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여전히 소유하지 않은 사람들이 맘 편히 머무를 수 없는 도시다. 쫓겨나지 않고 머무를 공간은 세입자들에게 허락되지 않고 있다. 세입자들은 가장 안전한 곳이 되어야 할 주거 공간에서 쫓겨나고, 먹고 사는데 필요한 벌이를 충당하는 영업장을 빼앗기고 있다. 주거권과 영업권은 세입자들에게는 생존권임에도 소유주가 아니라는 이유로 그들의 생존권은 재산권보다 하찮은 것으로 여겨진다. 행당6구역, 포이동, 옥바라지 골목, 이수 노점상, 아현포차, 궁중족발, 장위7구역 등 삶의 현장에서 벌어진 강제퇴거는 9년 전 발생한 용산참사가 우리 사회에 남긴 아픔을 제대로 반성하지 못했다는 것을 뼈아프게 상징한다.

용산참사는 부동산 개발이익을 추구하는 소유자들과 이를 지원하는 공권력이 빚어낸 국가 폭력이자 제도가 빚어낸 살인이었다. 강제 퇴거 위기에 몰리고, 철거 용역들이 끊임없이 세입자들을 괴롭히는 상황에서 당사자들은 2009년 1월 남일당 망루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경찰은 전에 없이 재빠르게 강제진압을 했다. 투쟁 주민들은 국가와 제도의 폭력에 저항했을 뿐인데 오히려 참사의 가해자로 낙인찍혔다. 강제퇴거로 주민들의 사회적 생태계는 무너졌다. 정보를 공유하고, 필요를 기댔던 관계가 훼손됐기 때문이다. 여전히 그들은 정서적, 경제적 고통 속에서 괴로워하고 있다.

재개발 현장이든, 젠트리피케이션 현장이든 핵심은 같다. 삶의 기초가 되는 주거와 생계의 바탕이 되는 영업은 세입자들에게는 생존의 문제다. 재산권은 생존권에 우선할 수 없다. 재산권 행사를 위해 세입자들을 폭력적으로 내쫓는 강제퇴거는 이 시대의 치졸한 야만일 뿐이다.

재개발제도와 상가임대차법이 세입자의 입장을 더 고려하는 방식으로 과거보다 개선되었다 해도 여전히 부족하다. 공공은 때론 폭력의 주체였고 방관자였다. 공공은 더 적극적으로 세입자의 편에 서야 하며, 개인의 목숨까지도 위협할 수 있는 현재의 강제퇴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중 핵심이 강제퇴거 금지법을 속히 제정하는 것이다. 동시에 공공은 개발 이익을 부추기지 않아야 하고, 발생한 개발이익을 사회적으로 공유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2009년 1월 20일에 붙잡힌 철거민 유가족들 및 생존자들과 함께해야 한다. 그 겨울, 한국사회와 정치는 부동산 욕망에 손을 들어주었으며, 그 욕망은 여전히 살아 꿈틀대고 있다. 그날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그것이 참사를 회피하지 않는 것이며, 다른 사회로 나아가는 한걸음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높고 화려한 건물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새로운 정치와 관계, 그리고 신뢰다.

용산참사를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유는 소유주든 세입자든 이 땅에 사는 모두가 사람답게 사는 존엄을 잃지 않기 위함이다. 부동산 개발이익을 향한 인간의 욕망이 뭇 생명을 해치지 않도록 현실을 바꾸는 것이 용산참사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것이기에, 녹색당 서울시당은 소유하지 않아도 맘 편히 머무를 수 있는 서울을 만드는 것으로 용산참사를 늘 기억할 것이다.    

2018.01.19
녹색당 서울특별시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