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록새록_title_방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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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록새록_방은영


과천녹색당의 싱싱한 당원 인터뷰 새.록.새.록.

‘나’를 넘어 ‘우리’를 꿈꾸는 방은영

인터뷰 홍지숙


자기 소개를 해달라.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30년 가까이 과천에서 살아오다가 이제는 30대 후반이 된 청년이다. 지금은 직장 때문에 평일에는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다.


과천에는 주말에만 있는건데, 왜 ‘과천’ 당원으로 가입했는가?

서울은 잠시 머무르는 곳일 뿐, 나의 고향은 과천이다. 과천에 산다는 자부심이 있다. 시부심? (웃음) 다른 도시나 동네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함이 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다. 살아봐야만 알 수 있다. (웃음)


어렵겠지만 그 특별함이 뭔지 설명해달라.

음… 과천은 매우 아담한 도시이다. 내가 알기로는 초등학교가 4개, 중학교가 2개, 고등학교가 4개다.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이 얘기를 들으면 무슨 ‘시’가 그렇게 작냐고 한다. 난 그게 좋다. 중학교를 나오면 둘 중 하나다. 문원중 아니면 과천중. (웃음) 어릴 땐 교복 입은 사람들은 다 오며가며 한 번씩 봐서 낯설지가 않았다. 그만큼 서로가 서로를 알면서 함께 자라났던 기억이 있다. 점점 더 익명화되고 개인화되는 세상인데, 도시면서 지역주민들의 공동체가 살아있다는 게 특별하다. 여유와 느림, 사람냄새가 있어서 좋다.


공동체적인 교류를 하고 있나? 경험해봤나?

10년 넘게 활동한 지역교회 청년부에서 경험해봤다. 넉넉함..? 서로의 부족함을 메우는 사랑을 경험했다. 꼭 교회가 아니어도 과천에서는 그런게 가능하다. 사람들이 성장과정을 함께 공유하면서 세대를 이어간다는 건 여느 도시에선 경험하기 힘든 것 같다.


과천에서 보낸 어린 시절 얘기를 해달라. 과천에서 갖고 있는 추억?

어릴 적 재건축되기 전 3단지에 살았다. 아파트 단지에 난 굴다리를 지나면 어느새 논과 밭이 나오고 소도 있었다. 새로운 세계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아주 오래전이지만 지금도 그 기억이 너무 좋다. 그리고 2차 종합상가(재건축되기 전 3단지 상가)와 그 앞에 엄청 크게 지어진, 어려서 커 보였을지도 모른다. (웃음) 모래 놀이터와 등나무, 아파트 사이사이에 잔디밭, 주차장이 모두 우리 구역이었다. 동네 애들이랑 떼 지어 몰려다니며 놀고, 아지트도 만들었다. 지금은 모두 기억에만 남아있는 장소들이라 너무 아쉽다.


활달하고 모험심이 많은 아이였나보다. 학생 시절은 어땠는가?

호기심이 많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매우 좋아했다. 근데 학생 시절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조금 고민이 된다. 같이 중학교 다니던 친구들 중에는 나를 ‘문제아’나 ‘날라리’로 기억하는 친구도 더러 있을 것 같아서. 솔직하게 말하자면, 주변에 흔히 말하는 ‘노는’ 친구들, 언니, 오빠들이 많았고 나는 그런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잘 지내는 편이었다.


좀 놀았나 보다. (웃음)

사춘기, 질풍노도의 시기를 충분히 (웃음) 제대로 (웃음) 누렸다. 중앙공원 앞에 있는 ‘챔피온 오락실’에 거의 매일 출근했다. 워낙 사람을 좋아해서 거기서 친구들을 만나 어울리는게 그렇게 재밌고 좋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후 시기를 오히려 열정적으로 보낸 것 같다. 하고 싶은 것은 다 해보고 후회없이 살자는 생각으로 오만 가지 경험들을 다 했다. 프로덕션 조감독, 카피라이터, 이벤트 피디, 노점상, 창업, … 해볼 수 있는 것, 배울 수 있는 것은 원없이 해본 것 같다. 물론 돈이 많아서 그랬던 건 아니다. 돈이 없어도 ‘시간’이 많으면 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그리고 열정페이로 살았던 시간도 많다.


창업이라면 과천에서 운영했던 카페 ‘크루시에’ 말인가?

겁없던 시절이었다. 20대 중반에 친구랑 뭣도 모르고 무조건 사업을 해보겠다고 뛰어다녔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친척의 도움으로 은행대출을 받아 과천의 제일쇼핑센터 1층 귀퉁이에 ‘크루시에’라는 카페를 열어 2006년부터 2009년까지 2년 반 넘게 운영했다.

처음 크루시에를 시작 할 때 과천에는 프랜차이즈만 있던 시절이라 어른들이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꾸준히 찾아오셨다. 신기하게도 크루시에에는 젊은 사람들도 나이 드신 단골도 많았다. 정말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커피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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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참 좋아했는데, 왜 2년반 만에 그만두었나.

그때는 사회경험도 적었고 사업이라는 것도 처음이라 여러 가지로 한계를 많이 느꼈다. 특히 사람들의 신뢰를 얻기가 힘들었다. 이렇다할 경력이나 소속 없이, 20대 여자 둘이 일을 펼쳐나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절감했다. 아무래도 사회에서 좀 더 많은 경험을 해야 한다는 강한 필요를 느껴 가게를 정리하고 다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의 마음이었다.


지금은 무슨 일을 하나?

공연 및 전시 사업 기획 일을 하고 있다.


지금 하는 일을 통해 꿈꾸는 게 있다면?

공연이나 전시, 영화, 책 등 살아가면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로 세상이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는데 기여하고 싶다. 사회적인 이슈들, 함께 고민해야할 문제들, 또는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들을 대중적인 코드로 녹여낼 수 있는 것이 ‘문화’가 가진 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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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기획이 있나?

직접 기획을 한 건 아니지만, 얼마 전에 끝난 광복70주년기념 특별기획전 ‘사랑하라! 대한민국’이 기억에 남는다. ‘문화역서울 284(구 서울역)’에서 8월 22일부터 10월 3일까지 무료로 진행한 전시다. 거창한 유물이나 어려운 예술이 아니라, 광복 이후부터 현재까지 소시민들의 일상, 생활의 변천사를 다양한 테마로 구성해 보여주는 전시였다. 어르신들은 과거를 추억하고, 젊은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70년여 생활상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가족끼리 함께 와서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도 요즘 같이 세대 간 단절이 심한 때에 보기 드문 광경이라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정치에는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었나?

세월호 사건 때문이었다. 세월호가 가라앉는 모습을 전국민이 TV로 지켜보았던 시간, 정부의 대처 능력, 국가가 지켜주지 못하고 위로해주지 못하는 국민들의 아픔을 보면서 국가에 대한 불신과 무기력함을 느꼈다.

하지만 이게 정부만의 잘못은 아닌 것 같았다. 정부와 정치인들이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해관계에 따라 법이 바뀌고 제도가 바뀌는 것을 방관해온 나도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모두에게 그 배를 가라앉게 한 공동의 책임이 있지 않나. SNS나 뉴스를 보고 ‘좋아요’ 버튼 열심히 누르는 것만으로는 세상이 바뀌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비극적인 사건이 다시 벌어지지 않으려면 나는 무얼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정치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알고 싶어하지도 않았던 것을 반성했다. 연예인의 시시콜콜한 사생활이나 드라마에는 관심 있어도, 정치적 이슈는 모른다. 내 스펙을 쌓고 내 가족을 위한 알뜰정보, 할인정보는 알아도 우리 공동체, 우리 지역, 우리 국가를 위해 공부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우선은 나라가 건강해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공부하고 싶었고 그러다 보니 정치에 관심이 생겼다.


녹색당원이 되어 전과 달라진 것이 있나?

아직 참여하는 활동은 거의 없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녹색당에 대해 얘기하게 된다. 정치나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나는 그래서 녹색당원이 되었다.”라고 독려 아닌 독려, 자랑 아닌 자랑을 한다. 어쨌든 소속감을 가지고 녹색당의 활동을 인지하고 응원한다.

길 가다가 녹색당의 현수막을 보면 무지 반갑다. 당원이 되지 않으면 몰랐을 정책이나 핵발전소 문제 같은 것에 관심을 갖고 내 견해를 갖는 것? 평소에는 무심하게 지나쳤을 사건들을 녹색당원이기 때문에 인식할 수 있다는 게 좋다.


당원으로서 하고 싶은 것이 있나,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나?

모르는 게 많다. 알아가는 중이다.

아직 이 세상에는 정치에 대해 막연하게 거부감을 가지거나 어렵게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정치적 이슈에 나의 의견을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시민들이 적극 참여하는 의견들이 법과 제도를 바꿀 수 있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많이 알려주면 좋겠다. 바람이라면, 시민들이 정치적으로 참여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나 교육이 있으면 좋겠다. 여러 가지 정치적인 견해에 대해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과천 시민으로서 바라는 점.

2차 종합상가에 있는 성심유치원을 다녔다. 그때부터 과천에서 삼십 년을 살았다. 과천의 변천을 다 봤다. 내가 살던 곳이 ‘래미안’이 되는 것도 봤다. 요즘은 오랫동안 갖고 있던 과천만의 색깔이 사라지고 있다. 개발 자체가 나쁘다고 보진 않는다. 하지만 지역사회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관이 주도하는 성과중심적인 접근보다 늦게 가더라도 지역 구성원들이 필요에 공감하고 함께 논의하는 과정을 거쳤으면 한다. 한번 개발이 시작되면 되돌릴 수 없지 않나. 빨리 시작한다고 좋은 게 아니라 부작용이나 여파가 있으니까. 과천이 가진 큰 장점은 푸르른 녹색이다. ‘경제 성장’만 강조하면서 이런 것들이 등한시되지 않으면 좋겠다. 과천에 오래 사는 사람이라면 다 같은 마음일 것이다.

내가 강아지를 기르니까, 반려생명들을 풀어놓고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또 우정병원. 오랜 난제이긴 한데, 정말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지 궁금하다. 방치되고 있는 게 시행정의 직무유기로 보인다. 부수든 고치든 소중한 자원으로 활용해야 하지 않나. 여러 이유가 걸려있겠지. 하지만 어려워도 어떻게든 해결해나가려는 의지를 보고 싶다. 그분들은 임기 안에 해결할 수도 없고 눈에 띄는 성과나 변화를 얻을 수 없으니까 방치하는 걸로 보인다.

과천은 땅값만 바라보는 사람들 목소리가 무척 크다. 하지만 치솟는 땅값을 쫓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돈이 없다는 이유로 이 도시를 떠나야 하나? 시가 공공의 임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라면 모든 시민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과천 시민들은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관심이 많고 참여도도 높고 유해 환경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 과천이 다른 도시에 표본 같은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


정치에 관심 없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

정치를 비롯해 여러 사회적인 문제들이 내 삶에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것을 깨달으면 좋겠다. ‘나’가 아닌 ‘우리’의 삶을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정부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우리가 계속 자기 삶에만 몰두하고 사회적인 문제에는 무관심하길 원할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에게 두려운 존재가 되어야 한다.

굳이 녹색당이 아니더라도, 관심이 가는 정당이나 시민단체, 독립언론들에 힘을 실어주면 좋겠다. 그것이 더 좋은 국가를 만들고, 그 국가의 국민으로 살아가게 한다. 정부나 정치를 탓하는 것은 그런 정치인을 방치하고 또 그런 정치인을 다시 뽑는 우리 스스로를 탓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비판에서 멈추지 말고, 댓글로 만족하지 말고, 좀 더 힘을 내서 움직였으면 한다. 정치인들이 국민의 목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만들어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사람들의 참여를 끌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치를 삶의 일부로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한다. 축제처럼 함께 즐기는 것이면 좋겠는데……. 정책파티? ‘연고전’ 처럼. 내년에 총선이 있는데, 선거에 참여하고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는 것 자체가 축제처럼 느껴졌으면 좋겠다. 과천시의 중요한 포인트 곳곳에 녹색 칠판을 설치해 내가 바라는 것들을 자유롭게 적을 수 있게 하면 어떨까? 테이블을 만들어, 녹색 종이, 엽서를 쓰고 모아 ‘소원나무’를 만드는 건? 그 모습을 촬영해 영상으로 편집해서 온라인에서 공유하면 재밌을 것 같다.


앞으로 인터뷰 계속 할 건데,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있나?

과천사람들이라면 모두가 알만한 오래된 분식집… 추억의 맛집 시리즈를 취재하면 재밌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