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학적이고 잔인한 예방적 살처분 중단하라

 

 

지난 1월 17일, 전북 고창에서 발병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이하 AI)의 피해지역과 규모가 커지면서, 정부의 비과학적인 대응방식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는 구체적인 근거없이 철새를 발병원인으로 지목하더니, 지금은 발병농가 인근 3km 내에 있는 닭과 오리를 무차별적이고 비인도적인 방식으로 살처분하고 있다. 이런 정책 때문에 천연기념물인 연산오계까지 살처분 공포에 떨고 있다.

정부는 AI가 최초로 발생한 동림저수지 인근 가창오리 떼죽음을 근거로 가창오리를 이번 AI 발병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러나 국제적인 철새보호단체인 EAAF(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쉽은 AI 잠복기가 1주일~10일인데, 해당 철새들은 이미 석 달 전 러시아에서 한국에 도착했기 때문에 철새들이 AI에 감염됐다면 이동 과정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래서 AI의 원인을 철새가 아니라 가금류와 가금류 제품 거래, 관상용 등 사육되는 새의 거래, 사람 이동 등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련 규정도 지키지 않는 무차별적인 살처분이 능사일까

발병원인에 대한 논란 이후에는 정부가 시행하는 ‘예방적’ 살처분 방식이 비과학적이고 잔인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AI 가 발생한 농가로부터 반경 3km 지역 내의 모든 닭과 오리들을 예방차원에서 죽이고 있는데, 현재까지 죽임을 당한 닭과 오리는 모두 250만 마리가 넘는다. 동물보호단체들에 따르면, 국내에서 2003년 AI가 처음 발생한 이후 2003년, 2006년, 2008년, 2010년까지 약 10년 동안 죽임을 당한 가금류는 2,500만 마리지만, 실제 AI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가금류는 121마리에 불과하다고 하니,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이름으로 대량학살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런 무차별적인 살처분이 아니라, 발병농가에 대해서만 살처분을 하거나, 품종과 농장의 입지조건, 사육환경 등에 따라 살처분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한편 현행 동물보호법 제10조와 가축전염병예방법, AI긴급행동지침 등에 따르면 살처분을 하려면 동물들을 고통 없이 안락사시킨 후 매립 및 소각 처리해야한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가 이런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10~11년 구제역사태 당시에도 똑같은 지적은 받았지만, 시정되지 않았다. . 민간단체들의 참관도 허용되지 않고 있어서 살처분 현장에서 관련 지침이 지켜지는 일은 기대하기 어려워보인다.

이런 무차별적이고 비과학적인 살처분방식은 충남 논산의 천연기념물 연산오계 농장까지 위협하고 있다. 연산오계는 6대에 걸쳐 376년간 이어져 온 우리나라의 천연기념물이다. 공익성과 보존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올 4월 사라져 가는 토종 생명자원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육성하기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프레지디아(Presidia,맛의 방주를 지키는 요새)등재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는 예외없는 살처분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라, 만약 연산오계 농장 인근에서 AI가 발병한다면, 우리나라의 고유한 토종 유전자가 위협받게 될 처지다.

가축전염병 확산의 근본원인인 공장식 축산환경 개선 절실

이번 기회에 축산환경의 개선이 시급하다. 최근 10여 년간 구제역이나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등의 동물 전염병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해지면서, 피해확산의 원인으로 좁은 구역에서의 밀집 사육, 소위 공장식 축산이 지적되었지만, 오히려 농림수산식품부는 2008, 2009년 더 높은 사육밀도를 기준으로 삼도록 관련 고시를 개정했다. 농장동물의 사육환경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면서 가축전염병을 방조한 것이나 다름없다.

녹색당은 지난해 이와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으로 동물보호법의 이름을 동물복지법으로 바꾸고 농장동물들의 사육환경을 개선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표하고, , 현행 축산법 내 사육밀도에 관한 규정 개선을 강하게 요구했다. 그러나 아직 국회에서는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이 발의만 되었을 뿐 상임위원회에서 본격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또, 지난해 5월, 녹색당은 <생명과 지구를 살리는 시민소송>을 헌법재판소에 제기하면서, 정부가 대규모의 집약적 축산방식인 ‘공장식 축산’을 조장하는 것은 국가의 생명존중, 동물보호, 환경보전 의무를 위반하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제출했지만, 아직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금 시행되는 비과학적이고 무차별적인 예방적 살처분을 중단하고, 가축뿐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행복을 위협하는 공장식 축산제도를 개선하는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

 

2014년 2월 5일

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