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아프리카돼지열병, 더이상 고통받는 존재가 없기를 바라며

철저한 예방대책과 국제적 협력, 공장식 축산과 육식문화의 전환이 필요하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치명적인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지역에 풍토병으로 존재해오다가 2000년대 러시아를 포함한 유럽 국가들에서 유행했고, 작년에 중국에서 처음으로 보고되었다가 마침내 우리나라에서도 발병한 상황이다. 감염된 돼지의 치사율이 거의 100%에 이르고, 아직 예방을 위한 백신이 없으며, 남은 음식을 재활용해 돼지의 사료로 사용하는 경우에도 전파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많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지난 9월 28일, 이낙연 총리는 범정부 방역대책회의를 열고 “바이러스는 거의 창궐 직전까지 갔다”며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주문했다. 결국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한 인천시 강화군 소재 돼지농장 35곳은 모든 돼지를 살처분 하기로 결정되었고, 전국적으로 태풍 ‘미탁’의 영향권에 접어들기 전까지 완료된 살처분 돼지의 수는 총 10만 마리에 육박한다.

 

또한 방역과 확산 방지를 위해 인천 지역 축제들은 잇달아 취소, 연기되고 있다. 인천시는 행사 자제요청 공문을 발송했고, ‘부평풍물축제’와 ‘소래포구축제’, ‘청라와인페스티벌’ 등이 취소 또는 잠정 연기됐다. 축제가 열리는 지자체 관내에 돼지 농가가 없는 경우라도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바이러스가 추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조치들이 만시지탄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세계동물보건기’구와 ‘세계식량기구’는 이 질병의 확산을 막으려고 돼지고기가 사용된 음식 잔반을 다시 동물들의 사료로 사용하지 말 것을 최우선적으로 권고해왔다. 국내에서도 돼지에게 잔반을 먹이는 것을 금지해야한다는 경고의 목소리들이 있어왔다. 하지만 지난 7월에야 직접처리 잔반 급여 금지조치가 이뤄진 것은 매우 늦은 조치가 아닐 수 없다. 가까운 중국 선양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한지 근 1년이 지나서야 이루어진 조치인 것이다.

 

남북 간 방역 협력이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도 분명 평가해야할 지점이다. 북한에서 지난 5월 자강도를 시작으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하여 유행했다고 알려졌으나, 통일부는 지난 5월부터 북측에 방역 협력을 요청했지만 응답이 없었다고 답변했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협력이 쉽게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지만, 적극적인 남북 간 방역 협력을 이끌어 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살처분 및 매립 과정이 얼마나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들여다보아야 한다. 동물권단체 케어(CARE)와 한국동물보호연합(KAAP)은 살처분 되는 돼지의 상당수가 이산화탄소 마취 과정에서 다시 깨어나 의식이 있는 상태로 생매장됐다고 주장했다. 용역업체에게 관리감독도 없이 맡겨 살처분을 진행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살처분 작업을 하는 노동자와 축산농민에게 트라우마를 남길 수도 있는 문제이며, 전문적인 관리 감독 없이 진행된 매립은 이후 침출수 등에 의한 토양 오염과 지하수 오염 등의 심각한 살처분 환경 피해를 남길 수 있는 문제이다. 방역당국과 정부는 지금이라도 살처분 및 매립 과정에 대한 엄밀한 관리 감독을 진행해야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또 다른 피해를 입는 노동자나 농민 등은 없는지 세심히 살피고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또한 정부는 돼지 살처분에 협조한 축산농민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야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처럼 가축보험 적용대상이 아닌 경우 정부 보상이 아니라면 축산농민들의 피해는 회복할 방법이 없다. 산지가격의 100%로 보상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와 방역당국은 확산 방지에 최선을 다해야한다. 지난 4월 강릉속초산불 때 보았던 일사분란한 대응처럼, 정부가 컨트롤타워와 시스템을 구축해서 효과적으로 대응해야한다. 필요한 자원을 총동원해서 확산 방지에 성공하고 이후에 동물 전염병이 생기더라도 제대로 동작할 수 있는 방역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지금 정부와 방역당국이 할 일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질문을 똑똑히 마주 볼 것을 제안한다. 돼지들이 도축장으로 들어서서 죽음을 맞은 후 상품으로 팔리는 것은 문제가 없는 것이고, 동물 전염병으로 살처분 당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는 문제가 없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 말이다.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대량 살처분의 이면에 가려진 일상적인 대량 도축과 육식 자체에 대해서는 왜 아무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지 돌아볼 때가 되었다.

 

우리는 기후위기의 시대에 살고 있다. 공장식 축산을 통해 가속되는 지구온난화를 외면한 채 확장되어가는 육식문화는 이제 변화가 필요하다. 동물 전염병에 의해 반복되는 수많은 죽음과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일상 속의 수많은 존재의 죽음에 대해서 고민하고, 모든 존재들의 행복을 위해 국제 간 협력과 철저한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

 

 

2019101

인천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