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균형발전비전 선포식에서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그 때 허허벌판이었던 이곳에 55개의 중앙행정기관과 국책기관이 들어섰습니다. 8만 5000여 명이던 인구는 3배 이상 늘었습니다. 이제 29만 명이 거주하는 정주도시로 완전히 탈바꿈해,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상징이 됐습니다. 오늘의 세종시가 있기까지 많은 분들의 땀과 노고가 있었습니다.” 대통령의 말처럼 세종시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공간이 되었다. 3배의 인구가 거주하기 위해 세종시에는 높은 아파트들이 들어섰고 새로운 도시가 만들어졌다.

충청남도 연기군과 다른 지자체 일부를 편입해서 만들어진 세종시의 행정구역은 1읍 9면 7개 행정동이다. 2017년 12월 기준으로 총 284,225명의 인구 중에서 조치원읍의 인구가 46,620명으로 가장 많고 7개 행정동의 인구를 합치면 185,956명이다. 즉 9개 면의 인구를 모두 합치면 51,649명이고 인구가 가장 적은 연기면의 인구는 2,879명이다. 세종시는 국가균형발전정책의 상징이 되었지만 세종시 내의 주민들에게 그 발전의 혜택이 고루 나눠졌을까? 지금 세종시는 구정을 맞아 물가대책 종합상황실을 운영해야 할 정도로 높은 물가에 시달리고 있고, 복지나 교육에서의 지역 내 격차들이 드러나고 있다. 행정기관이나 국책기관의 이전 때문에 내려온 주민들과 원래 살던 주민들이 잘 섞일 수 있을까? 한때 행정복합도시의 준말로 ‘행복도시’라고 쓰기도 했는데 정말 주민들의 삶은 행복해졌을까?

노무현 정부는 2003년부터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 방침을 발표하고 2007년 1월에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그리고 전국 10개의 지방자치단체, 부산광역시(동북아해양수도-영도·해운대·남구) 대구광역시(지식창조 브레인시티) 광주광역시·전라남도(그린에너지피아, 나주시) 울산광역시(경관중심 그린에너지폴리스) 강원도(비타민시티, 원주시) 충청북도(교육·문화이노밸리-진천군·음성군) 경상북도(IT·BT드림밸리, 김천시), 전라북도(농업·생명허브, 전주시·완주군) 경상남도(산업자원거점도시, 진주시) 제주도(국제교류·연수폴리스)가 혁신도시로 지정되었다. 그리고 157개의 중앙정부 산하기관, 3만명 이상의 임직원들이 해당 지역으로 옮겨가는 대형 국책사업이었고, 1단계 혁신도시 건설, 2단계로 산학연 클러스터 조성을 목표로 삼았다.

문제는 정부가 중앙정부, 지방정부, 지역주민의 합의를 통한 정책이라고 밝혔지만 중앙정부가 설계하고 지방정부가 자기 지역의 낙후함을 앞 다투어 호소하며 경쟁하는 방식이었다. 더구나 광역자치단체가 중심이 되면서 혁신도시의 입지를 두고 기초자치단체들의 경쟁이 더 치열하게 벌어졌다. 그래서 강원도에서 원주시가 혁신도시로 지정되자 강릉시와 춘천시의 주민들이 규탄대회를 열기도 했다. 그리고 지역주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가령 충청북도 음성군 맹동면 주민들은 혁신도시 선정을 반대하며 항의하기도 했다. 국가균형발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지역내 격차에 대한 대책이 없었고, 혁신의 성과가 인근 지역으로 전파될 것이라는 당위적인 설명만 있었다. 그리고 정작 주민들은 왜, 어떻게 혁신도시를 만들고자 하는지 알지 못했다.

애초에 목적했던 임직원들의 이주도 잘 이뤄지지 않았다. 임직원들의 이주상황을 보면 2016년말 기준으로 가족과 함께 이사한 비율은 약 31%, 본인만 이주한 비율이 약 42%, 독신·미혼의 경우가 약 22%, 출퇴근이 약 5%이었다. 결국 기관이전에 따라 절반 정도의 인원만이 거주지를 옮겼고, 이들에게 지역은 혁신이 아니라 여전히 낙후되고 살기 불편한 공간이었다. 이들에게 이주한 지역은 함께 살아갈 공간일까? 지역주민들에게 이들은 삶의 동반자가 될 수 있을까?

또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 부추긴 것은 지역들간의 경쟁만이 아니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5년 말까지 전국 10곳의 혁신도시 공시지가 상승률은 타 중소도시의 공시지가 상승률보다 월등하게 높았다. 그 시기 전국 혁신도시 지구의 공시지가 상승률은 11.16%인 데 비해 중소도시 20여 곳의 공시지가 상승률은 4.44%에 불과했다. 혁신도시의 건설은 누구에게 많은 이득을 줬을까?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10곳의 혁신도시에서 토지보상금을 받은 사람들 중 32%가 외지인이었고, 그들 중 42%가 수도권의 사람이었다. 그리고 혁신도시가 만들어지면서 기존의 도심지가 공동화되고 지역 내에서 구도심과 신도심간의 격차가 생겼다(이러니 정부는 도시재생사업을 한다며 또 5년간 50조원의 예산을 쏟겠다고 한다. 도시재생사업 부분은 다음 번에!)

이런 상황에도 전국혁신도시협의회는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이후 끊임없이 혁신도시에 대한 지원을 요구해 왔다. 협의회는 결의문에서 “혁신도시의 출범이 상당기간 지났음에도 공공기관 임직원의 가족동반이주, 지역인재 채용, 연관기업 동반 이전 실적이 당초 기대했던 성과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공기관의 의무채용 비중을 늘리는 것과 더불어 정주여건 기반시설을 마련하기 위한 지원을 요구했다. 혁신도시에서 혁신클러스트를 만드는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며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대학이 이윤을 쫓으며 신자유주의를 도입하는 첨병 역할을 맡고 있는데, 그런 기관이 과연 지역의 공공성을 강화시킬 수 있을까? 이 문제도 다음 번데!). 하지만 그동안 산학연협동과정이라고 만들어진 것들은 협약(MOU)체결이나 인턴십 운영, 협동과정 신설 등이 전부였고 그나마 예산이 지원될 때나 운영되었다.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정책이 과연 어느 정도의 효과를 볼 수 있을까?

혁신도시 건설로 발생한다던 효과들은 과연 어느 정도 검증이 되었을까? 인구가 유입되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지방정부의 세수도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는 과연 실현되고 있을까? 제주도 서귀포시 서호동, 법환동 일원에 건설된 혁신도시의 경우 건설비만 3,473억원을 썼는데, 9개의 공공기관이 이전될 예정이었으나 국토교통인재개발원, 국세공무원교육원, 국세청주류면허지원센터, 국립기상과학원, 공무원연금공단, 국세청 국세상담센터가 이전했고, 한국정보화진흥원의 경우 NIA글로벌센터만 제주에 만들어졌다. 이전된 기관들만 보면 어떤 연계성이 있는지 전혀 알기 어렵다. 그리고 이 기관이전에 따른 임직원 이주는 8개 기관이 모두 이전해도 743명에 불과했다. 또한 혁신클러스트를 만든다는 명목으로 수도권 지방이전기업에겐 법인세・소득세: 6년간 면제, 이후 3년 50% 감면, 지방세에서 취·등록세 면제, 재산세 10년간 100%를 감면한다는 특혜가 붙었지만 2015년 12월 말까지 분양을 신청한 기업체는 10개에 불과했다. 외려 혁신도시와 연결지어 국제학교 설립, 외국 영리병원 유치, 전지훈련센터처럼 무리한 사업들만 늘어났다. 효과는 별로 없고 개발의 욕구만 더 강해졌다.

근본적으로 지금까지의 분권정책은 혁신도시든 혁신성장이든 경제성장과 개발을 전제하고 있다. 즉 중앙정부는 더 강하고 부유한 도시를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래서 의미있게 존재하던 모든 것들이 어느 순간 허허벌판으로 변한다. 그리고 그곳을 밀어버리고 도시적인 건물들이 들어서면 그 지역의 특성도 완전히 사라지고 새로운 이름이 붙는다. 이것을 분권이라 불러야 할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