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0일, 청와대는 ‘2018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으로부터 받은 풍산개 ‘곰이’가 출산한 강아지 6마리를 공모를 통해 서울, 인천, 대전, 광주 등 4개 지자체 동물원으로 보냈다. 풍산개 ‘곰이’와 ‘송산이’가 역사적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평화의 염원을 담은 상징적인 존재임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청와대가 새로 태어난 강아지들을 동물원에 보낸 것은 반생명적이며 반동물권적이다. 청와대는 동물을 평화와 번영을 상징하는 도구로만 사용할 것이 아니라 풍산개들이 반려동물로서의 본성을 최대한 누리고 살 수 있도록 책임지고, 그 과정에서 생명의 존엄성을 알리는 계기로 삼았어야 했다.

좋은 동물원이란 없다. 특히 인간과 교감하고 사적인 관계를 맺고자 하는 성향이 매우 강한 개의 본성을 고려할 때 동물원으로 강아지들을 보낸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평균 수명이 15년인 개들의 동물원에서의 삶은 성장과정 중 다른 시설로 보내지거나 사육사 변경가능성이 높고 다른 동물들과의 관계에서도 부작용이 예상된다. 더욱이 종 보존을 이유로 원치 않은 임신과 출산 그리고 이별을 계속 겪는 가운데 새로운 생명들은 또 다시 헐값에 팔려가는 수난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 참고로 이번에 풍산개 ‘별이’가 옮겨간 광주광역시 우치동물원은 무분별한 번식으로 사육장이 부족해지자 풍산개를 비롯한 강아지들을 단돈 2∼5만원에 팔아버린 전례가 있으며, 열악한 사육환경과 비전문성, 관리 소홀로 여러 마리 동물들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기도 했다.

한편 ‘곰이’와 ‘송산이’ 그리고 6마리 강아지들의 동물등록이 되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만약 동물등록을 하지 않았다면 이는 명백한 규정 위반이다. 또한 그들에게 중성화수술을 하지 않았다면 한 해 10만 마리가 넘는 반려동물이 유기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현 정부의 동물보호 정책에 반하는 것이다.

살아있는 동물을 국가 간에 선물로 주고받는 것은 전 근대적인 외교방식이다. 타자의 삶을 존중하고 비인간동물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고민하는 오늘날 대다수 세계시민의 정서에도 어긋난다. 평화를 상징하는 생명체를 동물원에 전시한다고 해서 그 평화가 지켜지는가? 진정한 평화는 인간 뿐 아니라 모든 생명을 소중히 여길 때 가능한 것이다. 고유한 삶이 있는 존재를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는 것은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구태적 행정 발상일 뿐이다. 우리 국민들은 많은 동물들이 정치적 이벤트를 통해 초기 관심을 받은 이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거나 불행한 결말을 맺는 것을 보아왔다. 더 이상의 비극을 되풀이 하지 말라.

녹색당은 청와대가 북한에서 받은 풍산개가 낳은 강아지들을 동물원 등에 보내는 것에 반대한다. 지금이라도 동물원 이전을 취소하고 풍산개들이 책임감 있는 반려인을 만나 반려견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안마련을 촉구한다. 무엇보다도 녹색당은 궁극적으로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고 비인간동물의 삶 역시 온전히 존중받는 세상을 위해 헌법에 동물권을 명시하고,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현행 민법을 개정하는데 앞장설 것이다.

 

2019. 9. 4
녹색당 동물권위원회(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