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인권도시’ 허울좋은 선언을 넘어, 진짜 차별 없는 서울로
– 2차 탈시설 계획, 1차 목표 절반 수준인 300명 제시
– 장애인 인권증진 기본계획 상 목표 대폭 상향 필요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앞둔 지난 4월 17일, 서울시는 「제2기 서울시 장애인 인권증진 기본계획」(이하 제2기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장애인 인권도시’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5년간(‘19 ~ ‘23) 약 9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이 여러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하지만 이 발표가 있기 5일 전, 서울시청 후문에서는 턱없이 낮은 목표로 설정된 탈시설 계획의 전면수정을 요구하는 장애인들이 서울시 청경들에 의해 바닥에 내팽개쳐지는 일이 있었다. 녹색당 서울시당은, 서울시가 ‘장애인 인권도시 실현’이라는 허울 좋은 선언 뒤에 숨을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계획을 실질적이고 가시적으로 전면 수정하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갈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서울시가 ‘장애인 인권도시’로 가기 위해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전면적인 탈시설 정책 시행이다. 서울시는 1차 탈시설화 추진계획(‘13 ~ ‘17)을 통해 5년 간 604명(목표 600명)을 시설에서 나오게 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마저도 서울의 시설수용 장애인 규모를 고려할 때 충분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2차 계획에서는 보다 가속화된 탈시설 목표가 세워지길 기대했다. 그런데 정작 서울시 스스로 ‘탈시설 가속화’를 기본방향으로 설정한 2차 탈시설화 추진계획(‘18 ~ ‘22)에서는 1차 계획보다 절반으로 줄어든 300명을 목표로 정해, 과연 탈시설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인지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인권을 제한받고 있는 시설수용 장애인에 대한 고려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서울시가 진정으로 탈시설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탈시설 조례 제정, 2차 탈시설 추진계획 전면 수정, 제2기 기본계획 상의 예산 확대편성 등을 통해 그 의지를 증명해야 할 것이다.

기약 없는 탈시설 계획뿐 아니라 이동권 보장 등 다른 부문에서의 아쉬움도 여전하다. 서울시는 제2기 기본계획을 통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의 중요한 수단 중 하나인 ‘장애인 콜택시’ 운영 대수를 현재 487대에서 21년까지 연간 100대씩 증차, 682대 수준으로 확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차량대수가 487대로 증차된 이후인 2016년 이후 3년 간 평균 대기시간은 38분(2016년 기준)에서 52분(‘18년 6월 기준)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특히 서울시설공단 자료에 따르면 운행대수 대비 이용자가 집중되는 평일 오후시간대의 경우 대기시간은 80분을 넘어선다. 증차 계획을 수립할 때 이용여건이 나아지면서 나타나는 잠재수요도 고려하지 않은 탓이다. 서울시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상 기준인 1,2급 장애인 200명당 차량 1대라는 기준을 적용해 증차계획을 마련한 것일 테지만, 휠체어 이용 장애인이 선택할 수 있는 교통수단 자체가 비이용자에 비해 제한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200명당 1대라는 법정기준 자체가 애초에 비현실적이기도 하다. 제도 변화에 따른 이용대상 증가, 이용여건 개선에 따른 잠재수요 등을 고려하면 법정기준과 현실의 괴리는 더욱 커진다. 서울시가 ‘장애인 인권도시’를 표방한다면 법정기준이 아니라 현실에 맞는 선도적인 정책수립이 필요하다. 증차 계획을 100명당 1대 기준으로 수립하거나 확대될 이용자수를 고려하여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타시도 간 연계 개선, 인력 충원 및 차량유형별 증차계획 수립을 통한 운행 효율 확보 등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적지 않다.

부모들이 무릎을 꿇으면서 호소해야만 겨우 공사가 시작되던 특수학교 설립은 여전히 곳곳에서 주민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중랑구 신내동에 건립 예정인 동진학교의 경우, 교육청과 당사자들의 반대에도 구청이 나서서 부지 이전과 계획변경을 요구하면서 당초 예정된 개교 시기를 지킬 수 있을지 미지수다. 또한 장애인 개인 차원에서 숙지해야 할 행동 매뉴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재난재해시 장애인이 차별없이 피난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적 노력도 부재하다. 서울시가 진행하는 행사에서도 여전히 이동권과 의사소통 보장을 위한 수단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2017년까지 시내버스의 55%를 저상버스로 교체하겠다는 계획은 2019년에도 달성되지 못하고 있다(2018년 기준 43.5%). 2차 기본계획을 통해 2023년까지 모든 지하철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겠다고 밝혔지만 반복되는 리프트 사고를 돌아볼 때 서울시의 계획은 참으로 늦었고, 더디기만 하다.

구호뿐인 탈시설 정책, 현실을 반영 못하는 법적 기준에 숨어버린 이동권 정책 그리고 반복되는 특수학교 설립 문제 등 2019년 서울에 ‘장애인 인권도시’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다. 그리고 서울시가 밝힌 계획으로는 5년 뒤에도 ‘장애인 인권도시’라는 말을 붙이기 민망할 수준이다. 지금이라도 절박함에 천막농성을 진행하는 당사자들과 대화하고 ‘나중’이 아닌 ‘지금’의 인권을 위해 예산을 확대하는 등 진짜 차별 없는 서울을 위한 일을 시작하길 바란다.

 

2019년 4월 20일
녹색당 서울시당