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은 ‘정치’를 통해 삶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 평범한 시민들이 만든 정당입니다. 경제발전을 위한 정치가 아닌 우리의 삶, 안전, 존엄을 위해, 우리가 행복하고 품위있게 어울려 살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이 ‘정치’라고 이야기합니다.

3월 8일 오늘은 세계 여성의 날입니다. 여성도 동등한 인간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선언을 되새기는 날입니다. 올해부터는 국가가 지정한 법정기념일로 등록되었습니다. 최소한 이 날 만큼은 돌아봅시다. 나는, 우리의 일상은, 법은, 교육은, 정치는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적극적으로 고민합시다.

올해 여성의 날은 전세계 여성들이 서로의 손을 잡으며 외치는 #MeToo 의 큰 흐름 속에서 맞이합니다. 매일 새 역사를 써가고 있습니다. 폭력을 폭력이라 말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탓하며 혼자 견디어왔을 수많은 이들에게 당신 잘못이 아니라고 얘기합시다. 이제 용기 낸 고발자들에게 명예를, 부당한 권력을 휘두른 자들에게 불명예를 선사할 때입니다.

단지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고 싶었을 뿐인데, 단지 여행을 갔을 뿐인데, 단지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었을 뿐인데, 단지 길을 걷고 있었을 뿐인데, 단지 옆자리에 앉았을 뿐인데, 단지 그저 그 곳에 있었을 뿐인데, 꿈을 꾸고 사랑하며 살고 싶었을 뿐인 여성들이 어째서 개인의 권리와 인간의 존엄을 위협하는 폭력을 겪어야 할까요.

정말로, 그것은 여성들의 잘못이 아닙니다. 한 명의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할 삶의 기본 권리도 보장하지 못한 ‘정치’의 실패, 민주주의의 실패입니다.

 

폐허처럼 느껴지지만, 오늘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합시다.

지금 여기로 “페미니스트 유토피아”를 부르고 욕망합시다.

 

원하는 때에, 원하는 장소에 머무르거나 돌아다닐 때, 다른 이유가 아닌 성별이 제약이 되지 않는 세상을 꿈꿉니다.

태어나자마자 국가의 시스템에 남성 혹은 여성 중 한 가지로 등록되어 1,2번을 부여받지 않는 세상을 꿈꿉니다.

여성이 하는 일, 남성이 하는 일이라는 편견없이, 각자가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는 세상을 꿈꿉니다.

애교와 웃음이 여성의 덕목으로 요구되지 않고, 다양한 경험 속에서 느낀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고 존중받는 것이 자연스러운 세상을 꿈꿉니다.

남성만이 ‘생계부양자’로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같은 일을 하면 같은 임금을 받는 세상을 꿈꿉니다.

여성인 엄마와 남성인 아빠로 이루어진 ‘정상가족’이 아니라, ‘정상가족’이라는 말 자체가 사라진 세상을 꿈꿉니다.

결혼만이 국가가 허락한 법적계약이 아니라, 살림살이 동료이자 돌봄의 공동체로서 ‘가족’이 새롭게 정의되고 온갖 잡다한 가족들이 시끌벅적하게 만드는 세상을 꿈꿉니다.

저출산이 ‘위기’이고, 낙태는 ‘죄’라고 정의하며 여성만의 책임을 묻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가 현재의 인간들을 어떻게 대우하며, 어떻게 다음 인간을 초대할 것인지 함께 고민하는 세상을 꿈꿉니다.

국회와 의회, 도청과 시청과 군청과 그 밖에 수많은 결정권자의 자리에 남성들만 절반을 훌쩍 넘겨 존재하는 게 아닌, 실제 공동체의 구성을 반영한 다양한 주체들이 당당하게 목소리 내는 세상을 꿈꿉니다.

“원래 그런 것”이나, “당연한 것”에 과감히 질문하면서 거듭해 새로운 상식과 질서를 만들어가는 세상을 꿈꿉니다.

여러분이 꿈꾸는 세상은 어떤 곳인가요?

 

녹색은 페미니즘입니다.

 

이 모든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이고, ‘정치’ 그 자체입니다. 또한 노동과 경제, 자유와 평등, 인간과 생명 그 모든 것과 직결됩니다. 민주주의의 완성도, 자본주의의 대안도, 사랑과 평화도 페미니즘을 우회하고 얘기할 수 없습니다.

녹색정치는 책임의 정치입니다. 어딘가 맡기고 잊고 있던 권리를 찾아와 스스로가 책임과 변화의 주체가 되겠다는 다짐입니다. 또한 서로에 대한 책임을 일깨웁니다. 우리는 누구나 약자이고, 소수자일 수 있으며, 이 지구에는 인간 뿐만 아닌 다양한 생명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로를 돌보고, 그 속에서 각자가 ‘자기다움’을 추구할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정치합니다. 약자에게만 강한 강자들의 사회가 아닌, 모두가 약자로서도 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정치합니다. 차이가 차별의 근거가 되지 않고, 다양성이 우리의 힘이 되는 그런 세상을 위해서 정치합니다.

그렇기에 녹색은 페미니즘입니다.

페미니즘은 매일 시도하고 실패하는 가운데서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태도입니다. 불편한 현실일지라도 직면하게 하며, 성찰하고 반성하고 회복하는 힘을 기르는 일입니다. 페미니즘은 스스로가 어떤 인간인지 솔직하게 들여다보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며, 성숙해지는 관계 속에 뛰어드는 용기입니다. 치열한 노력과 끊임없는 훈련이 필요하지만, 이를 통해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 성큼 다가옵니다.

페미니즘은 모두를 살리고, 함께 살아갈 방법을 궁리하는 소통의 윤리입니다. 저주가 아닌 축복을, 혐오가 아닌 사랑을 말하는 길입니다. 이 길을 함께 갑시다. 새로운 세상 마중 갑시다.

 

2018.3.8 세계 여성의 날에

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