송옥주 오영훈 윤관석 윤호중 이광재 의원, 김부겸 민주당 대표 출마예정자 등 다 열거하기도 어려운 여권 실세들이 조문했다.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 대표, 미래통합당 정진석 윤주경 의원 등도 빈소를 찾는 등 유력 정치인들의 조문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조화를 보냈으며,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박병석 국회의장,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 이해찬 민주당 대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이재명 경기지사, 이시종 충북지사, 양승조 충남지사 등 쟁쟁한 인사들이 공식 직함으로 조화와 조기를 보냈다.

 

개인적으로 연이 있는 이가 상을 당해 사적으로 조의를 표하는 것은 누구도 뭐라 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무려 대통령을 포함해 이 나라 국무와 국정을 좌우하는 주요 정치인들과 핵심 공직자들이 자신의 이름과 직함을 걸고 언론사의 기자와 마이크, 카메라 앞에 당당히 조문하고 조의를 표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치 생명에 영향이 없다는 확신과 정무적 판단이 있기 때문이다. 성폭력 가해자이며 끝까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정치적 힘과 가족까지 동원해 피해자를 회유 협박하고, 거짓 정보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악질적으로 음해한 성범죄자를 보란 듯이 조문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김부겸 민주당 대표 출마예정자는 “어려운 사정인데 상을 당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 ‘어려운 사정’은 민주화 운동을 하다 투옥된 것도, 소수자 인권을 위해 싸우다 수감 된 것도 아니다. 부하직원을 반복해 성폭행하고 법의 심판을 피하려 갖은 수를 다 쓰다 결국 징역형을 받은 일이다. 연민의 정이 향해야 할 곳이 가해자인가.

 

안희정의 지위와 권세가 여전하다는 것을 여권은 선전이라도 하려는 것인가. 대통령의 조화가 성폭행범에게 전해질 때 이 나라 여성 시민들의 심정이 어떨지 짐작은 하는가. 가해자에게 줄 잇는 실세 정치인들의 조문이 피해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는 것인지 염두 하지 못하는가. 출소 후에 정계 복귀라도 추진하려는 것인가.

 

피해자를 고통받게 했던 안희정의 그 ‘위력’이 아직도 건재함에 참혹함을 느낀다. 이 나라 소위 고위층의 성폭력에 대한 안일한 인식, 여성 시민들에 대한 노골적 경시, 굳건한 남성연대를 부수기 위해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20년 7월 7일

녹 색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