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이 일자리다 : 후쿠시마 핵사고 5주기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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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핵사고가 일어난지 겨우 5년이 지났다. 사고는 수습되지 않았으며, 과연 완전한 수습이라는 것이 가능한지 의구심을 들게 한다. 여전히 후무시마의 방사능 피난민들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으며, 녹아 내린 핵연료를 모두 거둬들이지도 못했다. 땅을 얼리는 등의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들이 실험되고 있지만, 여전히 매일 수백 톤의 방사능 오염수가 태평양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과연 괜찮은 것일까? 그럴 리가 없다. 후쿠시마 인근 지역 어린이의 갑상선 암 발생률은 일본 타 지역에 비해 20~50배까지 높다는 언론보도는 그저 한 조각의 진실을 보여줄 뿐이다. 일본 정부는 핵사고 수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핵사고의 대재앙 앞에 인류의 어떤 사회도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점차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핵발전소로부터 안전할까? 한국은 미국, 러시아, 프랑스, 일본, 중국에 이어 전 세계 6번째로 많은 핵 발전소를 보유하고 있다(2015년 기준). 원전 밀집도는 세계에서 제일 높다. 고리 핵발전 단지 인근 30km 반경 안에 340만 명이나 거주하고 있다는 점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사실이다. 최근에는 부실 부품이 허위로 작성된 서류와 함께 한동안 납품됐던 게 적발되기도 했다. 고리 1호기는 다행히 폐쇄 결정이 나왔지만, 월성 1호기는 수명 연장이 결정되어 위험천만한 운전이 계속되고 있다. 그렇지만 핵발전소를 추가적으로 더 건설하겠다며 한국 정부는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대재앙으로 달려가는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가 폭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 세계의 흐름은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후쿠시마 사건에서 교훈을 얻은 나라들이 탈핵을 기조로 에너지 전환 정책을 펼치고 있다. 독일, 덴마크 등이 대표적인 나라다. 원자력 에너지의 비율을 줄이고 대신 태양광발전 같은 재생가능에너지에 투자하고 있다. 작년에 가까운 나라, 대만은 다 지어놓고도 핵발전소 가동하지 않겠다는 주목할 만한 결정을 하였다.

한국만 뒤떨어져 가고 있다. 전력 수요가 정체되어 가고 있고 발전설비가 남아돌고 있지만, 핵발전소를 더 짓겠다는 정책은 흔들림이 없다. 한국 정부는 중국 동해안가에 무더기로 핵발전소를 짓겠다는 중국 정부 그리고 후쿠시마 핵사고에도 불구하고 핵발전소를 하나씩 재가동하고 있는 일본의 아베 정부와 함께 대재앙을 향한 죽음의 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당장 멈춰 서야 한다.

핵발전소를 폐쇄하는 것은 대재앙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이기도 하지만, 희망을 찾는 길이기도 하다. 핵발전소(그리고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석탄발전소)를 대신할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은 수많은 이점이 있다. 초고압 송전탑으로 인한 갈등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해외 에너지 의존도를 낮출 수도 있다. 또한 지역분산적인 에너지 시스템의 도입으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 자치를 강화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재생에너지는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재생가능에너지는 비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원자력 에너지를 쓸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많지만 2010년을 기점으로 일부 지역과 국가에서는 태양광발전 단가가 핵발전의 단가보다 낮아지고 있다. 그리고 재생가능에너지는 원자력 에너지에 비해 무려 4배나 많은 일자리가 생긴다. 원자력, 화력 에너지 산업 같은 경우에는 투자자들이 주로 이익을 독점하지만 고용효과가 좋은 태양광 산업 같은 경우는 경제적 혜택을 나누는 것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는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두 정부가 만들어낸 일자리 모두 목표치에 크게 못 미쳤고, 대부분이 고용안정성과 임금이 떨어지는 저질 일자리였다.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핵사고를 수습하는 작업에 피폭을 무릅쓰고 많은 청년들이 들어가고 있다. 생계를 유지할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 불가피한 선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이런 질 나쁘고 위험한 일자리일까. 다른 선택은 불가능한가.

녹색당은 나쁘고 위험한 전기가 아닌 착하고 안전한 전기를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 에너지전환기본법 제정과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20%로 확대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은 일석이조다. 청년에게는 녹색일자리를, 시민에게는 안전한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처럼 원전사고가 터진 뒤 수많은 젊은이를 방사능 피폭 지역 일자리로 내 몰지 말고, 탈핵하여 청년들에게 재생가능 에너지 녹색 일자리를 주자!

2016. 3. 10.

녹색당 정책대변인 신지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