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시장에 맡겨진 의료, 규제완화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 문재인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뒤를 따르려 하나?-

지난 7월 19일, 혁신 성장을 위한 의료기기 규제완화 발표에 이어서 지난 6일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삼성을 만나서 바이오시밀러(생물 기반 복제약) 약값 상한선을 풀어달라고 하는 요구를 듣기까지 했다. 그 뿐 아니라 국회 일각에서는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하다가 폐기된 서비스발전기본법에 보건의료를 포함하는 것에 대한 논의나 규제프리존특별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기까지 하다. 이는 총체적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하려던 의료영리화 정책들을 다시 추진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올리겠다는 ‘문재인 케어’를 내걸었던 바가 있다. 또한 서비스발전 기본법에서 보건의료분야를 제외하는 것도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다. 그러나 건강보험 보장률을 올리기는커녕, 오히려 건강보험 보장률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의료영리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의료영리화 정책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논리는 의료기기 산업이나 바이오 산업을 비롯한 보건의료 산업을 ‘혁신성장’의 동력으로 삼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하준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의료산업은 시장 규모가 작아서 성장동력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가 있다. 성장 동력이 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경제성장’이라는 목적으로 의료기기와 바이오 산업을 바라볼 때, 보건의료 관련 산업이 응당 우선시해야 할 안전성을 훼손하게 된다. 보건의료 관련 산업에 강력한 규제가 필요한 이유는 건강 및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은 국민들의 건강 및 생명의 안전을 희생해서 딱히 효용성이 있지도 않은 ‘성장’에 이용하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그 뿐 아니라 우리 녹색당은 ‘성장’을 지향하는 것 그 자체에 문제를 제기한다. 성장을 위해 우리는 공동체와 생명, 자연의 파괴, 경쟁과 차별의 문화로 인한 인권침해 등 많은 희생을 치러왔다. 이제는 탈성장을 지향하고 생명을 우선시하고 우리의 삶의 질을 우선적으로 들여다봐야 할 때이다.

의료는 질병을 치료하여 아픈 사람을 건강하게 만드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의료의 공공성이 중요한 이유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현실은 의료영리화를 더 추진하지 않더라도 이미 충분히 영리적이다. 민간 시장의 공급이 90% 이상인 데다 행위별수가제를 중심으로 하는 보장성 체계로 인해 의료기관들은 이미 ‘더 많은 행위’, ‘더 많은 비급여’를 통해 ‘더 많은 수익’을 얻으려는 유인이 작동한다. 그에 더불어 10%가 채 되지 않는 공공병원에도 ‘효율성’의 논리를 들이대며 민간병원처럼 운영할 것을 요구 받는다. 이런 현실에서 관련 산업의 규제를 더 완화하고 의료기관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길을 더 열어준다면 환자의 건강과 안전은 대체 어디로 갈 것인가?

소유와 운영이 이미 시장에 맡겨져 있는 이상 더 많은 수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근본적으로 소유와 운영의 사회화가 필요하다. 민간의료기관은 물론이거니와 공공의료기관의 소유와 운영에도 직접 이해당사자인 환자와 보호자, 지역주민이 관여할 수 있는 길이 없다. 직접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이 반영되고 소유와 운영이 사회화되어야만이 영리화의 가속화를 멈출 수 있다. 협동과 연대의 경제 속에서 보건의료 관련 산업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2018년 8월 10일
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