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은 ‘볼거리’가 아니다. 동대문구는 토끼 죽이기를 멈춰라!

배봉산 토끼 방치와 묻지 마 입양, 동물권 유린 앞장서는 구시대적 행정 규탄한다

동대문구에서 ‘볼거리’가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배봉산 근린공원 일대에 토끼를 집단 방치하고 ‘묻지 마 입양’을 보낸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녹색당과 녹색당 동물권위원회는 동물권 유린과 예산낭비에 앞장서는 동대문구의 시대착오적 행정을 강력히 규탄한다.

1859년 유입된 몇 마리의 토끼가 해마다 수천 마리씩 늘어나 결국 수억 마리로 불어났다는 호주의 사례가 일러주듯 토끼는 번식력이 대단히 왕성한 동물이다. 동대문구는 이런 토끼들을 산에 방치한 뒤, 이내 백여 마리까지 불어나 감당이 어렵게 되자 시민들을 대상으로 지난 5월, 배봉산 현장에서 시민들의 연락처만을 받은 채 무료 입양을 보냈다. 구청이 스스로 무책임하게 입양을 보내면서 ‘토끼를 가족으로 책임 있게 키우실 분은 연락 달라’니. 말이 좋아 무료 입양이지만 입양심사 과정은 전무했으며, 실상은 아무 조건 없이 생명을 ‘거래’하는 ‘묻지 마 입양’과 다름없다.

산에 방치된 토끼들 중에 극심한 영역싸움과 스트레스에 죽은 채로 발견되는 토끼가 적지 않았으며 입양을 간 토끼들조차 한 달 뒤 절반가량 폐사한 것이 밝혀졌다. 일부는 파양이란 명목으로 다시 배봉산에 방치되었다. 또한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유기동물 공고에 오른 토끼들이 배봉산 현장 입양 직후 급증해 파양이나 폐사 여부가 밝혀지지 않은 나머지 토끼들도 혹시 길에 유기된 것은 아닌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이들을 ‘반려 목적’으로 입양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심사와 입양 후 모니터링 절차가 부재하는 것조차 심각한 문제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서초구의 ‘몽마르뜨 공원’에서는 하나둘씩 유기된 토끼들이 수십 마리까지 번식하면서 시민단체와 구청이 합심해 모든 토끼를 중성화하고 절반가량의 토끼를 입양 보냈다. 이처럼 이미 발생된 유기동물들의 입양을 적극 추진하지는 못할망정 동대문구는 오히려 구청이 나서서 동물을 사와 유기를 유도하고 있는 꼴이다. 경솔하게 시작된 행정으로 토끼장을 조성 및 관리하고, 유기된 토끼의 재입양을 추진하고 안락사하는 모든 과정에 이르기까지 이중, 삼중으로 시의 예산이 소모될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동대문구는 이런 일을 애써 지속할 정도로 예산이 남아 도는가?

인간이 생태계에 어쭙잖게 개입한 결과는 늘 참혹했다. 과거 평화의 상징이라며 올림픽 등 행사가 있을 때마다 수입해와 무분별하게 날려댔던 비둘기는 현재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되어 핍박받고 있고, 호주에서는 왕성히 번식된 토끼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또한 동물보호법에서는 제한된 공간에서 무분별하게 동물을 번식하여 기르는 ‘애니멀호더’에게 2018년부터 동물학대죄를 적용하고 있다. 구청에서 동물권 인식을 확산하고 관내 동물학대 범죄를 뿌리 뽑을 궁리는 못할망정 스스로 애니멀호더 노릇을 하는 셈이다. 동대문구는 제2의 비둘기 같은 피해 동물을 또 만들 셈인가?

동대문구는 당장 추가적인 무료 입양 행사 계획을 밝히지는 않고 있으나, 토끼 사육장 ‘폐쇄’에 있어선 여전히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개체수 관리 미흡으로 인해 곤란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이후 개체 수가 너무 많이 줄어든다면 ‘추가로 구입해 일정 개체를 유지할 방안’이라고 지난 6월 29일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동대문구는 동물권 단체의 모니터링과 입회에 적극적으로 응하며 토끼 ‘전수’ 중성화 실시 및 입양 추진하고, 동물권 유린하는 토끼장 폐쇄 수순을 밟지 않는다면 예산 낭비하는 전시 행정 기관으로서의 오명을 벗지 못할 것이다.

2020년 7월 3일
녹색당 서울시당, 동물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