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주거 확대”, 누구를 위한 아파트 공급인가
– 도심주거 확대 기조의 2025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안) 재공람 시작
– 투기 상품화, 도시 다양성 훼손, 원주민인 상공업 종사자 축출 우려
– 투기 방지 및 주거불평등 해소 정책 없는 도심주거 확대는 투기 조장일 뿐

서울시는 도시 상업지역 정비사업에 대한 계획인 <2025 서울특별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 변경안을 어제(9/26) 공개하고 14일 간의 시민 공람에 들어갔다. 이번 변경안의 핵심은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 내 주택공급 확대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도시 상업지역 재개발 시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기조는 이미 서울시가 지속적으로 추진하던 것으로, 한양도성 지역은 2016년 기본계획 재정비 시 주거비율을 90%까지 완화시킨 바 있다. 이번 변경안에서는 영등포와 여의도, 청량리, 가산·대림 등 7개 도심 및 지역중심 지역의 주거공급 비율 확대를 내용으로 한다. 도심 주거공급 확대는 이론적으로 도심공동화를 완화시키고 직주근접(직장과 주거지 간 거리를 가까이 함)을 실현, 이동거리 및 차량이용 감소를 불러온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정책이다.

하지만 주거용 부동산 가격 폭등, 기존 상업, 소규모 제조업 종사자의 축출을 유도하는 등 현실적인 문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또한 주거문제를 주택공급으로 해결하려는 정책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는 중이다. 도심부를 쇠퇴했다고 규정한 뒤 고소득층의 유입을 위해 재개발하는 것은 전형적인 젠트리피케이션을 고스란히 답습하는 것이기도 하다. 녹색당 서울시당은 소수 투기자본과 고소득자에 이익이 집중되는, 대책없는 도심주거 공급 정책을 멈추고, 소득과 관계없이 누구나 도심에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상업과 소규모 제조업 등 기존 도시기능을 유지해 도시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정책대안을 새롭게 수립할 것을 촉구한다.

서울시는 도심 내 주거공급의 필요성으로 “최근 급등한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일반상업지역이자 대표적인 도심제조업 중심지인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1,4,5구역에서 분양을 준비하던 현대 힐스테이트-세운의 경우, 3.3㎡(1평) 당 최소 3,200만원을 분양가격으로 책정했는데, 84㎡(약 25평)라면 8억원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 때 공급되는 임대주택은 전체 904세대 중 96세대에 불과하다(관리처분인가 기준). 최근 분양가 상한제 등 부동산 가격 통제를 위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으나 애초에 지가 자체가 높은 도심과 지역중심의 경우 초고가 아파트 등장과 투기용 매매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결국 적극적인 주거불평등 해소 정책, 공영개발 정책이 없는 도심 주거공급은 부동산 시장 안정이 아니라 정부 규제로 갈 곳 잃은 투기자금의 숨통을 트여주는 일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세운재정비촉진지구의 분양광고는 직주근접이나 도심생활의 편리함이 아니라 개발이익, 각종 규제 면제를 대대적으로 홍보 중이다.

한편, 서울시의 도심주거 확대 정책은 시행사 및 시공사 입장에서는 환호할 만한 일이다. 서울시 스스로 이번 변경안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번 조치는 사업성 부족으로 추진이 지지부진한 한양도성 외 지역의 재개발을 촉진시키려는 목적이 있다. 또한 최근 오피스 공실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주택공급은 개발업자들에겐 리스크를 줄이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재개발 사업성이 낮다면 다소 더디더라도 물적, 제도적 공공개입을 통해 해당 지역의 점진적 개선을 꾀하고 공공성을 확보해야 할 일이지, 민간업자의 사업성을 높여주는 것은 공공의 역할이 아니다.

또한 부동산으로 재산증식을 노리는 투기세력도 환호할 만한 일이다. 일례로 도심에 공급되었던 뉴타운인 돈의문 뉴타운의 경우 비슷한 시기 공급된 아현, 흑석 뉴타운에 비해 3억원 가량 비싸게 거래되면서 “사대문 안 첫 10억원대 아파트”라는 타이틀을 단 바 있다. 해당 아파트는 입주 시작 3년 만에 실거래가가 6~7억원 가량 상승해 2019년 초 실거래가가 16~17억원 대까지 형성되고 있다(이상 부동산 가격은 84㎡기준). 최근 실거래가 정보의 경우 부동산업계에서 제시한 자료로 다소 과장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도심 주거공급은 부동산으로 재산증식을 노리는 사람들을 끌어들인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서울시의 정책방향이 갈 곳 잃은 투기 자본을 불러오는 것인지, 갈 곳 없는 시민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공급정책으로 주거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책기조도 이미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경실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0년 간 공급된 주택 490만호 중 250만호는 다주택자의 사재기 대상이 되었다. 민간자본에 의존한 현재의 정비사업 제도 개편, 부동산 관련 세제 강화, 다주택자에 대한 강력한 제재 없이 주택공급만 늘리는 것은 주거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주거불평등을 강화시키는 일이며, 그것이 소위 “투자가치”가 높은 도심일 경우 더욱 그렇다.

또 다른 문제는 도시 다양성의 훼손과 기존 상공업 종사자의 축출이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의 경우 용도지역 상 일반상업지역이며 공구판매업, 소규모 제조업이 밀집된 지역인데, 이 지역 재개발 시행사들은 용도를 주거 또는 생활숙박 시설으로 변경해서 개발을 추진 중이다.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도심제조업 메카인 을지로의 가치는 물론 서울의 다양성이 삭제되는 것이다. 2017년 8월 21일 열린 세운재정비촉진계획 변경 자문회의에서도 주거비율을 90%까지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지역특성에 반할 우려가 있으므로 촉진계획과의 정합성을 고려하여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자문의견이 제시된 바 있다. “어디에도 없는 을지로에 어디에나 있는 아파트라니” 라는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의 재개발 반대 구호는 이런 문제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도심에 주거, 업무, 상업, 소규모 제조업 등 다양한 기능이 존재한다는 것은 도시의 다양성, 도시의 활기를 위해 긍정적인 일이며 직주근접을 실현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녹색당 서울시당은, 투기와 주거불평등 해소를 위한 전제 조건이 없는 무책임한 도심주거 공급에는 반대하며 이번 변경안에 대한 서울시의 재고와 정책방향 전환을 촉구한다.

2019년 9월 27일
녹색당 서울시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