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가해자 첫 실형선고

그러나 여전히 미투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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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지역 첫 번째 ‘미투(MeToo) 운동’ 가해자로 지목된 연극연출가가 지난달 22일 열린 1 심 선고 공판에서 법정 구속됐다. 이는 ‘미투 운동’이 시작된 이후 첫 가해자 실형 선고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전주지법 제2형사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위계 등 추행)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최모(49·남)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성폭력 치료프로그 램 이수 120시간, 아동·청소년 기관 취업제한 10년을 선고했다.

검찰의 공소장에는 그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미성년자와 극단 직원, 배우 등 4명의 피 해자를 12차례에 걸쳐 추행한 범행 사실이 적시돼 있다. 피해자는 자신이 관장을 맡은 전주 시 모 문화의집 청소년 뮤지컬 수업을 받던 학생(당시 만 15세)을 비롯, 문화의집 직원(당 시 만 22세), 자신이 대표로 있던 극단 직원(당시 만 25세), 극단 새내기 단원(당시 만 20 세) 등이었다. 재판부가 “최씨는 직업적인 지휘감독 관계에 있는 나이 어린 피해자들을 상 대로 인적 관계를 이용해 여러 차례 강제추행했다”고 설명했듯, 명백히 위계에 의해 발생한 반복적 성폭력인 것이다.

최씨의 성폭력은 지난 2월 26일 연극배우 A씨(31)가 본인의 얼굴과 실명이 공개됨을 무릅 쓰며 “2010년 최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용기 있게 폭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럼에 도 A씨가 성추행을 겪은 8년 전엔 성범죄 친고죄 규정이 폐지되지 않아 최씨는 처벌 대상 에서 제외됐다. 허나 이어서 B씨가 지난 3월 “2016년 당시 최 대표가 성추행을 일삼았다” 고 추가 폭로에 나섬으로써 경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었다.

오직 이 여성들의 용기가, 다른 여성들에게 반복적으로 가해졌던 최씨의 성폭력을 끝장내고 법의 심판대에 세우는 원동력이 되었음을 기억해야만 한다. 그러나 두 여성은 “당시 추행 사실을 극단 동료들에게 알렸지만 외면당했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 해당 극단 내에서 최씨 를 멈출 수 있었다면, 이 사회가 위계적 성폭력을 범죄로 인식하고 이를 처벌함이 당연하다 는 인식이 있었다면, 적어도 이후 더 이상의 피해만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피해 여성들은 동료들의 침묵 속에 오히려 ‘남자관계가 복잡하다’, ‘망상이 있다’는 등 지속되는 2차가해를 겪어야만 했고, 그 사이 또 다른 피해여성들이 생겨났다.

재판부 역시 판결문에서 여성들이 겪은 2차피해를 지적한 뒤 “피해자들이 지금도 고통을 호소하며 최씨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고,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해 피해 회복이 이 뤄지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최씨는 올해 초 자신에 대한 미투 폭로가 이어지자 “피해자들에게 죄송하다. 사과하겠다”고 밝혔음에도 지금껏 어떠한 사과의 태도조 차 보이지 않았으며, 심지어 선고 직후 “경제적으로 힘들다. 항소심까지 선고를 유예해 달 라”고 요청하는 파렴치함을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여성들의 용기를 지켜낸 것은 뜨거운 연대의 힘이었다. 지난 2월 A씨의 기자 회견 이후 전북 여성․시민사회단체들을 비롯한 시민들은 작열하는 태양 아래에도 굴하지 않 고 거리에 모여 ‘가해자 처벌’과 ‘성폭력 끝장’을 끊임없이 외쳤다. 이렇듯 연대로 뭉친 여성 들의 투쟁으로서 기어이 가해자에게 첫 실형 선고라는 사법부의 판결을 이끌어 낼 수 있었 던 것이다.

그러나 비록 1심 판결이 고무적이라 하나, 여성들의 고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년 6개월 의 형이란 여성들이 받은 고통을 가늠할 때 턱없이 부족하다. 재판이 끝난 후 억눌렀던 설 움을 오열로 쏟아내던 피해여성 앞에서조차, 정작 최씨는 부끄러운 기색 하나 없는 당당한 얼굴로 법정을 떠났다. 선고 직후 항소 의지를 피력한 최씨에 의해 2심, 3심이 반복된다면 피해여성들은 자신이 겪은 고통을 또다시 되짚어야만 한다.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드러내고 최씨의 범행사실을 알린 여성들은 자신이 지은 죄가 아님에도 되려 그 대가를 견뎌내야 한 다. 연기자를 꿈꾸던 피해여성은 극단을 탈퇴하고 연극판을 떠났다. 피해여성들의 일상은 아직도 회복되지 못했다.

피해여성들을 평범한 일상으로 되돌리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여성에게 피해의 책임조 차 전가하는 사회적 압박과 시선,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 만연할 수 있게 허락하는 폭력적 문화와 이에 대한 침묵, 우리는 이 모든 것과 끝까지 싸워나가야만 한다.

또한 전북지역의 ‘미투 선언’은 비단 최씨만의 일이 아니었음을 상기해야 한다. 제대로 된 법적 심판의 기회마저 박탈당한 채 검찰에 의해 불기소처분된 전모씨의 성폭력 사건과, 전 북대, 전주대, 군산대에서 이어졌던 대학 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미투’들 역시 반드시 가해 자의 처벌과 진정성 있는 사죄로서 매듭지어야만 한다. 여성들이 자신을 내걸고 외친 용기 있는 ‘미투 선언’이 그 힘을 잃지 않도록, 우리는 끝까지 함께 싸워나갈 것이다.

 

2018년 12월 3일

전북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