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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근무하다 난소암으로 사망한 노동자에 대해 법원이 처음으로 업무 상 재해를 인정했다. 9년의 싸움으로 이뤄낸 성과지만 삼성은 제대로 된 사과 없이 합의없는 사내 보상위원회를 발족하고, 은밀하게 보상 절차를 밟으려 한다. 유족들에게 합의사항에 대한 비밀 유지 각서를 발송하기도 했다. 뒤따라 근로복지공단은 삼성의 편을 들며 서울행정법원 판결에 대한 항소를 냈다. 같은 달, 5명의 20대 청년 노동자들이 삼성 핸드폰 부품을 가공하는 하청 공장에서 메틸 알코올 중독으로 실명하는 사고를 당했다. 유해 물질을 다루는 작업이었지만 공장에서 노동자에게 제공한 보호구는 목장갑 한 켤레가 전부였다. 노동자들은 불법 파견직에 내몰렸기 때문에 현장에서 무엇을 가공하는지, 작업에 얼만큼의 위험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삼성은 그 동안 반도체 공장 피해 노동자들에 대해 “협력사 직원의 직업병에 대한 도의적, 법률적 책임은 고용한 해당업체에 있다”며 발뺌해왔다. 또 업무환경을 왜곡하며 노동자의 산재인정을 방해하기 일쑤였다. 이번 메틸알코올 중독 실명사고에도 삼성은 파견회사의 문제라며 아무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많은 노동자들이 기업과 정부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 박근혜 정부는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법 개선은 커녕 제조업, 용접, 주조 산업 등에도 파견업무를 확대할 수 있도록 파견법을 개정하려 한다. 과거 독일의 ‘하르츠 개혁’을 모델로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독일에서는 그 부작용 때문에 개정을 추진 중이다. 위험한 일자리, 불법 파견직으로 인해 젊은 청년들과 노동자가 실명하고, 암에 걸려 목숨을 잃고 있는데 정부에서는 실패한 사례를 모델로 삼아 노동개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파견법 개정과 노동개악 추진을 위해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국회의원에게 “피를 토하며 연설하라”고 주문하고 노동부 장관은 눈물을 흘리며 파견법 통과를 호소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피를 토하고, 누구를 위해 눈물을 흘리는가? 현재 한국 산재 사망률은 10만명 당 18명으로 한해에 약 2천명에 달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 환경에 내몰리고 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위험한 일자리를 양산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위험한 일자리에 내몰리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

정부는 시민의 안전을 위해 산업재해나 재난사고 발생 시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묻고 처벌할 수 있는 중대 재해 기업처벌법을 제정하라. 그리고 화학물질을 다루는 공장에서는 화학물질 정보를 모두 공개하고 이를 관리하기 위해 독립적 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지금껏 하청업체, 파견업체 뒤에 숨어 제대로 된 사과와 보상, 재발방지책을 무시했던 삼성전자는 그 동안의 책임을 져라. 또한 불법파견 업체가 다시 관련 업종에 진입할 수 없도록 막고 파견업체에 대한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금 추진 중인 노동개악 뻘짓을 당장 멈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