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 겨울 누구를 주로 밥을 먹었을까?

경찰청장 업무추진비로 본 식구(食口)정치

 

지난 7일,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전 광주지방경찰청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16년 촛불집회 당시 이철성 경찰청장이 전화를 걸어 ‘민주화의 성지에 근무하니까 좋으냐’, ‘당신 말이야. 촛불 가지고 이 정권이 무너질 것 같으냐’는 등의 질책을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광주경찰청이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연일 계속되는 촛불집회에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민주화의 성지, 광주 시민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철성 경찰청장이 이 사실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진실공방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이지만 경찰청장의 태도는 분명히 문제가 될 수 있다.

지난 6월 16일 이철성 경찰청장은 2015년 민중총궐기 때 물대포에 맞아 숨을 거둔 백남기 농민의 유가족에게 사과를 했지만 투쟁본부는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진상규명이나 책임자 처벌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장이 진상규명 없이 사과의 의사만 밝히는 것은 문제일 수밖에 없다. 이철성 청장이 2014년 6월 11일 밀양 행정대집행 당시 경남경찰청장이었고 지금도 당시의 인권유린과 폭력에 관해 아무런 사과도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철성 청장의 태도는 더욱더 문제이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녹색당이 경찰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경찰청장의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에 따르면, 백남기 농민이 사망하기 전인 2016년 1월부터 8월까지 경찰청장이 사용한 업무추진비는 총 4,083만 1,215원이었고, 이 중에서 2월 29일에 있었던 ‘정부업무평가 3연 연속 우수 기관 선정 관련 전 직원 격려 간담회’ 비용 840만원(경찰복지식당)과 3월 16일의 ‘합동임용식 행사 예행연습 참가자 격려 간식’ 비용 734만7천원(롯데리아 온양점)을 제외하면 일상적인 집행액은 2,508만 4,215원이다. 이 총액을 개월 수로 나누면 한 달에 약 313만원이 집행된 셈이다.

8월 24일에 경찰청장이 강신명에서 이철성으로 바뀌고, 9월이 되면 백남기 농민의 이름도 사용내역에 등장한다. 9월 11일 ‘백남기 농민 청문회 관련 간담회’, 9월 25일 ‘백남기 농민 사망 관련 대책회의’가 열리고, 10월에는 업무추진비가 914만 7,100원으로 급등한다. 10월 29일부터 박근혜 퇴진 민중총궐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11월부터는 민중총궐기집회도 사용내역에 등장하고 경찰청장의 업무추진비도 1,271만 9,760원으로 증가한다. 12월에도 집회는 계속되고 경찰청장은 809만 7,700원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

2017년 1월의 업무추진비는 669만 4,800원이 사용되었고, 2월에는 경찰청장이 인천청과 경남청, 부산청 현장방문을 하고 직원간담회를 열면서 업무추진비 씀씀이가 커져 1,532만 3,900원의 업무추진비가 사용되었다. 그리고 탄핵인용이 있던 3월에는 1,242만 9,900원의 업무추진비가 사용되었다. 자료로 보면, 예전보다 업무추진비 지출규모가 몇 배로 늘어난 셈이다.

중요한 현안이 있기 때문에 경찰청장이 예전보다 많은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이 시기 동안 경찰청장의 업무추진비는 청사 출입 기자단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경찰 내부에 사용되었고, 경찰청장은 거의 매일 점심, 저녁을 업무추진비로 해결했다. 민감한 시국현안을 해결해야 할 경찰청장이 당시 만나야 할 사람들이 경찰 내부인이어야 했을까? 중요한 시국에도 경찰청장의 업무는 내부의 단속과 관리로 그쳤고, 경찰청 식구(食口)는 촛불의 광장과 만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철성 경찰청장은 11월 12일부터 매주 집회가 열리는 토요일마다 도시락 대책회의를 열었는데, 도시락 구입처를 살펴보면 대평갈비 8회, 제일제면소 3회, 본도시락 2회, chai797 광화문점 2회, 본죽 충정로역점 1회, 쿠벤공덕점 1회, 꼬륵 1회이다. 경찰청장도 밥을 먹어야 하니 도시락을 탓할 일은 없지만, 참고로 가장 많이 이용한 대평갈비 도시락은 특선 양념왕갈비 도시락, 일품 양념갈비 도시락, 대평 옛날불고기 도시락 세 종류였다.

서류상의 문제도 있다. 10월에 공개된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에는 총 49건의 집행이 있었는데, 공개된 자료는 35건이고 총액은 540만 6,100원이다. 즉 14건, 374만 1천원의 사용내역이 사라졌고 10월 24일 이후의 기록이 누락된 것으로 보인다. 왜 누락되었을까? 그리고 업무추진비 사용지침에 따르면, 50만원 이상을 집행할 경우 참여자의 신원을 기재하는데, 공개된 내역에선 그 부분을 찾을 수 없다. 또한 2016년 경우 가장 많은 업무추진비를 쓴 행사는 2월의 간담회와 3월의 예행연습 참가자 격려 간식인데, 이때 카드를 쓰지 않고 계좌이체를 했다. 식당과 롯데리아에서 카드를 쓰지 않고 계좌이체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 경찰청부터 업무추진비를 제대로 쓰고 제대로 공개해야 하지 않을까?

녹색당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경찰의 강압적인 태도가 바뀌지 않는 건 경찰 수뇌부와 연관되어 있다고 본다. 정부서울청사 앞 농성장을 행정대집행한 뒤 화단이 설치되고, 성주 소성리에서 인권침해가 반복되는 일을 보라. 검찰개혁만큼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가 경찰개혁이다. 이철성 경찰청장이 이 중요한 개혁을 맡을 수 있을까? 경찰 수뇌부를 바꿔야 경찰개혁이 가능하다.

 

2017년 8월 9일

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