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의 국정농단, 경찰과 기업의 결탁, 이를 조장한 청와대
적폐청산이 아니라 공권력 바로 세우기가 필요하다.

나라의 근간이 다 무너졌다. 행정/입법/사법의 삼권분립을 비웃기라도 하듯 대법원은 청와대와 거래를 일삼았다. 법치주의라는 말이 무색하게 경찰청은 기업과 권력의 편에서 폭력을 일삼았고, 기무사는 시민들의 촛불집회를 무력으로 짓밟을 계엄계획을 짰다. 공권력의 행사가 법을 지키지 않고 기업이나 기득권의 편에 서니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최근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는 고 백남기농민 사망사건, 쌍용자동차 파업사건, 용산참사에 관한 심사결과를 발표했다. 진상조사위는 각 사건에서 경찰권 행사에 요구되는 최소침해의 원칙과 법익균형성 등이 지켜지지 않았고 법적 근거와 한계를 넘어 위법한 권력을 행사했으며 진상조사와 후속조치가 미비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심지어 용산참사가 벌어진 이후 경찰은 전국 사이버수사요원 900명을 투입해 사건과 관련된 각종 여론조사 투표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등 경찰 조직을 이용해 여론을 조성하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진상조사위는 쌍용자동차 파업 폭력진압이 청와대의 최종 승인으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는 공권력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심각한 범죄이다. 이렇게 부패하고 폭력적인 권력을 누가 합당하고 정당하다고 인정하겠는가?

이명박, 박근혜 두 최고권력자의 책임이 크지만 두 사람의 탓만 하기에는 책임의 범위가 더 넓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아직도 자신들의 죄를 인정하거나 뉘우치지 않고 있다. 용산참사를 일으킨 책임자인 김석기씨는 지금도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묵묵히 따르면 처벌은커녕 승진하고 승승장구할 수 있다면 어떤 공무원이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겠는가?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법을 무시하고 공권력을 사사로이 남용해도 아무런 처벌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누구라도 부패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그 부패의 정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을 내세우며 집권했다. 그런데 그 청산과정에서 몇몇 사람을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정부조직의 정당성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증명되고 있다. 가해자를 엄벌에 처할 뿐 아니라 권력의 정당성을 회복하기 위해 행정/입법/사법체계를 근본적으로 다시 설계해야 한다.

정당성을 상실한 권력이 폭력에 불과하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상식이다. 살기 위해 일자리는 필요하지만 폭력은 삶을 황폐하게 만든다. 촛불이 문재인 정부에게 원한 건 단지 생존이 아니라 안전하고 평등한 세상이었다는 점을 잊지 않길 바란다.

2018년 9월 7일
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