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음주가 성범죄 유발? 반복되는 공공 홍보물 문제, 왜 이러나
-공공부문에 여전히 만연한 성폭력에 대한 몰이해
-공공부문 성인지 교육 강화, 체크리스트 운영 등 재발방지 대책 마련해야

오늘(4월 2일) 한 언론에 따르면, 강남구 보건소가 성범죄 발생 원인을 여성의 음주에 돌리는 듯한 공익광고 포스터를 내걸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여성음주, ‘성범죄 노출’ 가능성 높다”는 제목의 포스터에는 술병 속에서 여성이 술잔을 들고 있는 이미지를 포함하고 있다.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강남구 보건소 측은 해당 포스터를 철거했다. 공공이 앞장서서 성범죄의 원인을 여성 개인의 책임으로 돌린 최악의 광고였다. 녹색당 서울시당은 해당 광고를 게시한 강남구 보건소 뿐 아니라 이를 아무 문제의식 없이 제작한 보건복지부 산하 대한보건협회가 이번 문제를 무겁게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나아가 지속적으로 문제적인 대 시민 광고물을 만드는 서울시 및 자치구의 재발방지를 위한 구체적 대책을 요구한다.

언론에 따르면 해당 광고물은 2013년 보건복지부 산하 단체인 대한보건협회가 제작한 것을 강남구 보건소가 구입하여 게시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아무 문제 없이 게시한 강남구 보건소도 문제지만, 문제제기를 받자 “2013년 보건협회에서 만든 광고로, 지금 보면 상당히 문제가 있는 컨셉”이라고 답한 보건복지부 관계자의 답변은 더욱 문제적이다. 성범죄 발생 원인이 여성 개인에게 있다는 발상은 2013년은 물론이고 그 언제라도 위험한 발상이다. 특히 이러한 메시지를 정부, 지자체 등 공공부문에서 발신한다면 그릇된 인식은 겉잡을 수 없이 퍼진다. 온 사회가 무겁게 받아들이는 문제에 대해, 정작 당국은 본인들의 영향력을 간과하고 있는 것 아닌가.

서울시 및 산하기관에 의한 광고물 논란은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니다. 서울시는 2017년 뉴욕 타임스퀘어 등에 내걸 목적으로 한복을 입은 여성이 옷고름을 만지는 모습을 관광 홍보물로 제작했다가 여성 상품화라는 비판을 받아 철회한 바 있다. 문제적인 공공 광고물은 2018년에도 이어졌다. 서울시는 “82년생 김지영” 이라는 제목 아래 육아와 결혼을 전제로 한 정책을 나열해 전통적 성역할을 고착화하는 데 일조한 바 있다. 특히 광고의 모티브가 된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여성이 겪는 성차별과 경력단절 등을 다룬 소설인데, 서울시의 광고는 소설이 사회에 울렸던 메시지와는 전혀 다른 내용을 담고 있어 비판을 받았다. 이와 함께 “청년의 사랑에 투자합니다”라는 슬로건 하에 결혼을 전제로 한 각종 지원책을 나열해 소위 ‘정상가족’ 프레임을 강화했다는 비판도 받은 바 있다. 이어 2018년 가을에는 지하철역에서의 시민들이 서로 도울 수 있도록 장려하는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여성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 남성은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형상화한 홍보물을 설치해 비판을 받고 철거한 적이 있다(히어로존). 강남구 보건소의 포스터 논란이 단지 일회성 또는 오래 전 ‘실수’가 아니라, 지속적인 문제제기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는 공공부문의 젠더 의식을 보여주는 고질적인 문제인 이유다.

서울시는 2019년 “홍보물 성별영향분석평가 자문단 운영”을 위해 900만원을 책정하고 있다. 자문단은 단 5명(공무원 제외)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공공 홍보물 제작 시, 사후가 아닌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것은 일선 공무원의 성인지 역량인데, “공무원 성인지 역량 강화 교육” 예산은 2018년과 같이 2,400만원으로 동결되었다. 녹색당 서울시당이 지적한 바 있는 2019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의 시의원 막말 논란에서 알 수 있듯이 서울시 본청과 산하기관, 자치구 공무원뿐 아니라 시의회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계획은 찾아보기 어렵다.

서울시민은 더이상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된 광고물을, 그것도 우리가 낸 세금으로 제작되고 영향력도 큰 공공부문의 광고물을 만나고 싶지 않다. 이번에 논란을 빚은 강남구를 비롯한 25개 자치구와 서울시는 반복되는 광고물 논란을 가볍게 여기지 않아야할 것이다. 재발 방지를 위해, 실질적인 성인지 교육을 강화하고 , 외부 공개 전 성인지 체크리스트 운영 등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장치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녹색당 서울시당 역시 이번 논란을 하나의 단일 이슈가 아닌, 공공부문의 열악한 성인지 역량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인식하고, 공공부문이 앞장서서 성평등을 확산시킬 수 있도록 감시와 견제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19년 4월 2일
녹색당 서울시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