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정책은 우회, 관광명소 개발은 직진하는 서울시
– 백년다리, 광화문광장 등 정치적 시간표에 맞춰 진행
– 기만적 보행친화도시 정책으로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없어

7월 30일, 서울시는 백년다리 조성 국제현상설계 공모 당선작을 발표했다. 백년다리는 한강대교 남단(노량진)에서 노들섬을 잇는 보행전용교로, 지난 5월 설계공모를 진행한 바 있다. 서울시는 보행교의 완공 시점을 2021년 6월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의 백년다리 계획 및 추진은 졸속추진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과 더불어, 최근 서울시가 보이는 토건사업에서의 조급함, 관광명소 개발에 대한 집착 그리고 기만적 보행친화도시 정책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녹색당 서울시당은 백년다리 계획의 전면 재검토는 물론 최근 서울시가 벌이고 있는 관광명소 만들기의 중단을 촉구한다. 그리고 어떠한 사업이든 정치인의 시간표에 맞춘 사업속도가 아니라 시민 공론화의 시간표에 맞춘 사업을 추진해야함을 강조한다. 서울을 정치인 개인의 이력서로 활용할 생각이 아니라면 구상단계부터 못박아버린 준공시점은 거두고 시민과 대화에 나서라.

서울시의 백년다리 추진 경과와 앞으로의 계획을 살펴보면 그 속도에 의아함을 감출 수 없다. 서울시는 지난 3월 20일 ‘한강대교 보행교 기본구상안’을 발표, 5월 3일부터 7월 2일까지 국제현상설계공모를 실시했고, 7월 30일 당선작을 발표했다. 이어 올해까지 설계 마무리, 2020년 착공, 2021년 6월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라는 대규모 사업도 당선작 발표 후 2년 안에 완공하겠다고 밝혀 공론 부재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다. 발표부터 착공까지 단 4개월이 걸리는 이 속도 속에 시민들이 의견을 제시하고 토론할 틈은 없어보인다. 더불어, 광화문광장의 준공년도 역시 2021년인데, 이를 두고 시민사회에서는 “박원순 시장의 개인 스케줄”에 맞춰 진행해서는 안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7월 22일 ‘광화문 재구조화 졸속추진의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 참여와 소통, 민주주의를 중요시한다는 서울시가 유독 몇몇 토건 사업에 있어서는 적절한 토론도 의견수렴도 없이 일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백년다리는 서울시가 그동안 보여 온 보행친화도시에 대한 기만적 접근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기도 하다. 당선작은 한강대교 중앙 상부공간에 강관 구조물을 설치하여 공중보행로를 만드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처럼 보행로를 공중으로 띄운다는 기본구조는 애초 서울시의  설계공모 지침에서부터 결정되어 있는 것이었다. 서울시가 진정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걷기 편한 도시를 만들고자 했다면 공중보행로가 아니라 한강대교의 차선을 줄이고 보행로를 확장하는 사업을 추진했어야 한다. 이는 자동차 감축을 통한 기후위기 대응, 보행로로의 시민 접근성, 예산 절감 등 어떤 면에서도 당연한 선택이지만, 서울시는 자동차를 줄이는 정면돌파 라는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는 길을 택했다.

보행, 자전거 등 녹색교통 확대에 대한 서울시의 기만적 접근은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7월 박원순 시장은 중남미 순방 중 ‘자전거 하이웨이’라는 이름의 자전거도로 혁신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미세먼지를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는 그 방안에서조차 자동차 도로를 줄이는 형태가 아니라 도로 공중에 별도의 구조물을 설치하는 방식의 ‘캐노피형 하이웨이’, ‘튜브형 하이웨이’를 혁신적 공간활용 방안이라며 소개하고 있다. 자전거 하이웨이 계획에는 자동차 도로를 줄이는 형태의 자전거도로 유형도 소개되었으나, 정작 박원순 시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계획의 핵심은 중앙차로 위에 기존 버스나 차량에 전혀 방해되지 않는 새로운 자전거 하이웨이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스스로 밝혔다. 자동차 중심성과 대결하지 않는 정치로는 닥쳐온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도, 서울시가 수년 간 자랑해온 보행친화도시에 다가설 수도 없다.

지금 서울시에 필요한 것은 공론화도 없이 정치적 시간표에 맞춰 각종 토건사업을 완공해내는 ‘속도’가 아니다. 수십년 간 허물고 짓기를 반복한 이 도시에는 이제 한 숨 돌릴 시간, 개발에 대한 근본적 토론을 나눌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 서울시에 필요한 정치는 새로운 구조물을 만드는 토건중심 사고가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자동차와 도로를 줄이고,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도 이동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전환적 정치여야 한다. 더불어, 보행친화도시의 시작과 완성은 일부러 찾아가서 걸어야하는 랜드마크나 관광명소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집앞 골목길에서부터 맘편히 걸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임을 강조한다.

2019년 7월 31일
녹색당 서울시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