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고용법’ 고시 개정

이주노동자는 여전히 직장 옮길 자유도 없다

 

지난 2월 1일부로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국인고용법)’ 개정 고시가 시행됐다. 이주노동자 인권 개선이라는 대내외적 선전을 목적에 뒀겠으나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 원칙적으로 사업장을 변경할 자유가 없는데, 실효성 없는 예외사유 몇 개를 구체화한들 이주노동자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월 임금 30% 이상을 2개월 이상 지급하지 않거나 지연하여 지급한 때, 월 임금 10% 이상을 4개월 이상 지급하지 않거나 지연하여 지급한 때, 최저임금에 미달하여 지급한 때’에는 사업장 이동을 허용했으나, 현실에서 적용 여지는 거의 없다. 임금의 몇 %만을 주지 않는 경우가 대체 실제로 가능하기나 한가. 사용자는 청소시간, 준비시간, 마무리시간, 초과근로시간 등을 임금산정에 반영하지 않는 식으로 인건비를 깎는 것이지, 임금의 몇 %를 적게 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성폭행 피해를 입어 긴급하게 사업장 변경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가 사유로 추가됐는데, 역시 실제 효과는 극히 적을 것이다. 노동자의 열악한 상황상 직접 피해를 입증하고 필요성까지 인정받는 경우가 몇이나 되겠는가. 고용주가 혐의를 부인하고 성폭력 특성상 증거도 부족하면 관계기관은 판단을 미룰 것이다. 하루빨리 성범죄에서 벗어나야 하는 긴급한 상황에서 피해를 입증하고 인정받는 지난 한 절차를 밟으라는 건, 노동자에게 책임만 떠넘기고 국가는 아무 도움도 주지 않겠다는 선언일 뿐이다.

 

‘비닐하우스를 숙소로 제공해 직업안정기관의 장으로부터 자율개선명령을 받았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자율개선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역시 현실과 동떨어진 규정이다.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주거시설은 비닐하우스만이 아니며 스티로폼집, 컨테이너, 창고 등 다양하다. 시정명령을 받고 일정 기간 개선을 기다릴 것을 전제조건으로 하는데 실상 하세월이다. 노동부가 지금 당장 이주노동자 고용 사업장의 숙소시설을 전수조사해 엄격히 시정명령을 내릴 게 아니라면 유명무실한 조항이다.

 

직장을 옮길 자유라는 노동자의 기본권을 이주노동자에게는 금지해놓고, 이주노동 현실을 전혀 모르는 탁상공론식 예외사유 몇 개를 추가한 이번 고시 개정은 졸렬하기 짝이 없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이주노동자가 사업주의 착취와 억압에도 전혀 협상력을 갖지 못하고 강제노동을 울며 겨자 먹기로 견디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사업장 이동 금지다.

 

외국인고용법으로 대표되는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가 부당한 처우, 비인간적 대우를 감내하다가 버틸 수 없게 되면 사업장에서 이탈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처음 시행된 15년 전부터 지속해서 국내외 비판을 받는 고용허가제를 전면 폐지하고 사업장 이동권 등 노동권을 이주노동자에게도 보장하는 ‘노동허가제’로 전환하는 것이 지금의 비인간적 이주노동 현실을 바꿀 유일한 대책이다. 정부는 이주노동자를 농락하는 고시 개정이 아니라 이주노동 정책의 근본 기조를 쇄신한 청사진을 제시하라.

 

2019년 2월 8일

녹 색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