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오늘, 지구는 기후위기로 신음하고 있다. 시베리아 영구동토층 위에 세워져 있던 경유 탱크가 지반 침하로 인해 무너졌다. 미국 서부 지역 산불이 한 달 넘게 지속되면서 남한 면적의 20%에 해당하는 숲이 불탔다. 중국에 40일 넘게 폭우가 쏟아졌다. 한반도는 유례없이 긴 장마에 이어 슈퍼 태풍이 잇따라 들이닥쳤다. 남극 빙붕의 60%가 균열의 위험에 처했다. 올해 여름 북반구 기온은 기록을 갖고 있는 지난 130년 중에 가장 높았다. 올 여름 북극 빙하의 양은 최저 기록을 갱신할 것이다. 지구의 기후시스템은 온도 1℃ 상승에 격렬히 반응하고 있다. 비상사태다. 화석연료를 연소하여 에너지를 얻고 있는 현대 문명은 존망의 기로에 서 있다. 이제 1.5℃까지 겨우 0.5℃ 남았다. 온실가스 배출을 시급히 줄여야 하는 절대 과제가 인류에게 부과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회 환경노동위는 2020년 9월 22일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를 결의했다. 결의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대한민국 국회는 IPCC 1.5℃ 특별보고서의 권고를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정부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이에 부합하도록 적극적으로 상향하고,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를 목표로 장기저탄소발전전략을 수립하여 국제사회에 제출하며, 이를 이행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추진할 것을 촉구한다는 것이다. 이 결의는 몹시 실망스러운 것이다. 국회가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첫째, 결의안에는 2030년까지의 감축목표가 없다. 2050년까지 순배출 제로를 목표로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2050년은 먼 미래의 일이다.

둘째, 국회는 감축목표 적극 상향을 ‘정부에 촉구’한다고 했다. 국회만이 할 수 있는 일, 국회가 스스로 해야만 하는 일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감축목표를 ‘법률에 규정’하겠다고 결의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11위, OECD 국가 중 5위이다. 대한민국이 이렇게 과다 배출국이 된 데는 국회의 책임이 크다. 국회는 2010년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하면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정부’가 정하도록 위임하였다. 법률의 위임을 받아 감축목표를 정한 대통령령은 몇 차례 변경되었다. 2010년 대통령령에서는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 대비 30% 감축(약 5억 4,300만 톤)’ 한다고 정하였다. 그러나, 이후 온실가스 배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였고 2020년에 목표 달성이 불가능해지자, 정부는 2016년에 슬그머니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 대비 37%까지 감축”한다고 개정하였다. 표현을 바꾸었을 뿐 종전과 거의 동일한 5억 3,600만 톤이다. 목표 달성 시기만 10년 늦추었다. 배출량은 급증하여 2017년에는 7억 톤을 넘어섰다. 현 정부는 2019년에 대통령령을 “2017년의 온실가스 배출량(7억 910만 톤)의 24.4%만큼 감축된 량”이라고 개정하였다. 계산해 보면 종전과 동일한 5억 3,600만 톤이다. 이렇듯, 감축목표를 법률로 직접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는 지난 10년간 국민들이 모르는 사이에 자의적으로, 편의에 따라 개악해 왔던 것이다. 국회는 감축목표를 법률에 직접 규정해야 한다. ‘정부’에 떠넘기지 말라.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위원회(IPCC)는 2018년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회의에서 “1.5℃ 특별보고서”를 195개국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파리 협정 당시인 2015년에 제출된 각 국의 감축목표가 모두 이행되더라도 금세기 말까지 3.2℃가 오르기 때문에, 위 특별보고서는 파리협정보다 더욱 강화된 감축노력을 주문하고 있다. 기온상승을 1.5℃ 이내로 막기 위해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감축해야 하고, 2050년까지 순 배출량을 제로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2050년 순배출 제로에 도달하기 위한 탄소예산이 2018년 1월 1일 기준으로 4,200억 톤이 남아있다. 이를 초과하면 지구온난화를 1.5℃ 이내로 억제할 수 없다. 인류는 현재 매년 420억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추세대로라면 2027년에 탄소예산이 모두 소진되고 온난화는 1.5℃를 넘어서게 된다. 그 이후에는 기후는 인류의 손을 떠난다. 우리에게 시간이 무한정 남아 있는 것이 아니다. 7년 내로 결판이 난다.

대한민국 정부는 파리협정에 따라 올해 안으로 유엔에 2025년까지의 국가감축목표(NDC)와 2050년까지의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을 제출해야 할 의무가 있다. 감축목표를 얼마로 적어 내야 하는가? 당연히 국제적 합의인 IPCC 1.5℃ 특별보고서에 따라야 한다.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으로 2050년까지 배출 제로를, 국가감축목표로 2030년까지 45% 감축((=배출량 3억 6,000만 톤)한다는 것을 전제로 2025년의 목표수치를 제출해야 한다.

국회는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감축하고, 2050년까지 순배출을 제로로 한다는 목표를 선언하고 법률에 직접 규정해야 한다. 정부는 이 목표대로 유엔에 국가감축목표와 장기저탄소발전전략을 제출해야 한다. 국회가 감축목표 상향을 ‘정부에 촉구’하는 것은 직무 유기다. 국회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정부에 미루지 말라. 국회와 국회의원들은 대한민국과 인류공동체가 당면하고 있는 이 위기의 엄중함을 정말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2020년 9월 23일

녹색당 기후정의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