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에 대한 녹색당 대표단 입장문] 
비통함과 무기력감을 딛고 정치를 바꿔야 합니다.


녹색당 당원님들과 시민들께


참담한 심정으로 보낸 시간이 벌써 열흘을 훌쩍 넘겼습니다.


그동안 많이 아프고 힘들었습니다.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한 이후 모든 사람들의 마음은 진도 앞바다에 가 있었습니다. 급작스런 침몰 사고로 많은 생명을 잃었고, 지금도 애타게 실종자들의 생환소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현실은 참혹합니다. 침몰 이후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했습니다. 오랜 기다림은 분노로 바뀌고 있습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직후부터 지금까지 정부가 보이지 않습니다. 안전행정부는 사망자, 실종자 수도 제대로 집계 못할 만큼 무능력했고, 현장구조 활동은 엉망이었습니다. 해양경찰은 초동대응에도 실패했고, 민간구조단과 협력하는 것에도 소극적이었습니다. 도대체 정부가 왜 존재하는 것입니까!


그런데 정부는 무능력을 덮기 위해 끊임없이 희생양을 찾았습니다. 처음엔 선장과 선원들, 다음엔 유언비어를 퍼트린다며 시민을 감시하고, 몇몇 사람들을 처벌하는 것으로 책임을 모면하려 하고 있습니다. 정작 이 사건의 원인이 되었던 정부의 안전과 재난관리시스템에 대해서는 반성하지 않습니다. 근본에 깔려 있는 부패한 권력과 이권다툼, 무분별한 규제완화로 성장을 추구해 온 방식을 그대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생명에 대한 예의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구조작업에도 이권이 개입되어 오히려 구조작업을 방해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될 정도입니다.


총리가 물러나고, 잘못을 가려 죄지은 자들을 처벌하고, 대통령이 사과를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와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해 진심으로 부끄러워하고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분노가 그들을 놔두지 않을 것입니다.


절대 꺼지지 않을 시민들의 직접행동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철저하게 돈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우리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생명과 안전보다 돈이 먼저였습니다.


정부는 규제를 완화해 노후선박을 운행하도록 했고, 업체는 선체를 개조해 더 많은 이익을 추구하기에 바빴습니다. 선박안전과 직결된 평형수를 버리고 돈이 되는 화물을 실었는데도, 그것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해양수산부와 해경은 그런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습니다. 퇴직 해양수산부 출신 관료가 중심이 된 해운조합은 선박회사와 결탁되어 있었습니다. 선박안전을 책임져야 할 선장과 승무원이 비정규직이고, 재난에 대한 교육과 훈련은 부실했습니다. 구명보트를 비롯한 피난장비도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들은 우리의 삶과 사회 전반을 돌아볼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경제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기업의 이윤추구를 무제한적으로 허용해 온 것이 지금의 정치이고, 지금의 대한민국입니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안전하지도 않고 행복하지도 않으며 지속가능하지도 않은 사회가 되어 왔습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당장 눈 앞에 닥칠 위험도 모르고, ‘각자생존’의 정글이 된 사회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바빴습니다. 그러다 이런 엄청난 참사를 맞게 된 것입니다.


세월호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 4월 21일에는 현대중공업에서 하청업체 노동자 2명이 사고로 사망하는 비극이 일어났습니다. 지난 2달 동안 현대중공업 계열의 조선소에서는 5번의 사망사고가 있었습니다. 더 많은 이윤을 위해 생명을 희생시키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는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외치는 집회에서 경찰이 최루액을 분사했습니다. 그 직전에는 장애인 송국현님이 장애등급제 때문에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화재로 사망하는 비참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사고위험에도 불구하고 설계수명을 넘긴 고리1호기를 연장가동하고, 신규핵발전소를 짓고, 핵발전 전기를 송전하기 위해 밀양과 청도에서 송전탑 건설을 밀어붙이는 정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런 사회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런 정치를 그냥 내버려둬서는 안 됩니다. 비인간적이고 몰상식하며 반생명적인 구조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킬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소중한 일상도, 가족도, 친구도, 사랑하는 사람도 지킬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슬픔과 분노가 탄식과 무기력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이제 비통한 마음을 추스르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합니다. 무엇이 진정 세월호를 침몰시켰는가에 대한 근본원인을 찾아 고쳐야 합니다.


한국사회는 세월호 이전과 세월호 이후로 구분되게 될 것입니다. 아니 구분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이 비극을 겪고서도 지금의 사회를 바꾸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희망은 없습니다. 지금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가 희망을 만들어야 합니다.


녹색당은 이제 비통함과 무기력감을 딛고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움직이려 합니다. 세월호 참사를 낳은 잘못된 정치와 시스템을 바꿔나가고, 가장 힘없는 사람들과 연대해 나가겠습니다. 생명이 돈보다 중시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대안을 제시하고 변화를 만들어가겠습니다.


당장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는 정치인 한두 명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풀뿌리로부터 정치를 재건해나가는 선거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사회를 이 모양으로 만든 정치를 바꿔야 합니다. 모이고, 토론하고, 행동하고, 잘 선택해야 합니다.


녹색당원들에게 부탁드립니다. 녹색당은 창당 이후 2년 동안 한국정치의 변화를 위해 새로운 가치와 정책을 가지고, 새로운 문화, 새로운 방식으로 활동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돈도 없고 조직도 없이 출발했지만, 오직 당원들의 힘과 열정에 의해 움직여 왔습니다. 지방선거 준비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원들의 참여 속에 정책도, 후보도, 선거자금도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처럼 함께 해 주십시오.


시민들께도 부탁드립니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도 우리는 이제 행동을 시작해야 합니다. 함께 애도하고, 무엇을 할지 얘기를 나누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습니다.


분명한 것은 ‘정치가 중요하고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를 낳은 정치, 침몰해가는 배속에서 단 한사람의 생명도 구하지 못하는 정치, 규제완화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안전과 삶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정치,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정치, 사회적 약자들을 동등한 인간으로 대우하지 않는 정치, 원전사고와 같은 더 큰 위험으로 우리를 내몰고 있는 지금의 정치를 바꿔야 합니다. 그 일을 할 사람은 오직 시민들 뿐입니다.


정치는 혐오한다고 해서 바뀌지 않습니다. 지금의 기득권 정치인들은 시민들의 정치혐오를 영양분으로 삼아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투표율이 낮을수록,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하지 않을수록 그들의 기득권은 강화됩니다. 참여만이 정치를 변화시킬 수 있고, 참여만이 이 비통함과 무기력감에서 우리를 벗어나게 할 수 있습니다.


정치에 참여해주십시오. 여러분의 참여가 희망입니다.
 
2014년 4월 29일
녹색당 이현주, 하승수 공동운영위원장 / 이유진 공동정책위원장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