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학교 2강 여성과 정치 후기 (강사: 권김현영)

여성특별위원회 운영위원 김정은

201511페미니즘학교

비바람이 마구 몰아치는 토요일 오후. 유난히 체화당 지하의 은은한 백열등 조명이 어울리는 이날 간소한 인원과 함께 권김현영 선생님의 강의가 시작되었다. 정책대회에서 이미 한번 뵈었는데 여성 정책에 대해 말씀하시는 내용이 좋고 인상적이어서 과연 여성과 정치로 어떻게 얘기를 풀어나가실지 상당한 기대를 가지고 강의를 들었다.

현영님은 녹색당 정치 중 페미니즘에 대해 어떻게 논의해야 할 지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고 하시면서 권력의 개념에 대해서 먼저 설명하셨다. 권력을 소유의 개념으로 볼 경우 이것은 또한 누군가에 의해 찬탈되고 이러한 낡은 방식이 계속 반복되는데 이런 권력 개념에 대한 생각을 뒤집어야만 혁명이 가능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것이 페미니즘이라고 하셨다.

여성들에게는 그야말로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던 민주주의의 모순을 지적하신 것은 통쾌했다. 그 과정에서 여성들의 전체적인 지위가 하향 평가되었지만 지금껏 우리는 그러한 교육을 받지 못하고 그저 민주주의는 좋은 것이라며 가부장제 정치인들의 수사에 놀아났다는 사실은 항상 그렇지만 알면 알수록 분하고 억울했는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민본주의를 바탕으로 귀족 정치를 타파하고 실력있는 유림을 통해 엘리트 통치를 열망한 정도전이 정치 부패의 한 이유를 여성이라고 지목한 최고의 여성혐오자이며 서구권에서 민주주의의 시초인 아테네가 오히려 민주주의 이전 여성들의 정치 참여가 (비록 사적 루트이지만) 가능했다는 사실은 놀라웠다.

정치는 복수, 즉 그로 인한 차이를 조율해 가야하며, 젠더적 관점에서 이 차이와 관련된 통치에서 개혁될 것은 가족 문제라고 지적하시면서 수강생들에게 결혼에 대한 의견을 물으셨고 당연히 부정적인 반응들이 줄을 이었다. 결국 결혼은 경제적 공동체로 재생산이 이루어지는 통로인데 남성은 사냥/여성은 채집의 구도로 성별 분화를 고착시켰지만 채집이 경제력에 더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한국을 비롯한 몇몇 아시아에서는 실제로 여성의 경제 활동이 더 활발함에도 불구하고 남성의 지위가 높은 이유는 남성이 가족의 상징적 지위인 제사장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TV를 켜면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는 ‘가족이 최고’, ‘가족밖에 없어’ 등의 대화나 광고를 접할 때 마다 느끼는 불편함의 지점은 이것이다. 식상하지만 절대 진리처럼 공고화된 가족 우상화 작업은 신음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음소거시킨다. 부디 페미니즘이 기존 가족 제도를 대체하는 상상의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여성과 정치 뿐만 아니라 그 외 페미니즘에 관련된 포괄적 질문에도 적절한 예와 사례 등을 제시하여 재미있고 명쾌하게 답변해주신 권김현영님의 강의는 속이 뻥 뚫리는 사이다 같은 청량감을 안겨주었다. 또한 1강에서는 강사님의 제안에 의해 수강자들이 페미니즘 학교의 강의를 수강하는 이유에 대해서 얘기했다면 이번 2강에서는 수강생들이 자발적으로 여성과 정치 외에도 페미니즘 그리고 여성특위와 관련된 질문을 하고 강사님 뿐 아니라 수강생들이 자유롭게 답변도 하고 발언도 하면서 서로가 여성주의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좁힐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되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