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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선거제도 개악 야합을 규탄한다

 

총선이 80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정치권은 선거구를 획정하지 못하는 사태에 직면했다. 이렇게 발등의 불조차 끄지 못한 상황에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쟁점법안 협상에 돌입했고 여기에 선거제도 문제를 끼워서 협상했다. 그리고 이들은 지난 주말 지역구 대 비례대표 의석을 종전의 246 대 54에서 253 대 47로 변경하는 개악안을 잠정 합의했다.

 

선거구 재획정의 사유가 된 헌법재판소 판결은 ‘표의 등가성’을 지향한다. 그러나 비례대표 축소는 이를 정면으로 거스른다. 비례대표제는 사표(死票)를 방지하며 민의를 국회 구성에 최대한 반영하는 제도다. 한국의 비례대표 의석 비중은 현저하게 낮다. 정당 득표와 의석 점유율간의 연동성도 매우 약하다. 오히려 비례대표 의석을 획기적으로 늘려도 모자랄 판에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철면피를 쓰고 역주행을 선택했다.

 

이들은 지역구 의석을 확대하며 비례대표 의석을 줄이는 이유로 ‘농어촌 지역구’ 핑계를 대고 있다. 하지만 농어촌 지역구 의원이 과연 얼마나 농어민들을 대변하고 농어촌 생태환경을 지켜왔던가. 농어업을 말살하는 각종 FTA을 막지 못하는 원인이 농어촌 지역구가 부족해서인가. 밀양과 청도, 군산 등지를 짓밟고 있는 고압 송전철탑, 영덕 신규 핵발전소 추진, 설악산 케이블카, 영양댐과 영주댐 등을 보라. 거대 정당의 기득권 정치는 오히려 농어촌을 파괴하는 일에 여념이 없다.

 

새누리당의 탐욕은 목불인견이다. 3, 40퍼센트대의 지지율로 과반 의석을 차지하려는 작태에 한점 부끄러움도 느끼지 않는다. 역대 선거에서 항상 지지율을 웃도는 의석 점유율을 자랑해온 새누리당에게, 선거제도 설계란 공정한 토대를 놓는 일이 아니라 사실상 어떤 유세보다도 강력한 선거운동이었다. 그러잖아도 현행 소선거구제는 새누리당에게 가장 유리하게 짜여진 발판이다. 소선거구제의 한계와 허점을 보완하는 비례대표제까지 억압해야 직성이 풀리는가.

 

새누리당은 그도 모자라 비정규직 양산, 의료의 사유화, 대테러를 빙자한 국정원 강화와 인권 침해를 밀어붙이기에 혈안이 되었다. 이른바 쟁점법안이 현행 국회법에 가로막히자 이를 뚫기 위해 ‘셀프 부결’까지 불사하면서 국회법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 새누리당이야말로 ‘떼법’의 장본인 아닌가.

 

국회법은 안건조정위원회와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보장하고 있다. 안건조정위의 경우 여야가 합의하지 않으면 90일동안은 활동해야 한다. 안건조정위를 열든 열지 않든 첨예하게 찬반이 부딪히는 법안은 앞으로 최소 90일은 논의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총선은 80일도 남지 않았다. 절차적 정의로 따져도 쟁점법안 처리는 틀렸다. 새누리당은 몽니 부리지 말라.

 

더불어민주당은 국회법을 활용해 지연시킬 수 있는 쟁점법안을 도마위에 올려주었다. 그러면서 선거제도 개악까지 합의하고 있다. 언제나 정부여당에 선수를 빼앗기고 반전의 흐름은 조금도 만들지 못하더니 어리석음과 무능함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총재를 맡던 시절보다 더 많은 의석을 갖고 있는 지금이다. 힘에서 밀린다는 핑계는 걷어치워야 한다. 작금에 더불어민주당이 벌이는 대여 협상은 일본 정부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졸속 합의한 한국 정부의 모습과 무엇이 다른가.

 

비례대표 축소안에 힘을 실어준 국민의당 역시 개악의 주인공이다. 국민의당이 촉발한 야합 경쟁에 휘말려들어가는 더불어민주당도 한심하지만, 국민의당은 새누리당 심판을 바라는 여론 사이에서 요즘 근심거리 그 자체다. 국민의당을 두고 나오는 ‘호남 자민련’이라는 평가도 사실 상당히 후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라면 호남 자민련이 아니라 ‘그냥 자민련’에 불과하다.

 

첫 국회 진출을 목표로 하는 녹색당은 그저 피해자의 입장으로 이 자리에 서지 않았다. 비례대표 의석수가 줄더라도 어차피 3%의 정당 지지율이면 국회에 진출할 수 있다. 문제는 비례대표제 축소가 정치 다양성의 뿌리를 잘라내는 폭력이며, 자신들 멋대로 자신의 진로를 만들며 국민들을 배제한 폭거라는 점이다. 선거구 획정을 둘러싼 일련의 흐름은 분명한 교훈을 남겼다. 다시는 현직 국회의원들에게 선거제도를 맡기지 말라는 것이다. 사실 최근 유의미한 선거제도 변경은 모두 헌법재판소에서 이뤄졌다. 국민의 국회 혐오를 부추기고 있는 건 국회 자신이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 따위에 휘둘리지 말고, 표의 등가성과 사표 방지라는 시대적 중론에 의거하여 선거제도 협상에 임하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도 각각 ‘정부여당 견제’와 ‘양당제 혁파’라는 지지층의 가치부터 존중하라. 무리한 쟁점법안 처리를 포기하고, 조금이라도 더 온전히 민의를 반영하기 위한 선거제도 협상에 나서라. 이것이 바로 카르텔정치를 향한 국민의 환멸을 예방하고, 다가올 총선을 건강한 정책 경쟁의 장으로 만드는 길에 동참하는 것이다. 경고한다. 지금은 따로 또 같이 국민 핑계를 대며 야합에 나서지만, 결국에는 국민이 기득권정치의 야합에 진저리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2016년 1월 25일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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