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록새록_title_허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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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록새록_허자인


과천녹색당의 싱싱한 당원 인터뷰 새.록.새.록.

대학생이자 에디터 그리고 과천토박이 허자인

인터뷰 김정신, 사진 홍지숙


가을햇살이 따가운 날에 녹색당원 허자인을 만났다. 맑고 건강한 느낌이었다. 인터뷰 성격을 전하는 과정에 착오가 생겨 정리가 필요했다. 똑 부러진 말투에 살짝 긴장했다.(나름 낯을 가리고 젊은 분들에겐 약하다.) 인터뷰가 성사될 수 있을지. 우려와 달리 쌩하던 분위기는 쌩쌩하고 유쾌해졌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1994년생. 서강대학교 국문과에 재학중이다. 광주에서 태어났고 여섯 살 때 과천으로 이사와 죽 살았다. 20대를 독자층으로 하는 ‘트웬티스 타임라인’(20timeline.com)이라는 웹진에서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올해 4월 녹색당 당원이 되었고, 지금은 잠시 쉬고 있지만 녹색당 여성특위(가칭)에서 운영위원으로 활동했었다.


웹진에서 어떤 기사를 쓰나?

20대를 주 타깃으로 하여 그때 그때 관심 가는 기사를 쓴다. 최근 반응이 좋았던 건 포이동 사람들에 관한 기사(‘다시 사라짐을 강요받는 포이동 사람들’, 20timeline.com/2482)다. 포이동에 대한 간략한 역사를 제시하고 포이동이 내게 알려줬던 ‘연대의 가치’를 풀어내며 또 다른 연대를 권유하는 기사였다. 솔직히 말해 ‘대박 난’ 기사는 아니지만,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으며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단편적 시선 대신) ‘포이동 주민들’을 어떻게 생각할 수 있는지 많이 배운 것 같다.

더불어 요즘은 ‘다음 스토리볼’을 통해 ‘시맨틱 검색’이라는 카드뉴스 콘텐츠를 내고 있다. 이 시대 청춘들이 처한 현실을 제시하고, 시를 인용함으로써 공감이나 위로를 줄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쓰고 싶은 이야기나 방향이 있다면?

여성주의적 관점이 묻어나는 기사를 쓰고 싶다. 2학년 때 친구 권유로 여성주의학회에 가입하여 공부해가는 중이다.


형제관계는?

외동딸로 부모님과 가장 친하다. 함께 영화 보고 쇼핑 하고 카페에 가고…


유년기, 청소년기

초등학생 시절엔 특징 없고 공부 좀 잘하는, 그런 유의 아이였다. 어렸을 땐 그렇지 않았는데 청소년기엔 얌전하게 지냈던 것 같다. (대학에 들어와서는 다시 활달해졌다.)

중학생 때는 (치마가 아닌) 바지교복을 입고 다녔다. 전교에서 당시 3학년 언니 하나랑 나밖에 없었다. 여자는 치마를 입고 조신해야 하고… 뭔가 여자로 키워지는 분위기가 싫었다. 부모님 영향일 수도 있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분들이고, 성평등한 집안이라고 생각한다. 바지교복 입겠다고 했을 때도 흔쾌히 허락해주었다. 여자라서 뭘 해야 한다거나 제약받은 적은 없었다.


공부하기를 종용했다거나

(외고 쪽으로) 선택지를 주로 제시하시는 부분은 있었는데 크게 압박을 하진 않았다.


사춘기 반항 같은 건?

적어도 내 기억엔 없었다.^^ 고등학생 때는 (바지교복과 같은) ‘튈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게 부담스러워졌다. 그저 얌전히 지냈다.


(과천)외고를 졸업했는데 외고라서 좋았다거나 별로였다거나 그런 게 있다면?

입시에 관한 정보들을 많이 접할 수 있고 면학 분위기 조성은 잘 되는데, 인간성 쪽은 조금 무감각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대입에 모든 게 맞춰져 있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도록 만드는 분위기. 친구들은 대개 얌전하고 모범적이었다. 경제적인 격차도 처음으로 실감했다.


전공을 선택한 계기

고1 때 한 친구가 아이들의 장래희망을 죽 적은 적이 있었다. 가르치는 걸 좋아하는 나는 얼떨결에 ‘특목고 국어교사’라고 썼다. 그게 내 꿈으로 굳어졌다. 당시 입학사정관제가 뜰 때라서 장래희망을 죽 교사로 밀었는데, 아쉽게도 사범대는 입학사정관제로 갈 수 없더라. 그냥 국문학과에 지망했다. 수시로 다른 여러 학과를 쓰기도 했는데 붙은 곳이 거기였다.


문학소녀였던 건…

(격하게 손사래를 치며) 아니다. (하하.) 주로 공부하는 것도 문학보다는 어학 쪽이고. 지금은 교사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출판사 취업을 위해 우선 출판학교를 알아보고 있다. 생각해 보니 어렸을 때부터 책은 많이 읽었더라. 자기소개서 첨삭 등 교정, 교열 관련 일도 간접적으로 경험해 봤고…


요즘 재미있게 읽은 책은?

<여성혐오를 혐오한다>(우에노 치즈코), <비행운>(김애란),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박민규) 등.


특별히 어떤 분야의 출판사에서 일하고 싶다거나…

그런 건 아직 없는데, 하고 싶지 않은 종류의 책들은 있다. 유사과학 서적이나 자기계발서 따위.


학교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이런저런 활동을 해왔다. 학생회 활동을 했고 뮤지컬에도 도전했고 생협 만드는 일에도 참여했다. 동아리도 하고 생활도서관 관련 활동도 했었고. 지금은 학교 활동을 많이 정리했다. 집에서 웹진 글 쓰고 학교 여성주의학회 세미나 나가는 정도.


남자친구는?

노동당원이다. (하하.) 같은 학교 친구고 동갑이다.


잘생겼나?

…… 그렇다. 망설였다는 얘기는 빼달라. (하하.)


남자친구의 매력

색깔은 약간 다르지만 어떤 신념이 있고, 어떤 사안에 대해 편견을 갖지 않고 단정적으로 싸잡아 말하지 않는 점 등. (엄마가 보면 안 되는데…)


그렇다면 본인의 매력, 장점/단점

매력? 뭘까… 뭐지? 음… 알뜰한 것? 할인카드부터 쿠폰, 텀블러 할인까지 다 꿰고 있다. 장점이라면, 어디 가서 ‘일못(일 못하는 사람)’이라는 말은 거의 들은 적이 없다. 마감을 넘기거나 빼먹고 안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단점이라면 말이 좀(많이) 빠르다는 것? 성격도 좀 급한 편인데, 나 혼자 급하면 상관없지만 주변까지 몰아치는 것 같아 고민을 했었다.


취미, 특기

비는 시간에는 대체로 재밌는 소설을 읽는다. 심오한 것보다는 조금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작가로 말하면 오쿠다 히데오라든가… 특기는 딱히 잘 모르겠는데, 글 첨삭하고 맞춤법 틀린 부분 잡아내는 것?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블로그 운영’ 정도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


종교는?

부모님은 천주교 신자고 나도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성당에 다녔다. 요즘은 큰 행사가 있을 때 가끔 따라가는 정도고 부모님한테 강요받는 부분은 없다.


과천의 좋은 점이라면?

오래 살아 익숙하다. 교통이 편하고 밤늦게 다녀도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학창 시절에도 이른바 ‘삥 뜯는’ 걸 한 번도 당한 적이 없고.


아쉬운 점은?

과천시장이 맘에 안 든다. (하하.)

작년 선거에서 서형원을 뽑았다. 공약도 공약이지만, 몇몇 후보들은 동네에서 얼굴조차 본 적이 없는 데 반해, (당시 학교 쉬고 있어 많이 돌아다녔는데) 그분은 항상 우물터 같은 데서 기타 치고 있고 그랬다. 오랜 시간 과천을 위해 열심히 뛰었다는 이미지가 있었다.


녹색당에 가입한 계기

정당 활동을 한다는 게 어떤 건지 궁금했다. 몇 년 전 과천에서 녹색당 포스터를 처음 봤다. 한국에도 녹색당이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실은 정당에서 활동하는 친구들의 90퍼센트가 노동당원이다.^^ 몇 개 정당 사이에서 고민을 했으나 탈핵, 성소수자 문제 등의 이슈들에 관심이 갔다.


당원이 된 뒤 달라진 게 있다면?

노동당원 친구들이 자꾸 옮기라고 한다. 이중당적을 권하기도 하고…(하하.)


녹색당에 거는 기대

아직 많이 활동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성이나 나이에 따른 위계 없이 평등하고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있든 자연스럽게 존중받을 수 있는 분위기 등. 채식한다고 말해도 유난스럽다는 듯이 쳐다보지 않고 성소수자임을 밝혀도 차별적인 발언 하지 않고.


내가 생각하는 정치, 변해야 할 것

글쎄요… (뭔가 답답한 점이라든가…) 요즘 답답했던 건 김무성 발언. (하하.) 그런 발언에서 엿보이는, 노력만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분위기. 사실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모르는 게 많다.


매체를 통해 20대의 높은 실업률이나 빈곤률 수치, 또 그들의 팍팍한 일상들을 접한다.

‘절망라디오’라는 팟캐스트가 있다. 쉽게 말해 ‘망한’ 사연들을 올리고 소개하는 곳이다. 섣불리 희망 따위를 얘기하고 위로하지 않는다.


주위 친구들은 어떤가? 많이 힘들어 하는지…

자취하고 싶어 열심히 벌었는데 다쳐서 병원비로 다 나갔다거나 학기 시작하자마자 적자가 나버렸다든가 하는 흔한 얘기들이 (라디오 사연 제보 창구를 통해) 돌지만, 그런 힘든 일상들을 보여주는 것만이 전부는 아닌 듯하다. 대학원 가려는 친구들이 많은데 취업을 유예하는 차원이라기보다 순수하게 공부를 목적으로 가는 친구들도 있고. 힘들게 사는 타인에 대한 감수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만, 청년을 내려다보거나 긍휼히 여기는 듯한 시선은 마음에 안 든다.


과천에서 하고 싶은 활동

홈그라운드라 오히려 불편하고 민망할 수도 있겠다. 어색한 옛 지인들이나 친구 아빠가 있을 수도 있고… (하하.) 예전에는 어려서 잘 몰랐고 지금은 학교 주변에서 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 오히려 내가 사는 과천에는 큰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무얼 할 수 있을까.


당원 인터뷰를 이어가려고 하는데, 녹색당원 중 만나고 싶은 분이 있다면?

다들 어떤 생각으로 녹색당에 들어왔을까 궁금하다. 국제연대, 이주민분과 같은 곳에는 어떤 분들이 있는지. 난 그저 평당원으로 살고 싶은데, 녹색당을 통해 녹색가치를 가지고 정치에 계속 도전할 만한 분들이 있을지, 어떤 분들일지 궁금하다.


내년 총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솔직히 잘 모르겠다. 투표권이 생긴 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다만 후보를 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당선 가능성보다는 (과천)녹색당이 지역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녹색당이 환경단체가 아니라는 것, 양대 정당 외에 다른 대안이 있다는 걸 지속적으로 보여주었으면 한다.


어떤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나?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회.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 예를 들어 ‘여자는 다 그래’라거나 밀양 할머니들을 보며 ‘지역이기주의’라고 하는 등 다르게 생각하지 못하고 쉽게 단정해버리는 현상들이 안타깝다. 어떤 사안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읽어낼 힘이 없는 것이다.


요즘 가장 큰 관심사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어디에 취직해야 하는가, 어디에서 살아야 하는가.


소감 한 말씀

‘오래 살아온 과천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왔을까’를 생각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렉스타운이 생기고 문원초에 인조잔디 깔리고 문원중 건물이 커지는 것도 보고……. 참 오래 살아왔는데 지역을 위해 뭘 해야겠다는 생각은 못해봤다. 과천에 있을 날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제부터라도 고민해봐야지.


인터뷰를 마치고 그와 헤어졌다. 투명한 가을빛에 어울리는 사뿐한 걸음이었다. 아, 젊음이다. 누가 뭐래도 청춘이다. 우윳빛깔, 앳된 얼굴에 또릿한 눈빛이 좋았다. 적어도 ‘당연의 세계’를 낯설게 볼 줄 알고 쉬이 ‘길들지’ 않을(‘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싸움 2’, 김승희) 야무진 청춘이었다. 떡갈나무 혁명을 이룰 단단하고 발랄한 도토리였다.(‘녹색당 강령’ 참조) 녹색당과 허자인의 푸른 내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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