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정부는 조류독감(AI) 철새 탓과 함께 방목 사육 위험성에 대한 주장을 멈추라.

 

지난 6월 14일 강원 횡성 거위농가에서 고병원성 조류독감(AI)이 발생했다. 1월 16일 전북 고창에서 발생한 조류독감(AI)이 사상 최장 기간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철새가 떠나가면 조류독감(AI)이 종식될 것으로 예상했던 정부는 조류독감(AI)이 다시 발생하자 철새의 10~20%가 텃새화되어 남아있다며 여전히 야생조류를 주범으로 몰고 있다. 그러나 조류독감(AI)은 국내에서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처음으로 기온이 높아진 6월 중순까지 발생하면서 동남아처럼 바이러스가 상존할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계속해서 축산 청정국 지위 획득을 중요시하며 국내에서 조류독감(AI) 바이러스가 발생할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중국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철새에 의해 옮겼다고 하지만, 철새의 이동시기 분석과 국내 조류독감(AI) 발생시기의 오차가 있으며, H5N8 바이러스가 중국에서만 발생하는 중국 토종 바이러스라고 할 수 없음에도 정부는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 없이 철새로 인한 원인만을 주장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정부의 방역대책도 철새 외에 다른 발생 원인은 염두에 두지 않는 실정이다.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철새 주범론을 계속 주장하는 것의 가장 큰 문제는 곧 동물의 복지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이어지기에 간과할 수 없다. 정부는 이번 거위 농장이 방목사육을 했다는 이유로 야생조류에 의한 감염을 중점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고, 이에 방목 사육이 조류독감(AI) 감염 위험을 높인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생산성 향상 위주의 축산 시스템을 옹호하는 자들이 공장식 축산이 동물에게 야기하는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해 온 논리다. 공장식 축산 시스템이 동물을 제한된 공간에 가두어 기르기에 방목 사육보다 바이러스의 감염과 전파를 막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동물의 본성을 존중하는 방목 사육이 질병저항력을 키우고, 햇빛의 노출, 적절한 통풍의 작용으로 바이러스의 번성과 전파를 약화시킨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오늘날 축산업은 태양광선이 세균과 바이러스에 효과적인 살균작용을 하고, 적절한 통풍으로 바이러스의 감염 위험을 감소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수많은 증거에도 불구하고, 동물의 건강과 관련 있는 이 중요한 두 가지 요소를 일반적인 사육방법에 고려하지 않는다. 밀폐된 집약식 축산이 사육하기 편리하고, 햇빛의 제공은 동물의 활동을 촉진시켜 사료효율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즉, 정부는 야생조류와 접촉 가능성이 있는 방목 사육에 대한 조류독감(AI) 감염 위험성만 강조할 뿐, 방목 사육의 환경이 바이러스의 활성화를 저하시켜 감염 위험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점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밀집 사육으로 악화된 공기, 제한된 환경에서 축적되는 병원체들, 비위생적인 환경, 햇빛에 대한 노출 결핍이 집합적으로 작용해서 바이러스 활성화를 촉진시키는 개연성은 검토하지 않는 것이다.

 

무조건 방목 사육만이 대안이라는 말은 아니다.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높은 기간에 일정 기간 실내에 있도록 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무창계사처럼 동물이 사는 동안 밀폐된 공간에 빽빽하게 수용해 햇빛조차 볼 수 없도록 만든 사육 방법은 전염병 발생에 절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오늘날 공장식 축산 시스템이 축산업을 이끌고 있는 현실 속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조류독감(AI)이 그 증거이다.

 

또한, 방목 사육 기준이 미흡한 상황에서 그 위험성을 강조하는 것은 방목 사육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우려도 크다. 과거와 달리 수천, 수만 마리를 대량으로 사육하는 축산 구조에서 사육밀도, 외부와의 차단 시설 등 복지를 충족시키는 다른 요건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동물을 방목한다는 것은 동물의 복지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산란계 자유방목 시설에 대한 기준만 있을 뿐, 다른 가금류의 방목 사육장에 대한 기준은 없는 상태다. 따라서 조류독감(AI) 발생 농장의 다른 환경이나 여건은 공개하지 않고, 단지 방목 형태였기에 야생조류로부터 감염을 추정하는 것은 방목 사육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만 키울 뿐이다. 이번 강원도 횡성의 거위 농가에서 대구에 있는 농가와의 교류로 고병원성 조류독감(AI)이 발생한 것처럼 수평전파의 가능성 또한 충분히 고려해 발생원인 규명에 신중해야 한다.

 

공동대책위원회는 조류독감(AI)이 어떻게 발생했는가를 제대로 논의하는 것이 조류독감(AI)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을 강구할 때 어디에 무게 중심을 두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기에 지속적으로 정부의 철새 주범론에 이의를 제기해왔다. 국내 축산방식을 얼마나 그대로 유지하느냐, 아니면 얼마나 변화시키느냐의 정도를 결정하는 지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철새에 대한 방역에 의미 없는 비용과 에너지를 쏟는 것은 아닐지도 우려되는 바다.

 

1,300만 마리 이상인 사상 최대의 가금류 수를 살처분하고, 차단방역의 강화 속에도 조류독감(AI)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에 공동대책위원회는 더 이상 철새를 주범으로 몰면서 방목 사육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것을 멈출 것을 요청한다. 정부는 이제 조류독감(AI) 토착화를 전제로 바이러스의 빠른 전파와 변이를 촉진시키기에 충분한 환경을 제공하는 현 축산시스템 변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조류독감 가축 살처분 방지 및 제도개선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2014년 6월 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