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을 시작하면서 경기녹색당 당원 여러분들께 당의 정치적인 시간을 함께 열어주실 것을 요청드렸습니다. 그로부터 한 달 동안 녹색당 조직진단TFT와 혁신위원회가 활동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쳤습니다. 이제는 얼마나 깊을지 가늠하기 어려운 바닥으로 내려가 당의 가치와 노선을 바로 세우는 질문을 함께 만들고 답을 찾아야 하는 시간입니다.

김종철 선생님을 떠나보내며 우리는 선생님께서 창당 시기에 녹색당 당원들에게 보낸 편지를 다시 함께 읽었습니다. 오랫동안 외로움과 고립 속에서 무력감을 느끼며 살지 않을 수 없었던 세월과의 작별이 녹색당 창당이라고 하셨습니다. 또한 녹색당이라는 틀 속에서, 사회적 약자의 인권유린과 자연파괴를 구조적으로 강요하는 양식을 근원적으로 넘어설 수 있는 힘과 용기와 지혜를 나눠 갖게 되었다고 기뻐하셨지요.

그렇게 녹색당이라는 이름으로 모여든 우리는 지지자들과 함께 돈, 인맥, 조직력, 그리고 ‘명망성’없이는 불가능한 더러운 현실정치에 적극 개입할 내용과 설득의 실천들을 모색하고 수정하면서 끊임없이 스스로 갈고 닦았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뜻을 같이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다른 정치적 언어로 결집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선거제도개혁과 선거연합이라는 길목에서 우리는 미숙했고 혼란스러웠고 기성정치에 편승하려다 주저앉은 정치세력으로 조롱당하는 처지에 이르렀음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국회진입만 하면 빼어난 묘수를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유혹과 탐욕의 딜레마에 빠져 위성정당이라는 대한민국 정치사에 남을 과오에 발을 딛으려고 했습니다. 지난 8년 동안 꾸준하게 정치적 논의의 장을 만들어 풀뿌리 지역에서부터 논의하고 다듬고 합의하는 숙성의 시간들을 통해 정치적 언어를 만들어내는 데 실패했습니다. 전국과 지역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제한된 정보를 움켜쥐고 지역과 구성원간의 격차를 크게 만들었고, 형식적 민주주의를 넘어 주어진 권한을 가진 이들이 각 구성원의 민주적 참여역량을 높이는 것을 등한시했습니다. 결국 녹색당은 기존의 정당처럼 권력을 추구하고 특정인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기 위한 조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정당이 되었고, 반(反)권력, 자립, 자치, 근원적 민주주의를 풍성한 당의 이력으로 만들지 못했습니다.

혁신의 시간입니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고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미약한 존재들의 편에서 재난의 탈을 쓰고 성장하고자 하는 자본과 기득권에 맞서야 합니다.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은 성장논리와 물신주의에 분명한 작별을 고하는 것입니다. 녹색당의 이름으로 무엇을, 누구를 대변해야 하는지 돌아봅시다. ‘반정당의 정당’이 뜻하는 바에 대해 토론하고 같이 합의해가는 정치적 언어로부터 가치와 노선을 세우는 혁신을 모두의 힘과 용기와 지혜로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2020. 7. 3.
경기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손지후, 안소정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