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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논문의 공공 접근권(Open Access)을 보장하라

이번 학기에 들어서 많은 대학교에서 학생 및 교수를 포함하여 여러 연구자들이 당황스러운 일을 경험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큰 많은 학술논문 DB를 가지고 있는 DBpia(누리미디어)가 구독료를 대폭 인상하면서, 각 대학의 도서관들이 예산 제약으로 학술DB 이용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접근가능한 학술지 수를 줄였기 때문이다. 누리미디어측은 해외 학술DB와 비교하면서 논문 편당 구독단가가 매우 낮다며 높은 인상율 요구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오히려 대학 당국이 예산을 충분히 배정하지 않은 탓이라고 화살을 반대로 돌렸다. 대학 당국이 학술DB 구독 예산의 감축이 우려스러운 것은 맞지만, 그것은 누리미디어가 지적할 일이 아니다. 누리미디어의 욕심으로 학생과 연구자들의 DBpia 접근권은 제약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갑작스런 학술DB 구독료 대폭 인상과 연구자들의 학술논문 접근 제약 문제는 사회가 보장하여야 할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연구자들이 창출해내는 지식과 정보는 공공재다. 넓게는 인류 전체 좁게는 한 사회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 누구든 접근․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세계인권헌장>에서도 명시되어 있는 기본권이다. 또한 보다 타당한 지식과 정보가 생산되기 위해서도 연구자들이 제약 없이 연구결과물에 접근하여 분석하고 비판․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연구자들이 학술논문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가 제약받고 있는 지금의 ‘DBpia 사태’는 계속 방치해서는 안된다. 그 탐욕은 올해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태는 애초에 학술논문 DB 구축과 서비스 체계가 공적으로 구축되지 못하고, 누리미디와 같은 민간기업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고 있는 탓이 크다. 정부는 공공 접근권(Open Access)을 위한 학술DB 구축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그래서 민간기업이 자신의 우월적 지위로 연구자들의 학술논문 접근성을 제약하는 상황에서 무기력하다. 오히려 누리미디어는 정부의 공공 접근권 사업까지 좌초시키려고 시도하고 있다. 일부 정치인까지 가세하고 있다. 그들은 정부 여러 기관이 개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공 접근권 사업이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짐짓 정부 개혁자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민간사업자의 지속적인 이윤 창출을 위해 공공 접근권 사업을 축소․중단시키려는 시도일 뿐이다.

학술논문의 공공 접근권 사업을 축소․폐지시키기 위해서는 이상한 논리까지 동원되고 있다. 지난 해 9월에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제기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이개호 의원은 “학술 주권 침해와 국부 유출 확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학술논문의 무료공개 사업 중단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학술 주권’이 뭘 의미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다만 전세계적인 공공 접근권 운동에 동참하면 한국의 연구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논문의 종류와 수가 더 많아진다. 혹시 우리는 막으면서 다른 나라 연구자들의 논문만 접근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가. 그것이 ‘학술 주권’인가. ‘국부 유출’ 주장도 어리둥절하다. 한국 정부의 연구비를 받아 게재한 연구 논문을 위해 해외 저널에 돈을 지불해야 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것은 공공 접근권을 더욱 강화해서 바로 잡을 일이다. 외국 기업에 내는 돈을 국내 민간기업에게 내게 하자는 ‘국부 유출’론이 제정신인가.

녹색당은 정부가 추진하는 학술논문의 공공 접근성 사업을 원칙적으로 찬성하여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바로잡아야 할 점이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여러 기관에 의해 중복적으로 진행되는 비효율성 문제를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는 연구자들이 공공 접근권 운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설득하는 일이다. 사실 여러 연구자들이 정부의 이 사업에 불만을 가지는 것은 사업 자체에 있지 않다. 연구를 평가하고 지원하는 정부 기관이 반강제적으로 학술논문의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일부에서는 연구자들이 가진 일종의 재산권을 강탈하는 것이 아니냐는 인식도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정부 연구비를 통해서 진행된 연구 결과물을 공공에 공개하는 것을 두고 그렇게 이야기할 수는 없다. 정부지원 연구 성과에 대해 별도의 저작권료를 지불하는 것은 학생이나 동료연구자의 입장에선 이중 지불이다

문제의 핵심은 정부 연구비 지원으로 나온 학술논문의 저작권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있다. 사실 기존에 민간기업에 의해서 서비스되는 논문에 대해서 해당 저작권자가 경제적 보상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학회에 저작권이 양도된 것으로 여겨졌고 학회는 민간기업으로부터 수입을 얻어 운영비에 보태고 있었을 뿐이다. 정부의 공공 접근권 사업을 비판하면서 언급되는 저작권의 강제적 양도는 실상 민간기업 측에서도 크게 자유롭지 않다. 이제는 연구자의 저작권을 명확히 인정하면서도, 공적 지원을 통해서 생산된 연구 성과에 대한 공공 접근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제도적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연구자 공동체의 자발적 참여가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다.

누리미디어와 일부 정치인들은 정부의 학술논문 공공 접근권 사업을 뒤흔들려는 시도는 중단하라. 또한 누리미디어는 이윤 추구를 위해서 벌이고 있는 급격한 구독료 인상 정책을 철회하고, 학생과 연구자들이 학술논문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한편 정부는 이번 <DBpia 사태>를 계기로 학술논문의 공공 접근권 사업을 보다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걸림돌이 되고 있는 연구자들의 저작권을 존중하고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시급히 찾고, 연구자들의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국가 기관보다는 연구자 단체에 의해서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다만 정부 연구비를 받아서 진행한 연구 성과에 대해서, 연구자들이 자신의 배타적인 저작권만을 주장하여 공공 접근권을 거부하는 경우는 명확히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2016. 4. 5.

녹색당 정책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