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증세와 재벌개혁으로 가계가처분 소득 중심 경제로!

5월 28일. 여야합의로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최저임금 개정안 국회 통과.

6월 20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 관련 처벌 6개월 유예.

 

연이어 터지는 개혁의 후퇴 속에서 7월 3일 ‘재정개혁특위’는 종합부동산세 최종 권고안을 확정했다. 이 권고안에 따르면 시가 30억 원 규모의 다주택 보유자의 종부세가 현재보다 6.3~22.1% 늘어나게 될 전망이다.

 

최대 22.1%! 와우! 하지만 이 숫자에 현혹되면 안 된다. 현행 종부세는 지난 10년 동안 인하에 인하를 거듭하여 시가 30억 다주택자가 1년에 내는 세금이 462만밖에 되지 않는다. 462만 원이 564만원이 되면 22.1% 인상은 맞지만, 그래봤자 1년에 최대 102만원 증가요, 시가 대비 0.034%의 증가에 불과하다. 이런 개편 권고안을 ‘재정개혁’이라 홍보하다니 부끄럽지도 않은가? 시장의 반응은 개편안의 성격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었다. 서울시 아파트 값이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4주 연속 상승한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시가 대비 최대 0.034% 증가한 종부세도 ‘다주택자’에 대한 것일 뿐, 그나마 재벌의 부동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종부세 개편안에 따르면 대기업 부동산의 세금 인상률은 위 다주택자의 1/10에 지나지 않는다. 쉽게 말해 몇 억짜리 아파트를 가진 사람이 수 조원을 가진 재벌보다 세금을 더 내는 구조인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과세의 형평성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아파트는 건물가격과 토지가격을 합쳐서 종부세 과세를 한다. 하지만 상업용 빌딩은 건물가격은 빼고 토지가격에 대해서만 과세를 한다. 건축비만 3조 원이 넘게 들어간 롯데월드타워 ‘건물’은 종부세를 1원도 내지 않는다.

 

한마디로 이런 종부세 개편안은 재벌에 대한 세금 특혜는 그대로 가면서 일부 다주택 보유자의 세금도 쥐꼬리만큼 올린 것에 불과하다. 2015년 기준 부동산 불로소득은 482조 원, 토지가격 총액이 GDP(국내총생산) 대비 4.4배에 달한다. 사태가 이러함에도 한국의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친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은 0.16% 수준으로, OECD ‘평균’인 0.3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조중동과 경제신문들은 종부세 ‘폭탄’이 온다고 호들갑이지만 이건 ‘비비탄’도 못 된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하고 지지율 80%가 넘는 소위 ‘민주’ 정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개혁’이란 이름 아래 자행되고 있는 것일까?

 

문재인 경제정책을 이끌고 있는 장하성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은 2015년 말 [왜 분노해야 하는가]라는 책을 출간하였다. 이 책의 주장은 다음의 한마디로 요약된다.

“지금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불평등이 심각한 나라다. 그리고 재산 불평등이 문제가 아니라 노동소득 불평등이 문제다.”

한마디로 한국의 불평등은 고소득 노동자 탓이라는 것이다. 재산불평등에서 기원하는 불로소득이 문제가 아니라 노동소득의 격차가 문제라는 것이다. 불평등한 재산에 대한 과세, 불평등한 재산에서 기원한 배당소득, 이자소득, 임대소득, 부동산양도차익 등에 대한 과세보다 노동소득에 대한 과세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종부세 개편안이 그리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정책방향으로 ‘소득주도성장’과 ‘일자리 중심 경제’를 내걸었다. 기업의 이윤을 먼저 불려주면 성장의 과실이 똑똑 떨어져 사회 전체가 부유해진다는 ‘낙수효과’보다는, 일자리를 늘려주고 가계의 소득을 키워준다고 하니 마다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정책은 이루어질 수 없는 헛구호에 불과하다.

첫째, 주 52시간 상한제와 관련하여 이 시대의 성격과 관련된 일반적인 문제부터 따져보자.

자동화와 인공지능이 확대되는 21세기 경제는 ‘총 고용시간’을 늘릴 수가 없다. 오직 ‘일자리 나누기’만이 고용을 늘릴 수 있는데, 정부는 52시간 노동제로 고용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일자리 나누기로 고용이 확대되려면 최소한 35시간제(현재의 1/2 정도의)와 같은 획기적인 노동시간 감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소득주도성장이 이루어지도록 하려면 노동시간단축으로 노동자의 가처분소득이 줄지 않아야 하는데, 임금소득이 줄지 않는 노동시간단축은 실질임금상승을 낳아 자동화를 촉진시킨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 의도대로 노동시간단축으로 일자리를 늘리려면, 단축되는 노동시간이 자동화 추세보다 커야 한다. 사소한 노동시간 감축은 자동화로 흡수되고 만다.

둘째, 문재인 정부의 주 52시간제에서 드러나는 또 다른 허점을 살펴보아야 한다.

이 점은 훨씬 중요한데, 바로 노동시간 감축에 따른 노동소득자의 소득 감소를 보전해 줄 방안을 전혀 세우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방안은 딱 하나밖에 없다. 정부가 불로소득 및 토지 등 재산에 중과세하여 재원을 마련하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뿐이다. 그렇지 않다면 노동시간을 줄이라는 대통령령을 100번 낸다 하더라도, 노동자들 스스로 잔업을 더 하려 할 것이다. 먹고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일자리 정책방향에는 이런 내용이 없다. 정부는 정책 실현이 불가능함을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현재 정부가 갖고 있는 일자리 창출의 주요 수단은 ‘공공 일자리’뿐이기 때문이다. 공무원을 늘리는 것 외에는 일자리 창출의 방법이 없다는 토로에 대해, 노량진 공무원 시장은 ‘활황’으로 응답하였다.

 

소득주도성장도 마찬가지이다.

2017년 7월 25일 발표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1. 소득주도성장의 첫 줄에는 ‘최저임금 시급 1만원 달성 지원’이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은 ‘산입범위 확대’로 이미 7,530원에서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그리고 소득주도성장을 주도해 온 이론가, 홍장표 경제수석은 경질되었다. 소득주도성장의 ‘조종’이 울리었다. 생태위기의 현실에서 ‘성장’ 자체가 우리의 목표가 되어야 할 것인지, 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던지지도 못한 채.

생활의 최저선을 지키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은 반드시 영세기업,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정책과 패키지로 주어져야 한다. 왜냐하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재벌과 대기업은 직접적 영향을 받지 않는 반면, 실제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영세기업과 자영업자는 직격탄을 맞기 때문이다. 이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왜 앙상한 최저임금 인상만 실시한 것일까? 영세기업, 자영업자의 지원을 위한 자금도 재벌체제에 대한 개혁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불로소득과 재산에 대한 중과세, 카드수수료 인하 등을 진행하지 못하고 쥐꼬리만한 ‘일자리 안정자금’으로 최저임금을 지탱할 수 있단 말인가?

결국 ‘재산 불평등’이 아니라 ‘노동소득 불평등’이 문제라고 하더니, 재산불평등을 문제 삼지 못한 결과 노동소득 불평등 해소의 주요수단인 최저임금도 지킬 수 없게 되었다. 한국의 진정한 대립은 재벌과 국민 대다수 사이에 있다. 진정한 불평등도 거기에 있고 국민 다수의 빈곤의 원인도 거기에 있다. 하지만 고립된 정책으로서의 앙상한 최저임금 실시는, 진정한 대립을 영세/자영업자와 알바노동자 사이의 갈등으로 바꿔치기해 버렸다. 그 결과 7,530원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이다.

 

지금 한국은 중요한 결정을 앞에 두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에 대한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의 최종 결정이다. 무소불위의 삼성제국 3세 승계를 위하여, 분식회계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를 뻥튀기하여 삼성물산과의 합병에서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부풀리고 이재용을 삼성그룹 전체의 최고 권력자로 만들어준 이 사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범죄행위이다. 이미 금융감독원에 의해 분식회계 판정을 받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종 결정이 어떻게 되는가에 따라, 한국의 민주주의와 국민의 삶의 질의 향배가 결정될 것이다.

삼성제국과 재벌공화국의 계속인가, 국민의 삶이 개선되고 희망이 솟아나는 가계가처분소득 중심 경제인가?

 

문재인 정부의 숨은 실력자인 이해찬 의원은, 지방선거 압승 직후 진행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민주당은 진보가 아니다. 중도우파 정도 된다.”(2018.6.15. 장윤선의 이슈파이터)

좋다. 우리는 민주당에게 진보적 정책을 기대하지 않는다. 최소한 중도우파라도 되어라.

이해찬 의원은 “우리 경제가 이렇게 극단 양극화된 게 재벌위주의 경제정책을 해 왔기 때문에 그런 거거든요. 그러니까 재벌위주의 경제정책에서 이제 좀 더 서민적인 그 복지라든가 교육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더 강화시키는 그런 것을 가치로 삼는 새로운 건전한 보수가 나와야죠.”라고 말하였다. 자유한국당을 대신할 “새로운 건전한 보수”도 재벌위주의 경제정책에서 탈피해야 한다면, “중도우파”는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소위 “중도우파”가 어떻게 하는지 국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녹색당 정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