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0일 토요일, 녹색당 유럽당원모임 2014년 총회를 네덜란드 델프트에서 가졌습니다. 네덜란드 델프트에 살고 있는 당원과 독일 베를린, 프랑프푸르트, 함부르크, 영국 더럼에서 오는 당원들은 그 전 날인 29일 금요일 저녁 먼저 식사를 함께 하였습니다. 온라인 상으로만 녹색당 활동과 소식을 주고 받다가, 만나서 각 지역모임의 이야기도 듣고, 주저하다 당원으로 가입하게 된 배경도 들으며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진: 총회 전날 저녁 식사 모임. 식사 준비하시는 모습

<총회 전날 저녁 식사 모임. 식사 준비하시는 모습>

 

30일 총회 당일에는 아침부터 비가 좀 내렸습니다. 구름 낀 낮은 하늘과 우수수 떨어지는 비는 네덜란드의 전형적인 날씨이죠. 늦여름 아직까지 푸른 잎들로 우거진 나무들에 물방울이 맺힌 모습을 총회 장소에서 창 밖으로 내다보며, 아침 일찍부터 부산하게 준비하였습니다. 당원들이 다함께 총회 장소로 빌린 스튜디오의 책상과 의자를 정리하고, 음향을 설치하고, 오는 길 방향 안내판을 바깥에 붙이고 있으니, 네덜란드에서 소식을 듣고 관심 가지셨던 분들이 한두 명 씩 발걸음을 해주었습니다.

사진: 총회 당일, 비 그친 후 델프트의 거리

<총회 당일, 비 그친 후 델프트의 거리>

 

총회는 약 10시를 좀 넘겨, 작년 12월 프랑크푸르트에서의 창립총회 때 상영했던 녹색당 및 녹색당 유럽당원모임(이하 ‘녹유’) 소개 영상을 보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녹색당과 녹유 총회의 의의를 간단히 소개하고, 간단히 자기 소개를 한 후, 오전 첫 프로그램으로 라디오액티비스트(http://radioactivists.org)란, 후쿠시마 원전사고 및 이후 사회변화상과 탈핵 운동을 다룬 독립다큐멘터리를 함께 시청했습니다. 이 다큐를 제작한 감독들을 잘 아는 당원님께서 제작자의 동의를 얻어 영상 자료를 구해 오셨고요, 다큐가 던지는 화두인 “탈핵 이슈에서 시작해 그를 넘어서는 넓은 의미의 사회변화”에 관해 토론을 진행하였습니다. 비당원이신 분들도 흥미롭게 보시고 의견을 나눠주셨습니다.

 

점심은 새벽 일찍부터 당원분들이 함께 싼 야채김밥으로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 후 실제 앞을 못 보는 장애인에게 과학 교육을 한 경험이 있으신 한 당원님께서 그 경험과 평소 조사한 자료, 생각을 바탕으로 “장님 코끼리 만지기: 장애인이 경험하는 세계와 기회에 대해” 흥미진진한 발표를 해 주셨습니다. 그 후 두세 분 정도가 자연스럽게 생각을 나눠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가까운 사람이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되자 세상이, 평소 사용하던 일상의 공간이, 달라보였던 경험과 그 때 느낀 점들을 말이죠. 그 이야기를 듣고, 우리 사회에서 나와는 다른 몸의 필요를 가진 사람, 소수자,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지, 공감하였습니다. 끝에는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달라지면 좋을지, 발표자분께서 의견을 나눠주시기도 했습니다.

사진: 아쉽게 참석하지 못하신 분들과 함께하는 당원총회 사진 1

<아쉽게 참석하지 못하신 분들과 함께하는 당원총회 사진 1>

사진: 아쉽게 참석하지 못하신 분들과 함께하는 당원총회 사진 2

<아쉽게 참석하지 못하신 분들과 함께하는 당원총회 사진 2>

 

그 후 ‘좁은 의미의 총회’, 즉 녹유 소속 당원 회의를 하였습니다. 사정상 현지에 오시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온라인으로도 참석하실 수 있게 준비를 했었습니다. 처음 시도하는 온라인 총회인지라 기술적인 문제를 고려하여 총회 몇 주 전부터 공지를 했고요. 다행히, 당원 두 분 및 지지자 한 분이 호응해주셔서 당일 온라인으로 참가해 주셨습니다. 녹유 정체성 및 향후 활동 방향, 녹유 운영위 선출 및 신임, 그 외 녹유재정을 사용할 때의 집행 원칙과 여러 가지 행정 상 고려할 사안들에 대해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한 당원분들이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해주셨습니다. 운영위 입장에서는 운영위만의 회의가 아니라 확대 녹유당원전체 회의로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들을 챙길 수 있어 집단지성의 힘을 경험한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2013년 12월에 발족한 녹유운영위 1기를 재신임하였습니다. 1기 발족이 오래지 않은 점을 고려하였을 때, 새로운 운영위원들이 더 탄탄한 토대 위에 활동할 수 있도록, 좀 더 체계와 터를 다지자는 의미에서 2015년 총회까지 한 기 더 활동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총회는 비록 녹유 소속 당원의 딱 1/3에 맞는 정족수로, 겨우 성립한 회의였으나, 이 자리에서 오간 이야기뿐만 아니라 여건이 여의치 않아 참석하진 못해도 지역에서 지역장을 맡아 열심히 모임을 꾸리고 계신 움직임들을 고려하였을 때, 녹유의 희망찬 미래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에는 유럽에 거주하시는 노동당 당원분이 오셔서 지지와 연대의 발언을 전해주기도 하였습니다

사진: 공식 행사를 모두 마치고 단체 기념 사진

<공식 행사를 모두 마치고 단체 기념 사진>

 

총회를 마친 후, 저녁 식사가 이어졌고, 이번에는 비당원분들이 훨씬 더 많이 참석하셔서 늦게까지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그 다음 일요일까지 남아 오전, 오후, 멀리서 오신 당원분들과 델프트 산책을 하기도 했고요.

사진: 저녁 식사 장소, "Ciao Ciao"

<저녁 식사 장소, “Ciao Ciao”>

 

8월의 마지막 주말, 델프트는 아름다웠습니다. 초록 녹색당원님들과 함께 하여 더 아름다웠습니다. 떨어져있을 때는 온라인으로 녹색당 소식을 듣고, 읽고, 필요한 활동 등에 서명 등으로 연대하지만, 실제 만나서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녹색당이 추구하는 정신을 담은 강령과 당헌, 당규를 다시 읽고 확인하며, 우리가 활동하는 이유, 꾸준히 해 갈 활동의 내용을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이 얼마나 가슴 벅차고 귀하던지요.

사진: 일요일, 아름다운 8월의 마지막날의 델프트

<일요일, 아름다운 8월의 마지막날의 델프트>

사진: 마지막 날, 자전거로 델프트 시내 산책

<마지막 날, 자전거로 델프트 시내 산책>

 

이 말을 새깁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우리가 가야 할 길, 탈핵 뿐 아니라 세월호 참사를 통해 밝혀진 대한민국의 민낯,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과 지금의 세상이 참 멀기에, 그러나 그 변화가 시급하기에, 우리는 함께 가고, 또 떨어져 각자 삶의 자리에서 이런 저런 모양으로, 다양하게 투쟁합니다.

 

우정과 환대가 존재하는 정당, 녹색당. 유럽에 터를 잡고 공부하고, 돈을 벌고, 생계를 이어가는 것이 다들 만만치 않은 일이지만, 손을 내밀어 한번 잡아 봄이 어떨까요? 또 내민 손을 한번 잡아주심이 어떨까요? 베를린 지역모임, 프랑크푸르트 지역모임, 또 그 외 당원이 소수 있는 영국, 스페인, 네덜란드 등의 각 국가에서 녹색당 유럽당원모임은 새롭게 당원으로 가입하실 분들을 기다립니다. 당원 가입이 부담스러우시다면 일단 발걸음부터 해 보세요! 2015년 녹색당 유럽당원모임 총회는 더 멋지고, 더 오시기 좋은 도시에서 개최할 예정입니다. 총회에 발걸음을 하시면, 녹색당과 친해지시는 과정이 한결 쉬워지실 거에요. 내가 녹색 가치에 끌리는 이유, 녹색당 강령이 맘에 드는 이유, 각자의 개성을 오셔서 자연스럽게 표현해 주세요. 당신의 이야기가 궁금하답니다. 우리 각자의 이야기가 만나, 탈핵과 녹색 사회를 향한 발걸음이 점점 힘차지기를, 그러기를 바랍니다.

 

* 29일 금요일 저녁, 총회 참석을 위해 멀리서 도착하신 당원 한 분이 갑자기 쓰러지셨고,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신 지 약 10여일 후, 숨을 거두셨습니다. 두 차례의 수술과 조치가 그 분의 죽음을 막진 못했습니다.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한 생명이 소중하기에, 응급실에서 밤을 꼴딱 샌 후 맞은 총회 아침 토요일은 더욱 특별했습니다. 죽음이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는 것을 인지한다면, 어떻게 살고 싶으신가요? 비록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 나무를 심겠다, 스피노자가 말했다는데요, 죽더라도 살고 싶은 가치, 후회없이 살아내고픈 가치는 무엇인가요? 의식을 잃기 전 마지막 자리를 녹색당 모임에서 보내신 그 분의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열망과 실천을 존중하며, 더 이상 정치를 고민할 필요가 없는 곳에서 안식하시길 기원합니다. 지금 여기에서 우리는 발걸음을 계속 이어갈 것을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