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비중 조정은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교육개혁은 기후위기와 불평등 문제를 마주해야 한다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현행 대입과정 중 정시의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는 바로 전 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을 강화하는 것에 먼저 집중하겠다고 밝힌 것과도 다른 내용이었다. 그리고 25일 정부는 수학능력시험을 통한 정시를 확대하겠다는 방향을 공식화했다. 이는 1년 전 대입과정 공론화를 통해 만들어낸 개편안과도 다른 내용이라 교육계는 물론 다수 시민들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발표로 문재인 정부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임명 과정에서 다시 한 번 불거진 한국사회의 교육 불평등 문제에 대한 장기적 관점과 본질적 문제 해결 의지가 부족함이 확인되었다. 교육부는 현재 논의 중인 대입 개편안의 최종안을 다음 달 말 발표할 예정이라 밝혔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논의의 양상이라면 어떤 개혁적인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

 

한국사회의 교육 불평등 문제를 입시의 공정성 문제로 해석하는 것은 매우 부족하고 부적절하다. 지금 촉발돼야 할 교육개혁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우리가 마주한 시대 위기, 불평등과 기후위기를 전제로 진행되어야 한다. 탄소기반 경제 성장주의는 경쟁 중심 입시교육의 기반이 되어왔다. 그러나 2019년 우리가 마주한 미래는 탄소기반 경제의 시급한 종결을 촉구하고 있다. 이제 우리가 마주한 미래는 축소 지향적인 저성장 시대가 될 수 밖에 없다. 그것이 우리 모두의 생존을 위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장 기후위기 과목을 줄세우기식 수학능력시험에 포함시킨다고 한들 성찰과 협력의 태도로 불평등과 치명적인 기후위기의 위협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겠는가. 교육개혁과 관련된 논의를 입시 비중 조정에 국한해 진행한다면 결국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지금의 위기적 징후, 불평등과 기후위기를 강화하는데 그치고 말 것이다. 교육은 평등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수단이 되기보단, 불평등을 강화하고, 무엇보다 각자도생의 논리를 빠르게 체화하는데 가장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녹색당은 시대적 과제의 본질을 마주하는 교육개혁을 요청한다. 그러지 않으면 결국 또 다시 입시 비중을 조정하는 류의 개편안을 매년 만들어내는 식의 사회적 낭비가 예상될 뿐이고, 그 사이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은 빠른 속도로 파괴될 것이며, 가장 약한 존재부터 생존의 권리를 잃어갈 것이다. 청소년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이렇게 질문한다. “어떤 사람은 나더러 지금은 미래를 위해서 공부를 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미래라니? 아무도 미래를 구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사라져버릴 지도 모를 미래를 위해서?” (제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교육개혁과 관련된 논의에서 꼭 확인해야 할 것이 또 하나 있다. 대학입시의 공정성을 기하는 논의 이전에 학력과 학벌이 사회적 권력이 되어 만들어낸 불평등에 대한 진단과 해결책이 꼭 필요하다는 점이다. 궁극적으로는 대학을 가지 않아도 차별받지 않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로 설정되어야 한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학력을 근거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한 차별금지법의 제정, 공기업 전면 블라인드 채용 등 오랜 기간 시민사회로부터 요구되었던 사회개혁 주제들이 지금의 교육불평등 문제 논의 안에 전격적으로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왜곡되고 과장된 한국사회 대학의 위상을 재구성할 수 있을 것이고, 대학을 포함한 교육 시스템 전반의 왜곡들이 확인되고 해체될 때 한 사회의 교육이 마주해야 할 진짜 위기들을 직시할 수 있을 것이다.

 

2019년 10월 29일

녹 색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