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페미니즘학교 1강 – ‘페미니즘으로 세상 바라보기’ 후기

 

주현미 여성특위 운영위원

 

녹색당 여성특별위원회가 발족하고 몇 개월이 흘렀습니다. 오프라인모임과 영화상영회 등을 진행하고 당 내・외 관련이슈들에 대해 모바일 채팅방에서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어 왔으나 모임 초기 그 사건(?) 이후로 의기소침해져 있던 요즘이었습니다. 오프라인 모임을 기다리던 중 운영위원 활동 제안을 받고 별다른 고민 없이 수락한 후 처음으로 기획에 참여한 행사가 바로 페미니즘학교입니다. 페미니즘 강의를 들어본 적이 없던 차에 ‘오, 기대되는군’ 정도였다가 6개의 강의 구성 면면을 살펴본 후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 다양한 주제와 화려한 강사진이라니!! 그 중에서도 첫 번째 강의, ‘페미니즘으로 세상 바라보기’의 강사이신 전희경님은 워낙 명강의로 소문이 났던지라 기대해마지 않았습니다.

 

본격적인 강의에 앞서 강사님을 포함해 참석자들이 자기소개와 참석 동기 등을 나누었고 특히 강사님께서 여성특위에 대해 내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고민하는 그룹이 생겨서 반가웠고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참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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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이가 없는 기혼여성으로서 가정과 사회에서 겪는 편견에 대해, 그리고 여성으로서 살아가면서 사회에서 아무렇지 않게 여성에 대해 규정하고 강요한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던 지점에 대해 무엇이 부당한 것인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를 알고 싶었습니다. 결혼을 하면 당연히 여성은 아이를 낳아야 하고 여성이 아이를 갖기 싫어하면 문제가 있다는 식의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낳으면 육아와 살림을 맡아하는 존재가 될 것이고 그 순간 아줌마/어머니의 이분법 안에 들어가게 되겠지요. 그런 편견 속에서 여성으로서의 나를 찾아가는 시간이 되길 기대해봅니다.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참 수난을 많이 겪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왜 페미니즘 또는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를 꺼려할까요? 여성주의보다는 성평등이 더 보편적인 것 같고 페미니즘보다는 휴머니즘이 더 보편적인 운동의 기조라고 생각하는 경향들이 있습니다. 휴머니즘이 더 보편적이려면 ‘인간=남성+여성’ 이어야만 성립합니다. 그런데 역사를 통틀어 지금까지, 남성과 여성이 동등하게 인간을 구성하고 있었나요? 수많은 시기동안 남성만 인간으로서 존중받아왔고 여성은 여기에 끼려고 부단히 애써왔지요. 그렇기 때문에 평등한 사회를 위해 휴머니즘을 드러내는 것이 더 보편적인 방식이라는 말은 맞지 않습니다. ‘평등한 사회를 위해 페미니즘’이 더 맞는 말이지요.

 

페미니즘 = 여성의 지위향상 이라는 등식도 맥락적으로 보지 않으면 문제가 생깁니다. 특히 여성할당제로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었다고 보고 오히려 남성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위기의식을 느끼는 남성들이 많습니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반드시 여성의 지위향상으로 이어지려면 남성이 가정으로 진입하는 변화가 없이는 여성의 과로 현상만 가져올 뿐 사회변화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지위향상 자체가 페미니즘의 이상으로 등치되는 순간 매우 협소한 사회변화만 가져올 뿐입니다. 그 빈자리에 다른 약자가 들어올 뿐입니다. 의자를 그대로 두고 누가 거기 앉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의자배치’를 어떻게 하는가가 중요합니다. 지배계급이 만들어놓은 링 위에서 아무리 투쟁해봤자 이길 수가 없는 것이지요.

 

평등은 산수가 아닙니다. 같은 자리에 남자 둘 여자 둘 앉아 있다고 평등이 아니지요. 다소 위험한 발언일 수 있겠으나 우리가 지향하는 여남동수제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공동대표단을 구성하는 남성 둘, 여성 둘이 있다고 우리 당이 성평등한 당일까요? 여전히 모임을 진행하면 다과를 준비하는 역할을 여성들이 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여성들은 나서지 않고 조용히 물러나있는 것이 당연한 분위기는 아닌가요? 아니길 바라봅니다.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볼 때 우리는 우리 사회를 둘러싼 권력의 문제를 생각해야 합니다. 성별 권력 관계는 사실 여성-남성이기 보다는 여성적-남성적 권력관계입니다. 어느 한 개인이 모든 면에서 강자이거나 약자일 수 없습니다. 남성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집단에서는 여성적인 사람이 약자가 될 것입니다. 남성이 가정의 영역으로 들어오지 않은 상태에서 여성의 사회진출이 이루어지면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가사노동자와 육아노동자일 것이고 이 역시 여성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니면 이주여성노동자이거나.

 

페미니즘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만을 외치는 이론이 아니고, 여성만을 소재로 다루는 분야도 아닙니다. 페미니즘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입니다.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비주류가 보입니다. 특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이것을 체감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정치적 행동으로서의 성찰이 중요합니다. 약자가 사회의 문제에 대해 더 깊이 인식할 가능성이 높고 차별 안의 매커니즘을 이해하기가 더 쉽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누구와 손잡아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강자와 동일해지려 하지 않을 때 세상을 바꾸는 세력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녹색당이 그런 세력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