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계고 현장실습제도, “진짜” 폐지해야
12/1 정부의 ‘대응방안’에 부쳐

지난달 현장실습생의 비극적인 사고 이후 지난 12월 1일 정부는 ‘조기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을 내년부터 폐지한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동안 현장실습제도로 인한 사건·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유사한 대책을 이름만 바꿔가며 반복해서 내놓던 정부가 이번에는 ‘현장실습 폐지’를 들고 나왔다. 그런데 정작 그 내용을 살펴보면 현장실습제도를 아예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중심 현장실습’의 경우에는 허용한다는 단서가 있어 결국엔 현장실습제도를 여전히 유지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현장실습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당사자들은 물론, 교육 및 노동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현장실습제도 폐지를 줄기차게 주장해왔으나 교육당국은 여전히 얄팍한 꼼수로 문제의 해결을 외면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허용한다는 학습중심 현장실습제도란 무엇일까? 이는 지난 8월에 정부가 내놓은 『직업계고 현장실습제도 개선방안』에 담겨있던 것으로, 올해 초 전주에서 일어난 현장실습생의 자살 이후 내놓은 대책의 일부를 재탕한 것에 불과하다. 이에 따르면 현장실습제도를 근로중심이 아닌 학습중심으로 운영하기 위해 실습기간을 1개월 내외 원칙으로 하고, ‘학생’ 신분을 명확히 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것이 계획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학교와 기업이 공동으로 실습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기업은 전담지도자를 지정하여 실습생을 지도·관리해야하는데 학생들이 파견가는 업체들 대부분이 소규모여서 실습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한다든지 전담지도자가 실습생들을 ‘전담하여’ 지도·관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동안 현장실습 시 발생한 사고가 대부분 학생들을 혼자 방치하다 일어났고 업체는 학생들을 직업훈련의 대상이 아니라 값싸고 고분고분한 노동력으로 부려먹었다는 점에서 이는 말만 앞세운 대책이 되기 십상이다.

또한 이번 ‘12/1 대응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취업률 지표를 여전히 활용할 계획이다. 업체가 실습생들을 장시간 노동에 혹사시키고 성희롱이나 폭언을 일삼는 동안 학교, 교육청이 이를 묵인 또는 방조했던 중요한 이유는 바로 취업률 때문이었다. 교육부는 취업률로 학교와 교육청을 평가하여 인센티브를 주거나 통폐합하겠다고 협박하는 가운데, 학교는 실습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오로지 취업률만 높이면 되었다. 취업실적을 부풀리기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문제해결은 취업률로 학교를 쥐락펴락하는 교육부의 오랜 관행이자 적폐를 없애는 것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교육부는 여전히 ‘개선’, ‘보완’ 운운할 뿐이다.

결론적으로 12월 1일 정부가 내놓은 대응방안은 현장실습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할 미봉책에 불과하다. 우리는 어떻게 현장실습제도를 개선하고 보완할지가 아니라 안전사고나 사망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는데도 왜 땜질식 처방으로 이 제도를 유지하려는지 묻고 싶다.

특성화고는 취업을 위해 존재하고, 취업을 위해선 현장실습이 필요하다는 상식 아닌 상식을 깨뜨려보자. 취업을 위해서는 현장실습을 반드시 거쳐야 할까? 현재 만연한 불안정한 일자리, 특히 20대 청년들에게 더욱 가혹한 노동시장에서 현장실습은 기업이 손쉽고 값싸게 학생들을 부려먹는 통로로 활용될 뿐이다. 게다가 기업은 실업문제를 개인의 능력과 경험부족 탓으로 돌린다. 청년들의 취업률을 높이려면 현장실습이 아니라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확실한 방법이다.

또한 중등교육과정을 미처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조기에 취업을 하는 것이 개인이나 사회에 바람직한 일일까? 오히려 장차 어떤 형태로든 노동을 하게 될 미래의 노동자에게 고작 몇 달간의 실습경험보다는 노동자의 권리와 관련 제도 등을 배우는 것이 더 유익할 것이다. 자신이 노동자로서 마땅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조차 모른 채 무시당하고 차별을 받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내린 안타까운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런 점에서 중등교육 단계에서 오로지 취업만을 위해 별도의 학교가 존재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다시 말해 직업계고와 일반계고로 나눠 개인의 진로를 이른 시기에 구분하는 현 교육과정이 여전히 유효하고 타당한 것인지 생각해보자. 우리 사회에서 민주적인 시민으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교양과 지식을 습득하는 곳이 중등교육과정이라면 이는 대학에 진학할 사람이건 노동시장에 진출할 사람이건 공통으로 적용되어야 마땅하다. 대학에 갈 사람도 직업교육과정이 필요하고 취업할 사람도 인류가 축적한 방대한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길잡이가 필요하다. 굳이 대학에 갈 사람과 취업할 사람을 따로 구분하고 교육의 내용조차 달리 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2017년 12월 5일
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