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찬성 88.5%
이제 국회의 시간,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23일 국가인권위가 발표한 국민인식조사 결과는 고무적이다. 시민들의 평등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높았다.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는 명제에 동의하는 응답이 93.3%였다.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공감의 폭도 넓었다. 73.6%가 ‘동성애자, 트랜스젠더 등과 같은 성소수자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존중받아야 하고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라고 대답했다. 차별의 정도도 크게 인지하고 있었다. 82.0%가 ‘우리 사회 차별이 심각하다’고 봤다.

 

차별 해소를 위한 국가의 적극적 역할도 요구했다. ‘정부 차원의 종합적 대책 수립(87.2%)’ ‘인권 다양성 존중 학교교육 확대(90.5%)’ ‘국민 인식개선 교육 캠페인 강화(91.5%)’ 등에 압도적 지지를 보였다. ‘차별금지 법률 제정’도 88.5%가 찬성했다.

 

이제 국회의 시간이다. 정부와 국회가 매번 방패막이로 내세우던 ‘사회적 합의’는 무르익을 만큼 익었다. 보수개신교 혐오집단의 반발과 이에 기생하는 극우 정당의 맞장단에 언제까지 차별금지법 제정을 발목 잡힐 것인가.

 

기득권과 영향권을 놓지 않으려 종교의 이름으로 혐오를 선전하는 무도한 자들 때문에 시민의 존엄이 더는 상처 입어선 안 된다. 집권 여당이 제 역할을 회피하고 방관하는 사이 지자체의 인권조례와 성평등 조례마저 폐지, 무산되고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 노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질의를 받을 때마다 우리 정부가 내놓는 전형화된 답이 ‘사회적 합의가 없다’는 변명이었다. 인권은 ‘합의’의 문제도 아니거니와, 더는 절대다수의 성숙한 시민들을 오독하며 국가 책임 방기의 핑계로 삼지 않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떤 상황이 차별이고, 이에 대한 대응과 시정 방법은 무엇인지 제도화하는 것. 악의적 차별에 대해 엄격히 처벌하고 구제하며, 정치인과 언론의 혐오 조장을 특히 강력하게 규제하는 것. 이것이 모두 시급한 정부와 국회의 책무이다.

 

진보개혁 세력을 자처하는 집권 여당이 과반이 넘는 의석으로 차별금지법 하나를 제정하지 못한다면 그 부끄러움은 또 누구의 몫일 것인가. 차별금지법 제정은 평등과 인권을 위한 첫걸음이지 ‘완결판’이 아니다. 그 첫발을 못 뗀 지가 14년째다.

 

2020년 6월 24일

녹 색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