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규제를 이유로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지 말라

노동부의 산업안전 인증 기한 단축조치를 규탄한다

 

지난 8월 5일 고용노동부는 차관 브리핑을 통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해 관련 분야 기업의 산업안전 인증 및 검사에 걸리는 기한을 최대한 단축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공정안전보고서(PSM),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안전인증 등 산업안전상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키겠다는 것이다. 인력을 더 투입해 기간을 단축시키기겠다고는 하나 산업안전과 같이 노동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부문의 인증 기한을 단축시키는 것의 위험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가질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도중 사망한 지난 겨울로부터 아직 1년의 시간도 흐르지 않았다. 서울 목동의 빗물펌프장에서 작업 중인 현대건설 협력업체 노동자 3명이 사망한 시간으로부터는 아직 1주일의 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한국의 산업재해 사망자는 1년에 2,400명 규모이고, 이는 하루 6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수치다. 아베 정권의 수출규제 대응 조치로 산업안전 인증기한을 단축시키겠다고 발표하는 문재인 정부는 한국의 이토록 위험한 산업환경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노동자의 생명은 경제위기라는 명분에 희생되어도 좋다고 여기는 것인가?

그 뿐 아니다.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300인 이하 사업장 주52시간 근로제 도입시기 유예를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이는 지난 7월 31일 노동부가 ‘일본의 수출 규제 대응을 고려해 마련했다’던 ‘재량간주근로시간제 운영 안내서’를 발표한 흐름과도 연결된다. 그러나 노동부가 발표한 안내서에 따르면 재량근로제 대상 업무범위는 제조업에서의 실물제품 뿐 아니라 SW, 게임, 금융상품과 같은 무평의 제품 연구개발 업무 등도 포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52시간 노동시간 제도가 사회적으로 충분히 자리잡기 전에 사실상 주52시간 제도를 흔드는 조치들을 정부와 여당이 앞장서서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작된 직후, 기업들은 수출규제 조치 대응을 명분으로 각종 환경규제를 공격하는 여론 작업을 본격화했고, 정부도 이에 휘둘리고 있는 모양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 각종 화학물질 재난을 막기 위해 기나긴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만들어진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 관리법’(화관법)을 국내 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문제적 환경규제로 몰아가는 우려스러운 상황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7월 29일 중소기업중앙회가 환경부와 가진 중소기업환경정책협의회에서 중앙회는 일본의 수출규제 등을 이유로 들며 여러 환경규제들을 완화해줄 것을 요청했고, 협의회의 공동위원장이기도 한 환경부 차관은 중소기업들과 소통하고 협력해갈 것이라 응답했다. 현대사회가 생산한 각종 화학물질로부터 최소한의 안전을 담보하고자 수년간의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노력들이 쌓여 만들어진 화평법과 화관법, 각종 환경규제들이 수출규제와 경제위기라는 명분 앞에 가장 먼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쯤되면 정부가 지키고자 하는 공공의 이익에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은 어디에 있는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위기라는 명분이 기업의 이익을 가장 먼저 보호하고,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하고 편안한 일상을 가장 먼저 파괴하는 우를 다시한번 범할까 우려스럽다. 아베 정권의 폭거로 진행되고 있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한국 경제에 여러 위기를 야기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희생해야 하는 것이 노동자의 생명과 시민의 안전일 수는 없다. 위기적 국면은 새로운 사회에 대한 전환적 상상력을 요청한다. 그리고 전환적 변화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노동자의 생명과 시민의 안전이 최우선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녹색당은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2019년 8월 6일

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