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이른 불법촬영 및 비동의유포 피해자를 기리며-
이름 없는 추모제

❚ 때 : 2019.01.30.(수) 저녁 7시
❚ 곳 :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 앞
❚ 주관 : 녹색당, 불꽃페미액션, 페미당 창당모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
❚ 순서 : 사회 – 김지윤 (녹색당 정책팀장)
❍ 추모공연 : 신지영 (한국무용수)
❍ 피해경험 당사자 발언문 대독 : 안소정 (녹색당 경기도당 공동운영위원장)
❍ 추모 발언
•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의원)
•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 김미현 (불꽃페미액션 활동가)
• 서나래 (페미당 창당모임 활동가)
• 이효린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
❍ 현장 참여자 발언
❍ 친구의 죽음을 경험한 당사자의 발언
❍ 공동발언문 낭독 : 한누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 방송통신위원회 요구안 낭독 : 참석자 다 같이

 

❚ 추모제 취지

1. 웹하드는 그동안 불법촬영물을 유통, 판매하여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는 등 여성폭력을 산업화하여 그 구조를 공고히 해왔으나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실효성 있는 제재를 받지 않아왔습니다.

2. 방송통신위원회는 웹하드 관리감독의 소관 부처로 웹하드 내의 불법촬영물 유통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웹하드의 이러한 행태를 방조해왔습니다.

3. 책무를 다 하지 않은 정부와 방송통신위원회로 인해 웹하드 ‘국산야동’의 당사자로서 ‘사회적 타살’에 이르게 된 피해자들에 대한 추모제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추모제에서는 추모공연과 추모발언, 방송통신위원회에 전달할 요구안 제창 등이 진행됩니다.

4. 이름 없는 추모제 이후, 주관단위는 방송통신위원회 이효성 위원장과의 면담을 진행하며 [불법촬영•유포 근절을 위한 여성들의 요구안]과 온라인 추모페이지에 모인 시민의견을 전달하고자 합니다.(https://govcraft.org/campaigns/149)

5. 언론사의 많은 취재와 보도를 요청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피해경험 당사자의 발언문

현재 저는 리벤지포르노 유출영상의 피해자입니다. 현재 웹하드와 토렌트쪽에 퍼져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첫 발견시 심장이 멈출것같은 심리적 불안감과 어떻게 뭘 해야될지 모르는 충격감으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대로 자살하면 이 불안감과 고통이 다 끝날까 하는 생각도 수차례했습니다. 하지만 일단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웹하드 업체에 지속적 삭제를 요청하는 것도 제가 그 영상물을 발견해야 하며 신고서도 작성해야됩니다 바로바로 삭제는 안되고 최소한 반나절은 걸렸습니다.

형사조사를 시작하면서 피해자인 저에게 발견된 영상물과 주소, 영상유포자 , 영상내용 까지 모든걸 캡쳐해서 자료화 한다음 진정서를 쓰라고 했습니다.. 피해자인 제가 그영상물을 찾는것도 죽을것같은 고통인 상황인데 국가에서 아무것도 못해주는 것이 너무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렇게 고소자료를 만들고 웹하드 업체에게 신고를 했지만 계속적으로 유포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결국적으로 개인비용을 들여 월 200씩 디지털장의사 업체에게 유포를 막아달라고 의뢰까지했지만 그쪽 업체도 이게 100% 없어지는건 아니다라는 조건으로 계약을 했습니다.. 너무나 세상이 원망스럽습니다 왜 피해자인 제가.. 이렇게까지 고통스럽게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삭제비용 , 캡쳐채증를 해야되나요.. 왜 범죄자처럼 고통스럽게 세상을 살아야되나요.. 너무 힘들고 외롭고 무서워서 자살시도까지 해봤습니다.. 허나 더 저를 힘들게 하는건 저는 피해자인데 저 주변 지인들이 이사실을 알고 너는 그런애다 라는 느낌의 시선이였습니다.. 저는.. 단순 피해자였습니다.. 누군가 저를 구제해주고 저의 아픔을 보듬어주기를 바랬습니다 허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웹하드 업체에서는 자신들이 할수있는거라곤 삭제요청시 삭제만 해주는거였습니다 원천적 동영상 삭제는 자기들의 필터링업체를 소개시켜주면서 거액의 비용처리를 요구했습니다… 또한 그런 유포자들에게 영구정지나 강제탈퇴같은 제재도 없으며 단순하게 7주일 업로드 정지뿐.. 그렇게 계속적으로 퍼져나가는 영상물들과 유포자들에게 저의 삶이 모든 인생이 뽑혀나갔습니다.. 저는 그 영상 사건이후 다니던 직장도 알고지내던 지인 가족들과도 모든 연락을 끊고 홀로 지냅니다.. 세상이 원망스럽습니다 너무 모든게 무섭고 싫습니다. 저도 행복한 사람이였습니다.. 다른이들처럼 즐기고 웃으며 살았습니다 허나 이러한 유포자들과 플랫폼 업체들 관련법이 너무나 미약하고 저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너무 힘들었습니다….

유포자들은 단순 음란물유포죄로 100만원 정도 약식기소나 나오고 업체들은 나몰라라 하고 벌금 맞아도 고작 300백만원이랍니다. 버는건 억단위인데.. 그렇니 이런 범죄영상물에 코웃음치면서 아무렇게 스스로 자정활동을 안합니다. 어떻게 이런 법적 제도가 없는지요.. 유포자들은 최소한 성범죄로 다스려야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겪는 이 고통은 아무도 몰라주고 알수도없습니다. 사형수마냥 모든 인생이 인터넷에 퍼졌다고 생각하시면됩니다 누군가 날 알아볼까봐 누군가 나를 저런 더러운인간 이라고 생각할까봐라는 피해의식속에 점점 지쳐가며 하루마다 매일 울고 정신과 상담도 받고있습니다..

현재는 어떻게든 이런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최선을 다하고있습니다만 정말 법적제재든 형사처벌이든… 저같은 피해자들이 구제 받을 수 있는 법안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또한.. 형사들도 저같은 범죄피해자는 실적에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하는지 적극적으로 하는것같지도 않습니다… 검거하는데 최대 3달이나 걸린다는게.. 너무 고통스럽고 힘듭니다 그러는동안 제 영상 계속 유포되고…저는 점점 더 숨어지내겠죠… 저도.. 행복한 저의 시절로 돌아가고싶습니다.. 또 저같은 피해자들이 그 수많은 웹하드 업체 자료안에 업로드되고 다운되며 각종 조롱섞인 댓글로 모욕을 당합니다..

피해자들은 피해자입니다. 가해자와 유포자 이런 방조하는 각종 웹하드, 토렌트 같은 업체들은 강력한 법적처벌이 필요하며.. 저같은 피해자들이 두 번다시 울지않고 또한 저같은 극단적 생각을 갖지못하게 피해자 구제에 국가가 시급하게 나서야됩니다…

유포자들과 웹하드 업체들은 강력하게 단속하지 않는다면 리벤지 포르노나 각종 유출영상물
(화장실 몰카 // 버스 , 지하철 몰카 // 개인성관계영상물 // Ip 카메라 영상물)은 계속 유포될겁니다. 또한 이러한 범죄영상물을 지속적으로 올려주게 하는 각종업체들도 수사 대상으로 해야됩니다 이 업체들은 자신들이 필터링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도 서로 자료를 많이 올려서 수요자들을 끌어오는게 오직 목적입니다 결국 피해범죄영상도 다 돈으로 인식되는거겠죠. 피해자들은 어떻게 사는지 어떤 고통인지 생각할 필요도없이 단순하게 돈으로 생각하는겁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 다운로드들에게도 문제가 있습니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도있습니다. 수요를 끊어야지 공급도 막을수있겠죠.. 그들이 즐기고 웃는동안 몰카 피해자들은 신고도 못하고 숨고 울고지냅니다… 그들은 왜 울어야되며 왜 숨어야되나요.. 왜 유포자들과 업체들 다운로드더들은 더 활발하게 행동하고 그럴까요..
하루 빨리 몰카판매금지법과 웹하드 업체 및 유포자들에게 강력한 법적처벌을 요합니다..

또한 제가 신고를 해도 사이버수사팀에서는 인력부족과 사건 순차적 해결을 위해서 최소 3달이상은 걸릴것같다고 했습니다… 그 3달동안 저는 평생의 고통을 다 겪으면서 사회생활도 단절되고 범죄자처럼 집안에서 보내야된다는 사실에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또한 저같은 이런 번거로움으로 피해자들은 신고를 꺼리거나 그냥 포기하거나.. 아님 자살이나 이민을 택하는 경우도 있을지 모릅니다… 정말 개인유출영상물이나 몰카영상물을 신고하기가 너무나 까다롭고 사이버수사대 사이트에서 신고를 해도 3자든 피해자든 사이버수사팀으로 출석해야된다고 하니 유포는 아무 계속적으로 유포될것같습니다.

또 방통위에 사이트 신고를해도 최소 1달이상 심의가 걸립니다…. 그동안 제 영상물은 모든 사람들에게 유포되겠죠…

또한 웹하드에서 무분별하게 유포되는 몰카영상물이나 유출영상물의 삭제를 요청해도 하루에 3건-5건으로 제한되어있는 사이트들이 많습니다… 그 웹하드 업체들은 이런 범죄영상물이 올라는걸 막지 않습니다 다 다운로더를 오게하는 돈벌이 수단이죠.. 유포자들도 사이트안에서 처벌하지도 않습니다. 기껏해야 5일 업로드 금지가 전부입니다.

현재는 5명을 고소했고.. 매달 200만원씩 주는 업체에서 30명정도 채증을 해줘서 이번달 안으로 다시 고소를 할까합니다.. 언제까지 이 힘든 싸움을 저 혼자서 제 자비로 이렇게 살아야되는지.. 하루하루가 너무나 죽고싶고요.. 매일 아침이 두렵고 사람들이 저를 쳐다보는것도 두렵습니다..

또한 이러한 유포자들은 성범죄로 처벌하지 않는 이상 절대로 유출영상물들은 사라지 않을거구요 유포자들은 처벌받아도 항상 기소유예나 벌금으로 100만원-200만원이랍니다. 어떤 카페에서 보니깐 국산유출물, 화장실몰카영상 2천건이나 올린사람은 처벌로 벌금형 150만원을 받았다고합니다 그러면서 글로 2천건이나 올려서 최소 400만원이상 나올줄알았는데 별거 없네요 150만원이면 그냥 내버리고말죠~ 이러한 글로 피해자들의 마음을 뭉개버립니다.

이 영상물을 받는 다운로더들도 벌금형이든 법칙금이든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면 계속적으로 영상물은 유포되고 저같은 피해자는 매년 증가할겁니다. 웹하드 업체들이 방조하는것도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 영상물들이 유포되고 업체들이 고발이나 처벌받아도 고작 300만원정도라고 합니다 웹하드는 매달 억단위로 돈을 버는데 이러한 벌금이 무슨 씨알이나 먹힐까요..

저같은 피해자가 또 생기지 않게 도와주세요…

너무 힘들고.. 세상이 두렵습니다..

감사합니다.

❚ 추모 발언 : 김미현 (불꽃페미액션 활동가)

저희 액션단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거나 집회를 한 사진에는 이른바 외모품평과 악플이 달리곤 합니다. 어떤 게시물들은 좌표가 찍히고 일베같은 남초커뮤니티에 박제되어 무차별한 폭격을 겪기도 합니다. 강간 협박과 신상을 암시하는 댓글들도 있습니다 익명의 사람들이 던지는 말들 비수가 되어 액션단원들의 마음에 박혔습니다. 정신과를 찾아가거나 상담센터를 찾는 주변의 친구들이 늘어갔습니다.

시사프로그램에서 웹하드 카르텔을 봤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습니다. 피해촬영물을 다운받은 사람들이 100원, 200원을 내고 영상을 다운을 받는 동안, 웹하드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몇십억 몇백억의 부를 쌓는 동안, 피해자들은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익명의 사람들이 나를 소비하고, 나를 보고 할 말들을 상상하는 시간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액션단원들의 경험을 빗대어 짐작하려 해도 도무지 그 크기를 짐작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가 오늘 추모하는, 차마 자신이 당한 피해를 자신이 세상에 말하지도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 이분들의 심경을 저는 감히 ‘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소라넷은 99년에 만들어졌습니다. 어쩌면 여기 계신 몇몇 분들은 태어나기 전일지도 모릅니다. 소라넷은 몇년 전 없어졌지만 하지만 아직도 많은 불법사이트들과 웹하드에서 ‘노모자이크’ ‘한국야동’이라는 이름으로 불법촬영물과 비동의유포영상들이 떠돌고 있습니다. 근 이십여년의 역사동안 얼마나 많은 피해촬영물이 유통되었을까요?

지난해, 더 이상의 몰카는 없어야 한다고, 몰카는 불법피해촬영물이라고 여기있는 사람들과 많은 분들이 함께 외치고 공감하고 거리에 나온 덕분에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지워야할 영상은 끝이 없고, 매일 새로운 영상들이 온라인에 올라옵니다. 바꿔야할 법률도 아직 많이 있습니다.

‘타인의 고통’을 쓴 수전 손택은 타인의 고통을 마주하는 사람들이 그 고통에 연대하고 도움울 줄 수 있을 때, 공감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고통들에 대해서는 무뎌지고 눈감게 된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내일 모레부터 설 연휴가 시작됩니다. 저와 성씨가 같다는 모르는 가부장에게 제사를 지내는 것보다, 오늘의 추모제를 지내는게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이상 무뎌지지 않기 위해, 눈 감지 않기 위해서요.

오늘의 추모제가 피해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다시는 이러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 이 싸움을 이어나가겠다고 서로 약속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랍니다. 약속해주실거죠? 감사합니다.

❚ 추모 발언 : 서나래 (페미당 창당모임 활동가)

인터넷 서핑 중 학교 교실, 버스, 화장품 가게 등 일상적인 곳에서의 불법 촬영 글을 보았습니다. 한 두장도 아닌 몇 기가, 몇 테라바이트 용량의 불법 촬영물을 판매하는 글이었습니다. 자신이 열심히 모은 것이고 희귀한 것이 많이 있다는 설명이 붙어 있었습니다. 수백 수천 여성의 인권은 그렇게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일상의 모든 것이 공포로 다가옵니다. 모르는 사람, 지인, 애인, 가족, 친구아무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죠. 불행한 개인 한명의 일이 아닙니다.

웹하드에, 인터넷에 한 번 올라가는 순간 삽시간에 퍼집니다. 삭제해도 또 올라오고 삭제해도 또 올라오죠. 이쯤되면 웹하드의 존재 이유 자체가 의문스럽습니다. 웹하드는 왜 존재하는 걸까요?

IT강국이라는 대한민국, 묵인하고 방관하고 소비한 사회 구성원들 모두가 가해자입니다.

정부와 사회는 더이상 이름없는 피해자를 방관하지 마십시오. 이름없는 업로더, 이름없는 시청자, 이름없는 유포자를 처벌하십시오. 가해자들은 합당한 처벌을 받고 사라져야 합니다. 웹하드 산업이 있는 한 누군가는 계속 피해를 입습니다.
인권 침해를 바탕으로 피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사업이라면 사라져야 마땅합니다.
또한 더이상 피해자가 숨지 않도록, 벼랑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사회가 움직여야 합니다. 사이버 성폭력에 대한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합니다.

이름 없이 사라진 모든 이들에게, 무거운 마음과 함께 예를 표합니다.

❚ 추모 발언 : 이효린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활동가)

저는 동의 없이 성적 촬영물이 유포된 성폭력 피해경험자를 지원하는 활동가입니다.
수화기 너머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을 위해 밤잠을 쪼개가며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고 있습니다.

처음 한사성에서 피해지원을 시작했을 때, 정말 잘 해내고 싶었고 스스로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눈과 귀로 피해를 간접 경험하게 되면, 같지는 않겠지만 마치 피해 당사자와 유사한 통증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생전 처음 겪어보는 종류의 통증이 다양한 결로 한꺼번에 짓누르듯 느껴져서 이성적으로 왜 아픈지 하나하나 떼어내 살펴보기 어려웠습니다.
저는 피해경험자에게 피해사실에 매몰되지 말고 한 발짝 떨어져서 이겨낼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가자고 말합니다. 반면에 저는 저의 통증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느끼던 크고 작은, 그리고 조금은 다른 이 고통은 피해 당사자에 비하면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피해지원을 하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력감이었습니다. 저에겐 사람을 치유하거나 안전하게 만들 어떤 힘도 능력도 없기에 늘 지원의 한계를 전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법제도의 공백이 마치 저의 탓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고 무엇보다 제게 의지하고 있는 사람들의 절실함이 너무 무거워서 감당이 안 되기도 했습니다. 피해경험자의 떨리는 목소리만큼이나 저도 마음을 졸였고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할 때 이제 다 끝났으니 괜찮다고 말할 수 없어 복숭아씨를 삼키듯 억지로 말을 삼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도 번져나가는 피해를 막을 재간이 저에게 없단 사실이 절망스러웠습니다. 피해경험자가 원하는 것처럼 당장 피해촬영물을 다 지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좋을 텐데, 가해자를 바로 잡아들여 처벌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이 중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습니다. 안전해질 수 있는 정답이 있어서 쉽게 방법을 알려주면 좋을 텐데, 원하는 답변을 주지 못해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지원자로서의 제 과실이 아니고 저는 구원자가 아님을 알고 있지만, 한 사람의 고통의 무게를 나눠지는 사람으로서 죄책감을 갖지 않기란 참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늘 저의 모자람이 뼈아팠고 노력과 정성에 비례해서 피해경험자의 고통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안간힘을 쓰며 끌어안으려고 손깍지를 껴도 줄줄 새어나가는 자매를 놓치는 것은 아닐까 노심초사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페미니즘을 알고 저의 세계가 깨지는 경험을 했지만, 피해지원을 하며 다시 그 세계가 조각나고 상상하지 못했던 모양으로 복원되는 것 같습니다. 페미니즘이 원하는 세상을 꿈꾸고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면, 피해지원은 예측할 수 없는 미로가 눈앞에 펼쳐진 느낌입니다. 막다른 길에 일일이 부딪혀가며 저의 세계로 피해지원을 소화해내는 것은 꽤 고독하고 치열한 일이었습니다. 한 번의 실수가 책임질 수 없는 문제를 초래할까봐 항상 불안했고 아무리 업무가 과중해도 미룰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제게 의지하는 사람이 저의 어깨 위에 올라탈 때 근육을 파고드는 것 같더라도 이 사람이 잠시나마 안정을 느낄 수 있다면 기꺼이 어깨를 내주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종종 제가 지원하던 피해경험자가 죽는 악몽을 꾸기도 합니다. 그동안 연락이 잘 되던 피해경험자가 갑자기 전화를 받지 않으면 저도 모르게 죽음을 떠올리며 불안과 공포를 느낍니다. 이 사람의 죽음을 가장 경계하던 제가 죽음을 떠올리는 것은 것은 모순적이면서도 사실적입니다. 반성폭력 활동가이자 지원자로서 ‘피해자’와 ‘죽음’을 함께 나열하는 것은 마치 부정을 저지르는 것 같아 조심스럽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동안 사이버성폭력 피해로 스러져간 사람들을 기억하고자 합니다. 막지 못한 그의 죽음이 너무 아파서 말하기 힘들어도 나와 같았던 한 여성이 왜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었는지를 새기는 것은 여기에 있는 우리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것조차 또 다른 고통이었을지 모를 이름 없는 그들을 마음 깊이 추모하며 또 다른 ‘죽음’을 막기 위해 한 번 더 어깨를 내어주고 여성을 죽음으로 내모는 세상과 싸울 것입니다.

사이버성폭력 피해지원자가 아닌 죽어간 당신의 자매로서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당신이고 당신은 저입니다. 우리는 여성의 신체로만 읽히는 존재들이고 당신의 고통은 곧 나의 고통입니다. 당신이 다시 힘을 내어서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바랐지만 그러지 못한 것이 당신의 잘못이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지난한 고통의 과정 그 어디에도 당신의 과실은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스스로를 탓하며 아팠을까봐 늦었지만 이제라도 꼭 말해주고 싶습니다.
이 모든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부디 평안하세요.

❚ 친구의 죽음을 경험한 당사자의 발언문

그 애는 2017년 8월 1X일 새벽에 죽었습니다. 나는 그 애가 웹하드에서 자신의 동영상을 발견한 후부터 자살하기까지 3개월간, 그 애가 거의 유일하게 만났던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날 새벽에 더는 안 되겠다는 연락을 받고 경찰과 동행해 그 애 자취방의 문을 따고 들어갔던 사람입니다. 구급차 안에서 그 애 핸드폰으로 부모를 부르고 그 애가 숨이 끊어진 순간 병원에 있었던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나는 그 애 장례식에 가지 않았습니다. 고백하건대, 나는 아직도 제대로 추모하고 애도한 적이 없습니다. 장례식에도 가지 않았으니까요. 나는 이 자리에서 별로 정갈하게 그 애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 죽음은 나에게 마음 정리가 채 다 되지 않은 일이고, 그런 일에 대해 차분하게 설명하고 그 의미를 따질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나는 경찰도, 법조인도, 관련 업계 종사자도 아니고 그저 디지털성폭력 이슈에 조금 더 관심이 있는 편인 일반인입니다. 사실 그 애와 절친한 친구도 아니었습니다. 그 애는 경찰, 법조인, 관련 업계 종사자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없어서 친하지도 않은 저에게 겨우 연락을 해왔던 것입니다. 그 애가 알고 있던 세상에서는, 그 정도로 디지털 성폭력 피해를 이해하고 지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 애는 왜 그런 세상에서 살아야 했던 겁니까?

나도 그 애 장례식장에 가서 슬피 울고 추모를 하고 싶었습니다. 지금도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나는 경찰도, 법조인도, 전문가도 아니고 그냥 일반인입니다. 그 전 3개월 동안 그 애 옆에 있어주고 지지하고 보조자가 되어주는 것만으로도 제 일상은 충분히 망가져 있었습니다. 나는 그 애가 죽은 날 아침에 출근하고, 그 다음 날, 그 다다음 날도 출근을 해야 하는 일반인이었습니다. 나는 힘에 부치게 했는데 뭐가 모자랐던 걸까 싶은 생각도 들었고, 아니 사실 내가 모자랐던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는데, 그러면 결국 나는 어떻게 해야 했던 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과호흡을 겪고 몇 번 쓰러지기도 하면서 우선 그 일로부터 거리를 두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비극 때문에 생업을 그만둘 수는 없으니까요. 개인 단위로는 감당할 수 없고, 개인의 일상이 망가질 만한 폭력을 왜 법과 행정이 맡지 않았던 겁니까?

마지막으로, 그 애가 어떻게 죽었는지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그 애는 처음 도움 요청을 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자기 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습니다. 누군가가 자기를 알아볼까봐 불안증으로 덜덜 떨면서도 굳이 밖에서 만나자고 했습니다. 그 애가 죽던 날 새벽에야 그 이유를 알았는데, 그건 그 방이 그 애가 어떻게 죽어가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3개월 전에 봤던 방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창문에는 깼다가 다시 테이프로 붙이고, 그걸 다시 깼다가 그 위에 또 테이프를 덧바른 흔적이 무수히 있었습니다. 책상, 의자, 침대, 노트북, 벽 등 방 안에 있는 모든 것에 부쉈다가 테이프를 발랐다가를 반복한 흔적이 있었습니다. 그 애는 매일매일 죽으려고 했다가 살아보려고 했다가 또 죽으려고 했다가 다시 살아보려고 하기를 되풀이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 애가 2017년 8월 1X일에 죽은 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애는 그해 5월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죽임당해서 그날 마지막 숨이 끊어졌을 뿐입니다.

살고 싶었던 그 애를 매일매일 죽이던 것들을 기억합니다. ‘맛있어 보인다’ ’저런 XX를 입고 다니는 년들은 걸레더라’ ‘내가 본 국산 탑10에 든다’ ‘X살 있어서 좋다’ ‘아니다 싫다’ ‘질질 싸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어느 학교 애다’ ‘그 학교 다니는데 찾아봐야겠다’ 그 외에도 수천 개가 있지만 전부 기억하고 있습니다. 왜 이들은 이런 댓글을 달 수 있었던 겁니까? 누구의 비호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까? 왜 그 애를 죽이고 내 일상을 파괴하도록 방관했습니까?

오늘 이 자리는 디지털성폭력 피해자들의 추모제라고 알고 왔습니다. 어차피 늘 숱하게 일어나는 일, 언제나 일어나고 있는 새삼스러운 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 애의 이름을 말하고 싶습니다. 나는 오늘 XX이에게, 지금까지 너의 죽음을 어느 정도 회피하고 있었던 것에 대해 사과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진심으로 XX이의 명복을 빌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 너를 죽음으로 몰고 갔던 이들이 죗값을 받을 수 있도록 지금 이상으로 싸울 것임을 약속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공동 발언문

웹하드에서 한국 여성의 피해촬영물이 사라지기 시작한지 겨우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국산야동’은 웹하드 성인 카테고리의 메인 콘텐츠였다. 수많은 피해촬영물이 웹하드 추천게시물 리스트에 상위 랭크되었다.

당시 사회는 여성들이 경험하는 피해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것이 성폭력이라는 인식조차 없었다. 국가적인 대책이나 제도도 없는 상태로, 여성들은 ‘문란하다’ ‘당해도 싸다’는 등의 낙인이 찍힌 채 사람들의 공격적인 시선을 피해 도망쳐야 했다. 그때 죽었던 여성들의 일은 개인의 비극으로 읽히거나 자극적인 소재거리로 편집되어 또다시 판매되었다.

오늘 우리는 첫 추모제를 열어 이름 부를 수 없는 이들을 기억하는 시간을 가졌다. 성적 촬영물 비동의 유포를 성폭력이라고 부르지도 못하던 과거에서부터 여기까지 오는 동안, 우리가 이뤄낸 것도 많았으나 잃은 것도 많았다. 싸움은 불가피하게 싸움의 주체에게도 생체기를 남긴다. 격렬하게 싸우는 동안에는 받은 줄도 몰랐던 상처를 돌보고, 서로를 바라보고, 위로하고, 눈물 흘렸던 하루의 끝에서, 또다시 ‘국산 XXX’로 소환될까봐 이름을 알아도 부를 수 없는 당신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었다는 걸 지금 여기 있는 모두가 알고 있다. 그동안 당신을 위해 싸운 사람이 아주 많았다. 1년 만에, 세상은 조금 달라졌다. 붉은 색으로 뜨겁게 타올랐던 혜화역과 광화문을 당신도 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제 우리 사회는 당신의 죽음을 재해석하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사이버성폭력 피해경험자의 죽음을 다시 명명할 것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자살자 1로 집계되었을 당신의 죽음은 타살 사건이었다.

여성 피해자만을 탓하며 영상 속 사람이 죽었다는 게 알려지면 ‘유작’이라고 키득대는 문화 구조가 당신을 죽였다. 이미지 착취로 돈을 버는 성착취 산업 구조가 당신을 죽였다. 너무 큰 힘에 의해 쓰러지는 사람은 자신이 무엇 때문에 아픈지, 이 아픔이 어디서 오는지 혼자 알기 어렵다. 시야를 다 가릴 만큼 거대한 폭력의 구조에 압도되어 어디에도 화살을 돌릴 수가 없어서 스스로의 안을 파고들어 자신을 찔러야 했던 당신에게 오늘의 꽃과 불빛이 조금이나마 의미가 되길 바란다.

이 타살은 다른 구조의 개입으로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 국가가 불법촬영물을 유통하여 돈을 버는 온라인 공간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면, 사람들이 피해자를 향해 손가락질하지 않았다면, 가해자가 제대로 처벌되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이었다. 우리는 막을 수 있는 죽음을 막을 것이다. 결코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 있는 당신들을 기억할 것이다. 기억하고 싸우고 바꿔내는 일이 살아남은 자들의 몫이다.

❚ 불법촬영물 유통 근절을 위한 우리들의 요구안

2018년 3월 23일,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국민 청원 답변에서 웹사이트에 유통되는 불법정보가 70%에 달하면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이트를 폐쇄하거나 접속을 차단한다고 답변했습니다. 불법정보가 70%나 유통되는 사이트는 법무비서관이 예로 들었던 소라넷과 도박 사이트처럼 이미 운영의 목적이 불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웹하드 성인게시판은 유통 등록을 진행한 정식 콘텐츠가 10~20% 내외이며 관리감독 부처가 존재함에도 제대로 폐쇄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국내 정식 등록된 웹하드는 여전히 불법정보를 버젓이 유통하고 있습니다. 단 하나의 불법 콘텐츠도 유통하지 말아야할 국내 등록 사업체 중, 웹하드에게만 이토록 허용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웹하드가 불법콘텐츠 유통으로 수천억 원을 벌어들이는 동안 웹하드의 범행을 방조했고, 관리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웹하드 정상화를 위해 지난 10여 년간 소홀했던 방통위의 관리감독부터 정상화하기를 요구합니다.

<다 같이>
하나, 우리는 방송통신위원회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과거에 웹하드를 어떻게 관리감독 해왔는지, 각 년도 별로 정리된 자료를 요구한다. 웹하드를 관리감독 해오던 방법들과 내용, 그리고 결과를 전달하라. 또한 해당 관리감독의 어느 부분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기에 최근까지 불법콘텐츠 유통이 성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방통위 자체적으로 분석하고, 분석한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여 반성적 성찰을 요구한다.

하나, 방송통신위원회는 정책방안 연구와 모니터링을 여러 차례 진행했고, 그로 인한 웹하드의 불법 콘텐츠 유통 문제 및 해결방안 관련 자료를 보유하고 있었기에 다른 행정부처나 수사기관 보다 웹하드카르텔 문제에 있어서 전문적이고 적극적인 정책을 제안할 수 있었다. 그러나 웹하드카르텔에 대한 방통위의 대응은 매우 미온적이었다. 우리는 앞으로 웹하드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며, 어떤 정책을 타 부처에 제안하거나 공조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기를 요구한다.

하나,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통신 이용자 보호정책 수립 및 시행의 주관부처로서 통신 공간에서 벌어지는 온라인성폭력에 대해 장기적인 비전을 수립해야 한다. 웹하드에서의 불법촬영물 유통 문제에 대한 후속조치를 넘어 온라인 공간에서 다양한 양태로 발달하는 폭력들을 전문적으로 관리감독 할 수 있는 별도 기구가 설치될 수 있도록 대안 마련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